에스엠은 SM·NCT·에스파 같은 아티스트를 거느리고, 그들이 음반과 음원, 콘서트와 굿즈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사는 회사다. 여기에 팬이 아티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유료 소통 플랫폼 디어유가 붙어 있다. FY2025 매출은 1조1,749억으로 전기 9,897억에서 18.7% 늘었다. K-pop이 세계로 퍼지며 4사가 다 같이 외형을 키운 해였고, 에스엠도 그 흐름 안에 있었다. 무대에서 남긴 이익인 은 873억에서 1,830억으로 두 배 넘게(+109.7%) 커졌다. 매출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이 3,072억에서 4,325억으로 불며 본업 자체가 실제로 좋아진 대목이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다른 세 K-pop 대형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이력이 하나 있다. 창업자가 떠난 유일한 곳이라는 점이다. 2023년, 이수만이 쥐고 있던 지분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신주·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는 법정 다툼 끝에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금은 카카오 21.61%와 카카오엔터 19.89%가 회사를 받친다. 방시혁·박진영·양현석이 여전히 자기 회사를 쥐고 있는 하이브·JYP·YG와 달리, 이곳의 지배구조는 한 번 통째로 갈아엎어진 자리 위에 서 있다.
재무의 뼈대는 가볍다. 빌린 돈이 유동전환사채 86억과 단기차입 52억 등 총 197억에 불과해 자본 1조3,587억의 1.5%에도 못 미치고, 현금은 3,646억을 쥐고 있다. 사실상 빚 없이 굴러가는 몸이다. 그러니 이 회사의 평소 모습은 이렇다 — 무대에서 꾸준히 벌고, 빚은 거의 없고, 주인만 창업자에서 카카오로 바뀐 K-pop 대형사. 이 기준선을 세워두고 FY2025 장부를 열면, 예상 밖의 숫자 하나가 튀어나온다.
손익계산서를 위에서 아래로 읽으면 보통 숫자가 줄어든다. 무대에서 번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이런저런 비용을 빼며 내려가 맨 아래 에 닿기 때문이다. 그런데 FY2025 에스엠에서는 반대 일이 벌어졌다. 영업이익 1,830억을 지나 맨 아래에 도착하니 순이익이 3,594억이다. 아래로 갈수록 숫자가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불었다. 그 초과분이 1,764억.
2026년 2월 11일 확정된 이 실적에서, 순이익은 전기 8억에서 43,786.4% 늘어 규정상 손익구조 변동을 따로 신고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 영업이익 증가율 109.7%와 순이익 증가율 사이의 이 아득한 격차가 곧 신호다. 순익을 밀어올린 힘이 무대가 아니라 무대 바깥, 영업이익 아래 어딘가에서 왔다는 뜻이다.
답은 장부에 있다. 에스엠은 오래 지분을 들고 키워온 디어유를 지분을 더 사들여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회계는 이럴 때 이미 갖고 있던 지분을 편입 시점의 시장가치로 다시 계산하도록 한다. 예전에 싸게 확보한 지분이 그동안 값이 올랐다면, 그 차이가 장부상 이익으로 한 번에 잡힌다. 이 '재측정 이익'이 순익을 위로 끌어올렸다. 곁에 놓인 숫자 하나가 이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 순익이 3,594억까지 뛰었는데 법인세는 오히려 253억에서 83억으로 줄었다. 회계가 이익으로 잡았을 뿐, 당장 현금으로 세금을 물리는 벌이는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서 회사가 재량으로 택한 자리와 그냥 벌어진 자리를 갈라볼 필요가 있다. 디어유 지분값이 그동안 얼마나 올랐는지, 그 평가차익의 '크기'는 시장이 매긴 것이지 회사가 정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언제 지분을 더 사서 자회사로 편입할지, 그래서 그 평가차익을 언제 장부 이익으로 확정할지는 회사의 결정 영역이다. 실제로 2025년 8월 4일 합병계약을 맺고 10월 3일을 합병기일로, 10월 17일 등기를 마치며 연결 구조를 정리했다. 이 소규모합병은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로 갈음됐고,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을 되사달라 요구할 권리도 부여되지 않았다. 이 절차는 연결 대상 정리와 지배구조 재편의 한 조각으로 놓인다. 같은 회계연도에 디어유 편입에 따른 대형 평가이익도 순익에 얹혔지만, 이 소규모합병과 그 평가이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이 공시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한 가지는 이 자료만으로 가를 수 없다. 이렇게 불어난 이익잉여금(3,199억에서 6,185억으로) 위에서 회사는 같은 날 을 결정했고, 몇 해째 를 사서 없애는 소각도 반복해 왔다. 그런데 순익의 상당 부분은 현금으로 들어온 벌이가 아닌 평가이익이고, 배당과 소각으로 실제 나가는 건 현금이다. 장부에서 커진 이익과 지갑에서 나가는 현금 사이의 이 어긋남을 회사가 어떻게 맞출 셈인지는, 이 공시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FY2025는 K-pop 4사가 다 같이 매출을 키운 해다. 하이브 2조6,499억, 에스엠 1조1,749억, JYP 8,219억, YG 5,454억. 그런데 이 산업의 진짜 이야기는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에 있고, 그 순이익이 본업과 따로 논다. 순익을 흔드는 건 누구 아티스트가 떴느냐가 아니라, 각자가 IP 바깥으로 무엇을 사들여 어떻게 처리했느냐다.
에스엠의 거울은 하이브다. 하이브는 매출 2조6,499억으로 4사 중 압도적 1위지만, 영업이익이 493억으로 73% 쪼그라들었고 순이익은 -2,567억 적자로 돌아섰다. 이 순손실의 정체는 과거 사들인 사업의 장부가치를 깎아내린 영업권 손상이다. 에스엠이 사들인 플랫폼을 자회사로 안으며 평가이익을 위로 얻은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둘 다 무대가 아니라 M&A의 뒤처리가 순익을 갈랐는데, 한쪽은 위로, 한쪽은 아래로 튀었다.
JYP는 또 다른 통과 방식이다. 매출 8,219억, 영업이익 1,552억, 순이익 1,606억으로 순익이 영업이익과 거의 나란히 내려온다. 대형 M&A의 평가이익도 손상도 없이 본업에서 번 이익이 그대로 순익이 됐다. YG도 매출 5,454억에 영업이익 713억, 순이익 537억으로 극적인 괴리가 없다. 그러니 네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에스엠의 3,594억은 '무대가 제일 셌다'는 숫자가 아니라 '장부 이벤트가 위로 얹힌' 숫자다. 여기에 지배구조까지 갈린다 — 창업자가 떠나 카카오에 편입된 건 에스엠뿐이고, 그 위로 텐센트뮤직 9.66%와 티로우프라이스 7.42% 같은 외부 자금이 지분표에 얹혔으며, 2025년 6월 하이브는 들고 있던 지분을 시간외 대량매매로 전량 넘겨 0%가 됐다.
그러니 이 회사를 읽는 자리는 '순익이 3,594억이나 났다'가 아니라, 그 순익이 무대에서 왔는지 장부에서 왔는지를 가르는 데 있다. FY2025는 본업이 실제로 좋아졌고(영업익 1,830억), 그 위에 디어유 편입이라는 일회성 이벤트가 1,764억을 얹었다. 재측정 이익은 내년 장부에 되풀이되지 않는다. 카카오 체제 아래 IP 밖으로 벌인 사업들이 다음엔 평가이익으로 돌아올지 하이브처럼 손실로 돌아올지, 무대의 힘이 일회성 없이도 순익을 채울 만큼 굵어질지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지분표는 계속 다시 그려지고, 곳간의 장부는 두꺼워졌지만 그중 얼마가 현금인지는 따로 봐야 한다. 다음 장부가 그 답을 쥐고 있다.
FY2025는 K-pop이 국경 밖으로 더 넓게 퍼진 해였다. 그 확산이 매출에 그대로 찍혔다. 하이브 2조6,499억, 에스엠 1조1,749억, JYP 8,219억, YG 5,454억. 네 회사가 나란히 위로 갔다. 에스엠은 전년보다 18.7%, JYP는 36.6% 늘었다. 매출만 보면 한 배를 타고 같은 순풍을 받은 그림이다.
그런데 손익계산서를 한 칸만 더 내려가면 그 순풍이 흩어진다. 맨 아래 순이익에서 네 회사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에스엠은 3,594억을 냈고, 하이브는 2,567억 적자를 냈다. 같은 확산의 해, 같은 공기를 마셨는데 한쪽은 순익이 폭발했고 한쪽은 아래에서 무너졌다. 매출을 밀어올린 힘과 순익을 가른 힘이 서로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다. 그 다른 곳이 이 산업의 진짜 이야기다.
에스엠의 손익계산서엔 이상한 장면이 하나 있다. 아티스트가 음반과 콘서트, 굿즈로 벌어들인 본업의 이익인 영업이익은 1,830억이다. 전기 873억에서 두 배 넘게 커진, 그 자체로 좋은 숫자다. 그런데 맨 아래 순이익이 3,594억이다. 보통은 세금과 이런저런 비용을 빼면서 영업이익보다 작아지는데, 여기선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아래로 갈수록 숫자가 커진 손익계산서. 그 초과분 1,764억이 어디서 왔는지가 첫 질문이다.
하이브는 정반대다. 영업이익 493억으로 본업은 흑자인데, 순이익은 -2,567억으로 아래에서 무너졌다. JYP는 또 다르다. 영업이익 1,552억에 순이익 1,606억, 위아래가 거의 나란하다. 같은 K-pop 확산을 지나면서 누구는 순익이 영업익의 두 배로 튀고, 누구는 흑자 영업 밑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고, 누구는 위아래가 붙어 움직인다. 매출이 다 같이 오른 해에 순익이 이렇게 갈라지는 이유는 무대 위에 있지 않다. 각자가 무대 밖에서 무엇을 벌였는지에 있다.
첫째 축은 아티스트 IP 밖으로 사업을 얼마나 벌였느냐다. K-pop 회사는 음반·음원·콘서트·굿즈로 번다. 그건 무대의 몫이고, 그 이익은 영업이익에 찍힌다. 그런데 어떤 회사는 그 IP 바깥으로 나가 플랫폼을 사고 레이블을 사고 해외 사업을 안았다. 그렇게 사들인 사업은 장부에 '평가'라는 형태로 남는다. 값이 오르면 이익, 내리면 손실. 이 평가가 순이익을 무대와 상관없이 위아래로 흔든다.
에스엠과 하이브가 같은 축의 양쪽 끝이다. 에스엠은 오래 지분을 들고 키워온 팬 소통 플랫폼 디어유를, 지분을 더 사들여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회계는 이때 이미 갖고 있던 지분을 편입 시점의 시장가치로 다시 계산하게 한다. 싸게 산 지분이 그동안 값이 올랐으면 그 차이가 한 번에 이익으로 잡힌다. 이 재측정 이익이 순익을 3,594억까지 밀어올렸다. 하이브는 같은 확장의 반대쪽을 봤다. 과거 사들인 사업의 장부가치를 깎아내리는 손상 처리로, 영업 흑자 밑에서 순손실 2,567억을 냈다. 둘 다 무대가 아니라 M&A의 뒤처리가 순익을 정했다. 확장을 택한 대가는 이렇게 순익이 회계 이벤트에 실려 해마다 요동친다는 것이다.
그 옆에 확장을 크게 벌이지 않은 길이 서 있다. JYP는 대형 M&A 부담 없이 본업에서 번 이익을 그대로 순익으로 내렸다. 순익 1,606억이 영업익 1,552억과 거의 붙어 있다. YG도 순익 537억이 영업익 713억 아래에 세금 정도만 빼고 앉아 있다. 이 안정이 에스엠이 올해 누린 재측정 이익 같은 상방과 맞바꾼 결과인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확장하면 순익이 무대 밖 사건에 실리고, 집중하면 순익이 무대에 붙어 움직인다는 사실만은 숫자로 나란히 확인된다. 각자 과거에 고른 자리가 올해 순익의 모양을 정했다.
둘째 축은 이 회사를 누가 쥐고 있느냐다. 하이브는 방시혁이 30.86%, JYP는 박진영이 15.37%, YG는 양현석 관련 지분이 19.33%로 창업자가 여전히 핸들을 잡고 있다. 에스엠만 다르다. 4사 중 유일하게 창업자 이수만이 떠났고, 그 자리를 카카오(21.61%)와 카카오엔터(19.89%)가 채웠다.
이 차이는 주주명부의 이름이 다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창업자가 쥔 회사는 그 사람의 판단이 곧 회사의 방향이 되지만, 에스엠은 2023년 이수만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가처분 다툼 끝에 지배구조 자체가 한 번 갈아엎어진 자리 위에 서 있다. 카카오 체제로 들어온 뒤 계열이 다시 짜였고, 디어유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종속회사를 합치는 재편이 이어졌다. 앞서 순익을 두 배로 밀어올린 그 재측정 이익은 지분 추가취득으로 연결 자회사에 편입되며 적용된 회계 규칙에 따른 결과다. 그 이익이 지배구조 재편의 흐름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이 공시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지배구조가 갈린 자리와 순익이 장부에서 튄 자리가 같은 시기에 놓여 있다.
지분표는 지금도 다시 그려지는 중이다. 2025년 6월엔 하이브가 들고 있던 에스엠 지분을 시간외 대량매매로 전량 넘겨 0%가 됐고, 그 자리를 텐센트뮤직(홍콩) 9.66%, 티로우프라이스 7.42% 같은 외부 자금이 채웠다. 창업자 세 명이 여전히 자기 회사를 붙들고 있는 다른 세 곳과 달리, 이곳은 주인이 바뀌고 또 외부 자금이 드나드는 구조다. 이 축이 순익 숫자를 얼마나 갈랐는지 회계로 딱 떨어지게 증명할 순 없다. 다만 대형 재편을 벌일 배경과, 재측정 이익 같은 이벤트가 나온 자리가 이 지배구조 위였다는 건 나란히 놓을 만하다.
두 축을 에스엠에 겹치면 자리가 보인다. IP 밖으로 사업을 벌인 쪽이고, 창업자가 떠나 카카오가 지배하는 유일한 곳. 올해 순익 3,594억은 그 두 자리가 만난 결과다. 본업(영업익 1,830억, +109.6%)이 실제로 좋아진 위에, 자회사 편입이라는 일회성 이벤트가 1,764억을 얹었다. 전기 순익 8억에서 3,594억으로 43,786.4% 늘었다는 숫자도 여기서 나온다. 적자에서 흑자로 돈 게 아니라, 둘 다 검은 숫자인 채로 폭이 약 439배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재량이 어디까지였는지 갈라볼 수 있다. 재측정 이익의 '크기'는 회사가 정한 게 아니다. 편입 시점의 시장가치와 회계 규칙이 정한다. 세금이 순익 폭증과 반대로 253억에서 83억으로 줄어든 것도, 이 평가이익이 당장 현금으로 세금을 물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따라온 결과지 회사가 고른 숫자가 아니다. 반면 그 지분을 더 사들여 편입하기로 한 결정, 그리고 불어난 이익 위에서 현금을 어디로 보낼지는 회사의 몫이었다.
그 현금의 방향에서 에스엠이 실제로 택한 게 있다. 회사는 몇 해째 배당을 정하고, 자기 주식을 사들여 없애는 결정을 반복해 왔다.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 수 자체를 줄여 남은 주주의 몫을 키우는 방식이다. 재무의 뼈대가 이걸 받친다. 빌린 돈이 197억으로 자본 1조3,587억의 1.5%에도 못 미치는 사실상 무차입이고, 현금 3,646억을 쥐고 있으며, 이익잉여금은 3,199억에서 6,185억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다만 나란히 놓을 대목이 있다. 이익잉여금을 두 배로 불린 힘의 상당 부분은 현금으로 들어온 벌이가 아니라 장부상 평가이익이었고, 배당과 소각으로 실제 빠져나가는 건 현금이다. 게다가 재측정 이익은 내년에 되풀이되지 않는다. 카카오 체제 아래 IP 밖으로 벌인 사업들이 앞으로 평가이익으로 돌아올지 하이브처럼 손실로 돌아올지, 무대의 힘이 일회성 없이도 순익을 채울 만큼 굵어질지는 이 장부만으론 알 수 없다. 그건 아직 기대일 뿐 실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라, 다음 장부가 말해줄 몫이다. 올해 에스엠이 남긴 건 3,594억이라는 큰 숫자 하나가 아니라, 그 숫자가 무대에서 왔는지 장부에서 왔는지를 갈라 읽어야 한다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