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FY2025 ~ 2026 2Q · 공시로 읽는 이야기
정적 실체메모리 1위 종합 반도체 · 삼성물산-삼성생명 축으로 이재용 회장 일가 지배 · 세트(갤럭시·가전)+DS(반도체)
재무 좌표2026 2Q 영업익 89.4조 (+1,810%) · 상반기 누계 146.6조 · DS 2025 16.4조 (+565%) · 주가 5.3만→17.6만 (3배) · 26년 투자 110조
└ mycpa 측정 렌즈
📄이 이야기는 FY2025 ~ 2026 2Q의 DART 공시를 근거로 재서술한, 하나의 읽기입니다
행적 타임라인 — 이 회사가 공시로 남긴 발자국
◀ 바깥에서 온 압력회사가 낸 신호 ▶
이 회사, 뭐 하는 곳인가 · 어디서 왔나

메모리로 벌어 갤럭시로도 파는 회사, 그 1등이 처음 남의 뒤를 봤다

삼성전자는 크게 두 다리로 서 있는 회사야. 하나는 반도체를 만드는 DS 부문이고,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 갤럭시와 TV·가전을 만드는 세트 부문이야. 이 중에서도 회사의 심장은 메모리 반도체야.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칩인데, 크게 D램과 낸드로 나뉘고 삼성은 여기서 오랫동안 세계 1위였어. 지배구조를 보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축으로 이재용 회장 일가가 그룹 전체를 쥐고 있고, 오랫동안 이 승계를 둘러싼 재판이 회사 위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어.

그런데 이 1등의 자리가 최근 몇 해 흔들렸어. 2023년엔 반도체 값이 급락하면서 DS 부문이 대규모 적자를 냈고, 그동안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겠다'던 생산을 결국 줄이는 감산에 들어갔어. 실적이 바닥을 친 거지. 그 직후 AI 붐이 터졌는데, AI 계산에 꼭 필요한 특수 메모리인 HBM에서는 삼성이 아니라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 선두를 먼저 차지했어. 메모리에서 늘 앞서 걷던 삼성이, AI 메모리에서만큼은 처음으로 남의 등을 바라보는 '추격당한 1등'이 된 거야. 이게 삼성이 서 있던 평소의 자리, 그러니까 기준선이야.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이 2023년 적자·감산으로 바닥을 찍고, AI 붐의 핵심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준 '추격당한 1등'으로 최근 몇 해를 지나왔다.
지금 무슨 일이야

분기 이익 89조, 전년의 19배가 성적표로 도착했다

그 추격당한 1등의 성적표가 2026년 7월 7일 완전히 다른 얼굴로 나왔어. 2026년 2분기 잠정 실적 — 확정 결산 전에 회사가 먼저 대략 알리는 성적이야 — 을 보면 매출 171.00조원에 89.40조원이야. 1년 전 같은 분기 영업이익 4.68조원과 견주면 +1,810%, 그러니까 약 19배야. 상반기를 합치면 146.63조원인데, 전년 상반기 11.36조원과 비교하면 규모가 아예 다른 차원으로 올라섰어. D램과 낸드 값이 동시에 폭등하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즉 반도체 값이 크게 오르는 대호황이 실제 숫자로 도착한 거야.

같은 해 3월엔 회사가 두 가지를 나란히 내놨어. 하나는 2026년에만 시설과 연구개발에 110조원 넘게 쏟겠다는 계획, 다른 하나는 자기 주식 5.35조원어치를 없애버리는 소각이야. 3월 30일 이사회가 정한 소각 대상은 보통주 7,335만여 주와 우선주 1,360만여 주인데, 이걸 그날 시장 가격으로 환산하면 14.58조원 규모였어. 번 돈을 다시 공장에 넣는 결정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결정이 한 시기에 같이 올라온 거야.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89.40조원(전년 4.68조 대비 +1,810%)으로 슈퍼사이클이 실적으로 확정 도착했고, 같은 시기 110조 투자와 5.35조 소각이 나란히 올라왔다.
이 회사의 진짜 움직임

슈퍼사이클은 밀려온 파도, 그 위에서 무엇을 골랐나

먼저 갈라둘 게 있어. 89.40조원이라는 이익의 '크기' 자체는 삼성이 재량으로 만든 게 아니야. D램·낸드 값이 동시에 폭등하는 슈퍼사이클은 산업 전체에 밀려온 파도지, 회사가 손으로 만든 숫자가 아니거든. 2023년에 적자와 감산으로 몰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황의 크기도 상당 부분 시장이 정한 거야. 그러니 여기서 회사의 '선택'을 읽으려면 이익의 크기가 아니라, 그 이익을 어디에 흘려보냈는지를 봐야 해.

그 자리에서 삼성은 두 방향으로 동시에 돈을 보냈어. 한쪽으로는 주주에게 돌려줬어. 2024~2025년에 현금 20.9조원과 소각 목적 자사주 매입 8.4조원을 집행했고, 2026년은 3년치 잉여현금흐름 — 회사가 벌어들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금 — 의 50%를 환원 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혔어. 특히 3월엔 사둔 자사주를 상환용으로 쥐고 있거나 그냥 묵히는 대신 5.35조원어치를 아예 소각하는 쪽을 골랐어. 소각은 주식 수 자체를 줄여 남은 주주 한 명의 몫을 키우는 방식이야. 다른 한쪽으로는 2026년 시설·R&D에 110조원 넘게 재투입하기로 했고, 6월 29일엔 청와대 국민보고회에서 2026년부터 2040년까지 국내에 약 2,450조원(이 중 반도체가 약 2,100조원)을 넣겠다는 초장기 비전까지 내놨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천안·온양 HBM 공장, 구미 휴머노이드 로봇라인이 그 안에 담겼어.

다만 이 두 투자 발표에는 회사 스스로 '장래 계획사항으로 향후 변경될 수 있음'이라고 못 박아뒀어. 2,450조는 15년짜리 초장기 그림이고, 아직 실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라 기대와 계획의 영역이야. 그러니 지금 확정된 사실은 이래. 슈퍼사이클이라는 파도가 밀려왔고, 그 위에서 삼성은 번 돈을 소각과 배당으로 돌려주는 동시에 초대형 재투자로 재분배하는 길을 골랐다는 것.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이 공시들만으론 아직 알 수 없어.

💡89조 이익의 크기는 밀려온 슈퍼사이클의 몫이지만, 그 돈을 5.35조 소각·배당으로 돌려주면서 동시에 110조·2,450조 재투자로 흘려보낸 것은 회사가 고른 방향이다(다만 투자 비전은 '변경 가능'으로 명시된 계획).
그때 그 공시, 지나고 보니

5.3만원에 사서 없앤 주식, 그리고 그 사이 바뀐 사람들

지금의 소각을 이해하려면 2024년 11월 15일 「 취득 결정」으로 돌아가야 해. 그때 회사는 보통주 5,014만 주와 우선주 691만 주, 합쳐 약 3조원어치를 시장에서 사서 전량 없애기로 했어. 이사회가 그 결정을 내린 날 주가는 5만 3,500원이었어. 주가가 부진하던 국면의 결정이었고, 이 자사주는 계획대로 2025년 2월에 소각됐어. 그때는 이게 어떤 궤적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확정할 수 없었어. 그런데 지나고 보니, 2026년 3월 소각 시점의 주가는 17만 6,300원 — 그 매입가의 약 3배야. 5.3만원에 사서 없앤 주식들이 그 사이 어떤 값이 됐는지는 이제 숫자로 남았어. 다만 이건 결과가 그렇게 흘렀다는 사실이지, 그때 그 값을 내다볼 수 있었다는 뜻은 아니야 — 오히려 확신이 가장 어려웠던 자리에서 내린 결정이 어떻게 남는지를 보여줄 뿐이야.

사람도 바뀌었어. 2025년 3월 19일 「대표이사 변경」으로 메모리 D램·플래시 개발을 거쳐 반도체 부문을 이끌던 전영현이 대표이사로 새로 올랐어. 회사 실적의 심장인 메모리 출신을 최고경영진에 세운 거야. 그런데 엿새 뒤 3월 25일 공동대표였던 한종희 대표가 갑자기 별세하면서, 뜻하지 않게 전영현 단독 체제가 됐어. 반도체 반격이 본격화되던 국면과 이 리더십 교체가 겹쳐 있었다는 것까지가 지금 확인되는 사실이야.

그리고 더 멀리, 2023년 4월 7일 「연결 영업(잠정)실적 공시」가 있었어. 반도체 한파로 부진한 성적을 미리 알리면서, 그동안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겠다'던 메모리 생산을 줄이겠다고 처음 인정한 자리였어. 1등이 감산을 인정한 건 이례적인 방향 전환이었지. 그 바닥의 공시와 지금의 89.40조 사이 거리를 보면, 같은 회사가 3년 만에 얼마나 다른 국면을 통과했는지가 드러나.

💡2024년 11월 5.3만원에 매입해 소각한 자사주는 2026년 3월 17.6만원 시점에 값이 약 3배가 됐고, 그 사이 메모리 출신 전영현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뀌었으며, 2023년 감산 인정의 바닥에서 지금의 89조까지 왔다.
옆에 세워 보면

세 개를 다 가진 유일한 회사, 그런데 한 다리는 여전히 절뚝인다

삼성을 홀로 보지 말고 같은 판의 회사들과 나란히 세워보면 자리가 또렷해져. AI 메모리 HBM에서는 SK하이닉스가 2023~24년 엔비디아 공급 선두를 먼저 차지했고, 삼성은 늘 앞서던 그 영역에서 처음으로 뒤를 따라가는 처지였어. 그러다 2025년 HBM3E 공급을 시작하고 차세대 HBM4 출하를 본격화하며 반격에 나섰고, 그해 DS 부문 영업이익이 16.4조원으로 전년 대비 +565%를 찍었어. 남의 등을 보던 회사가 다시 같은 트랙 위로 올라선 셈이야.

위탁생산, 즉 남의 설계를 대신 만들어주는 파운드리에서는 그림이 달라. 여기선 대만 TSMC라는 벽 앞에서 삼성이 몇 해째 장기 적자를 겪어 왔고, 메모리가 번 돈으로 그 적자를 메우는 구조야. 2026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 목표는 여러 해 미뤄져 온 기대이기도 해 — 아직 실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지금 삼성은 한쪽 다리(메모리)로 슈퍼사이클의 파도를 크게 타면서, 다른 다리(파운드리)는 여전히 절뚝이는 상태로 나아가고 있어.

삼성이 스스로를 부르는 표현은 '메모리·파운드리·선단 패키징을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반도체 회사'야. 세 조각을 한 지붕 아래 다 가진 건 사실이지만, 그 세 조각이 지금 서로 다른 국면에 서 있다는 것도 사실이야. 메모리는 19배로 뛴 이익을 실적으로 확정했고, HBM은 뒤졌다가 반격 중이며, 파운드리는 아직 흑자를 증명하지 못했어. 같은 회사 안에서 이 세 온도가 공존하는 게 지금 삼성의 자리야.

💡HBM에선 SK하이닉스에 뒤졌다가 2025년 반격(DS +565%), 파운드리에선 TSMC 벽 앞에 장기 적자로 여전히 흑자전환이 미확정 — 세 조각을 다 가진 유일한 회사 안에 서로 다른 세 온도가 공존한다.
한마디

파도의 정점에서 돈을 두 방향으로 나눈 회사

정리하면 이래. 2023년 감산을 인정하며 바닥을 쳤던 삼성이,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89.40조원이라는 슈퍼사이클의 정점에 올라섰어. 그 이익 위에서 회사는 5.35조원어치 자사주를 없애 주주에게 돌려주는 길과, 2026년 110조·2040년까지 2,450조라는 초대형 재투자의 길로 돈을 동시에 흘려보내는 선택을 했어. 한쪽에선 메모리와 HBM이 다시 트랙 위에 올랐고, 다른 한쪽에선 파운드리가 아직 흑자를 증명하지 못한 채 남아 있어. 밀려온 파도의 크기는 시장이 정했지만 그 물을 어디로 나눌지는 회사가 골랐고, 그 갈래들이 15년짜리 계획대로 흘러갈지 아니면 다시 값이 꺾이는 국면을 맞을지는 이 공시들만으론 아직 열려 있어.

이 회사가 속한 산업 — 반도체
하나의 충격

모두가 같은 붐을 탄 건 아니다

FY2025의 반도체 이름들을 나란히 놓으면 한 방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47조2,063억으로 전년의 두 배가 넘게(+101.2%) 불었고, 이수페타시스는 AI 서버용 기판을 팔아 영업이익 2,047억으로 역시 두 배(+100.9%), 리노공업은 테스트용 소모품으로 매출 3,725억(+33.9%)·영업이익 1,770억(+42.5%), 삼성전자도 매출 333조6,059억(+10.9%)에 영업이익 43조6,011억(+33.2%)으로 함께 올라섰다. 같은 시기에 이렇게 여럿이 같은 쪽으로 움직였다는 건, 이들이 하나의 공통된 바람을 맞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 바람의 정체는 AI가 끌어올린 메모리 슈퍼사이클 — D램과 낸드 같은 기억용 반도체 값이 동시에 폭등하는 상승 국면이다. 건설 같은 하강 국면이 '누가 덜 다치나'의 이야기라면, 여긴 '누가 얼마나 크게 올라타나'의 이야기다.

다만 그 방을 같은 공기로만 묘사하면 거짓말이 된다. 한미반도체는 HBM 장비 대장이라 불리면서도 이미 높아진 기저 위에서 매출은 +3.2%에 그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1.6%로 숨을 골랐고, 만 +40.2%로 튀었다. 그리고 동진쎄미켐은 남들이 다 오르는 이 해에 홀로 뒷걸음질했다 — 매출 -15.2%, 영업이익 -17.2%, 순이익 -34.4%. 같은 산업, 같은 사이클인데 누구는 이익이 두 배가 되고 누구는 3분의 1이 깎였다. 그러니까 붐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 붐이 모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도착한 건 아니었다. 이 어긋남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같은 방, 같은 바람 — 그런데 누구는 이익이 두 배로 불고 누구는 3분의 1이 깎였다.
왜 다른 결과

표면 아래 한 칸

매출이라는 표면만 보면 대부분 위로 갔다. 그런데 한 칸만 내려가 이익과 체력을 보면 결과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SK하이닉스의 FY25 영업이익 47조2,063억은, 세트(갤럭시·가전)와 반도체를 다 합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43조6,011억을 앞질렀다. 메모리 한 우물만 파는 회사가, 훨씬 덩치 큰 종합 반도체 회사의 전 사업 이익을 넘어선 것이다. 반대편엔 동진쎄미켐이 있다. 같은 반도체 이름표를 달고도 이익이 역주행했다.

같은 국면을 지나는데 결과가 이토록 벌어지는 이유는 국면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국면은 공통이니까. 답은 각 회사가 서 있는 '구조'에 있다 — 그리고 그 구조는 하늘이 정해준 날씨가 아니라, 회사가 과거에 내린 선택이 굳어 화석이 된 것이다. 무엇을 만들지, 어느 층에 몸을 댈지 고른 선택이 첫째고, 곳간에 현금과 빚을 어떻게 쌓아둘지 고른 선택이 둘째다. 이 두 필터를 겹쳐 보면 왜 같은 바람이 저마다 다른 이익이 됐는지가 드러난다.

💡매출은 다 같이 올랐지만, 이익과 체력으로 내려가면 결과는 두 필터가 갈라놓는다.
필터① 무엇을 짓나

어느 층에 몸을 댔나

첫째 필터는 밸류체인에서 어디에 서 있느냐다. 이번 붐의 진원은 메모리를 직접 만드는 자리다. 그래서 메모리 제조 회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값 폭등을 정면으로 올라탔다. 삼성전자의 메모리·파운드리를 묶은 DS 부문은 2025년 영업이익 16조4천억으로 전년 대비 +565% 튀어올랐다. 진원에 몸을 댄 자리의 상방이 이렇게 크다.

진원에서 한 걸음씩 떨어진 층들은 저마다 다른 폭으로 바람을 받았다. 이수페타시스는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다층 기판을 만들어 매출 1조를 처음 넘겼고(+30.0%), 리노공업은 반도체를 검사할 때 쓰는 소켓과 프로브 핀 — 칩을 많이 만들수록 함께 소모되는 부품 — 으로 물량 사이클에 연동해 매출 +33.9%로 따라 올랐다. 한미반도체는 HBM을 쌓아 붙이는 장비를 대지만 이미 높은 기저 탓에 매출 +3.2%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동진쎄미켐이 만드는 것은 감광액·연마액 같은 소재다. 소재는 사이클의 또 다른 층에 놓여 있어, 진원이 뜨거운 이 해에 오히려 홀로 역행했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건, 이 '자리'가 전부 과거에 고른 선택이라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한 우물이라는 순수 제조(pure-play) 회사고, AI용 HBM에서 엔비디아 공급 선두를 먼저 잡았다. 삼성전자는 세트와 DS를 함께 쥔 양다리 종합 반도체를 택했다. 그 선택엔 양면이 있다. 삼성전자는 오래 메모리 세계 1위였지만, AI 붐의 핵심 부품인 HBM에서는 2023~24년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줬다. 같은 방에서 한쪽은 HBM에 먼저 깊이 몸을 댔고, 한쪽은 그 자리를 늦게 되찾으러 나섰다 — 삼성전자는 2025년 HBM3E 공급과 HBM4로 반격에 들어갔다. 지금 진원에 서서 큰 이익을 누리는 자리는, 다른 회사가 그 자리를 먼저 차지했을 때의 대가도 함께 짊어졌던 자리다. 동진쎄미켐이 선 소재의 층은 이번 붐의 상방을 비껴갔지만, 반대로 하강 국면에선 제조만큼 크게 흔들리지 않는 자리이기도 하다. 어느 층에 서느냐를 고른 순간, 상방과 하방을 함께 골랐던 셈이다.

💡진원에 몸을 댈지, 한 층 떨어진 자리에 설지 — 그 선택이 상방의 크기와 하방의 몫을 동시에 골랐다.
필터② 무엇으로 버티나

무엇으로 버티나, 그런데 이번엔

둘째 필터는 곳간이다. 빚보다 현금이 많은 상태()냐, 현금보다 빚이 많은 상태(순차입)냐, 자기 돈 대비 빌린 돈의 비율()이 얼마나 두꺼우냐. 두꺼운 곳간은 충격을 흡수하고 기회 국면엔 크게 베팅할 실탄이 되며, 얇은 체력은 같은 충격을 위기로 키운다. 삼성전자는 부채비율 30%에 순현금이 100조5,823억이라는, 웬만한 나라 예산급 곳간을 쥐고 있고, 리노공업은 부채비율 8%에 무차입, 한미반도체도 부채비율 18%에 사실상 무차입이다.

그런데 상승 국면에선 이 필터의 힘이 하강 국면과 다르게 작동한다. 하강 국면이라면 얇은 체력이 곧 위기로 직결되지만, 이번처럼 붐의 진원에 가까우면 빚이 있어도 이익이 폭발한다. 증거가 이수페타시스다. 부채비율 71%에 순차입이 약 822억인 회사가, 증설 자금을 늘려 잡으며 성장한 그 얇은 체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두 배로(+100.9%) 불렸다. 어디에 몸을 댔느냐가 무엇으로 버티느냐를 이겨버린 장면이다. 반대로 동진쎄미켐은 부채비율 82%에 순차입 2,815억으로 체력도 얇은데다 몸을 댄 층까지 역행하는 자리여서, 두 필터가 같은 방향으로 불리하게 겹쳤다.

다만 곳간의 두께가 어디서 왔는지는 정직하게 갈라야 한다. SK하이닉스는 부채비율 46%에 순현금이 7조3,556억인데, 이 순현금이 오래 쌓아온 것인지 올해의 폭발적 이익이 자본을 밀어올린 기계적 결과인지는 이 수치들만으론 깨끗이 나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100조 곳간 역시 여러 해 메모리로 번 돈을 쌓아온 화석인 동시에, FY25 순이익 45조2,068억(+31.2%)이 다시 얹힌 결과다. 어느 쪽이 얼마인지 이 자료로는 정확히 못 가른다 — 갈리는 만큼만 말하고 나머지는 공백으로 둔다.

💡상승 국면에선 얇은 곳간도 진원에 가까우면 이익이 터진다 — 다만 그 두께가 과거의 축적인지 올해의 결과인지는 수치만으론 안 갈린다.
그래서 이 회사는

그래서 삼성전자는 — 재량이 닿았던 자리

두 필터를 삼성전자에 겹치면, 이 회사는 공통 국면만 지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사정을 한 겹 더 얹고 있다. 진원인 메모리 제조에 몸을 깊이 댔다는 점에선 붐의 정면이지만, 그 진원 안에서도 가장 뜨거운 HBM 자리를 한때 SK하이닉스에 내줬다는 사정이 겹친다. 게다가 세트와 DS를 함께 쥔 양다리 구조 안에는 위탁생산(파운드리)이라는 또 하나의 사정이 있다 — 대만 TSMC라는 벽 앞에서 몇 해째 장기 적자를 이어왔고, 메모리가 번 돈으로 그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그러니 43조6,011억이라는 삼성전자의 FY25 영업이익은 메모리의 폭발과 파운드리의 출혈이 한 몸 안에서 상쇄된 뒤의 숫자다. 2026년 2분기 잠정 영업이익 89.40조(전년 동기 4.68조의 약 19배)와 상반기 누계 146.6조는, 이 상쇄를 뚫고 메모리 사이클이 실적으로 도착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 다만 반도체 매출로 세계 1위를 되찾을 거란 시장의 전망은 아직 전망이며 확정된 게 아니다.

여기까지가 대체로 재량 밖에서 벌어진 일이다. 메모리 값이 얼마나 오르는지, HBM 경쟁에서 몇 년 뒤처졌는지, 파운드리에서 TSMC라는 벽이 얼마나 높은지 — 이 크기들은 회사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반면 그 위에서 재량이 분명히 닿은 선택들이 재료에 남아 있다. 2024년 11월 주가가 5.3만원까지 빠진 국면에서 삼성전자는 약 3조원(총 10조 프로그램의 일부)어치 자기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고, 그 취득분을 2025년에 소각했다 — 소각은 사들인 주식을 아예 없애 발행 주식 수를 줄이는 행위다. 소각 시점인 2026년 3월의 주가는 17.6만원으로 약 3배가 되어 있었다. 언제 사서 언제 없앨지는 회사의 재량 안이었고, 회사는 값이 낮았던 국면에 사서 값이 오른 국면에 없앴다는 사실이 장부에 남았다. 총 5.35조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 그 흔적이다.

동시에 회사는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쪽만이 아니라 다시 몸에 붓는 쪽도 골랐다. 2026년 시설·R&D에 110조를 투자하겠다 했고, 2026년 3월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선 로봇·MedTech 등 M&A를, 6월 장래계획에선 2040년까지 국내에 2,450조를 투자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100조가 넘는 순현금이라는 두꺼운 곳간이, 소각으로 주식을 줄이는 선택과 110조를 다시 붓는 선택을 같은 해에 나란히 할 수 있게 한 실탄이었다. 다만 그 110조와 2,450조 공시 모두 '장래 계획으로 변경될 수 있음'을 스스로 명시했다 — 아직 계획이지 실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

한 가지는 정확히 그어두자. 값이 낮을 때 사서 소각하고, 곳간을 헐어 재투자와 자사주에 나눠 담고, HBM 선두를 되찾으러 반격에 나선 이 선택들이 '무엇을 했는가'는 장부와 공시로 또렷하다. 그러나 왜 그 시점에 그렇게 나눴는가 — 그 동기의 방향은 이 재료만으로는 가를 수 없다. 여기서 단정하지 않고 멈춘다. 남은 것은 열린 갈래다. 파운드리가 여러 해 미뤄져 온 2026년 흑자전환 목표에 실제로 닿을지, HBM4 반격이 되찾아온 자리를 지킬지, 110조와 2,450조라는 계획이 숫자로 굳을지 — 진원에 몸을 댄 자리와 100조 곳간이라는 두 필터가 마련한 무대 위에서, 그 결과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근거한 공시
최근 신호
출처
주가·투자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움직임을 읽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공시·재무제표에서 뽑아 재서술했으며, 원문은 각 공시 출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