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FY2025 · 공시로 읽는 이야기
정적 실체검은사막·붉은사막 IP를 자체 엔진으로 만드는 게임사. 창업자 김대일이 36.66%(특별관계자 포함 38.05%)로 방향을 쥔다.
재무 좌표매출 3656억(+6.8%)·영업손실 -148억(전기 -123억)·순손실 -84억(전기 +603억)·별도 순손실 -611억·현금 1339억·자본 7991억·부채비율 약 44%
└ mycpa 측정 렌즈
📄이 이야기는 FY2025의 DART 공시를 근거로 재서술한, 하나의 읽기입니다
행적 타임라인 — 이 회사가 공시로 남긴 발자국
◀ 바깥에서 온 압력회사가 낸 신호 ▶
이 회사, 뭐 하는 곳인가 · 어디서 왔나

검은사막 하나로 10년, 이 회사는 무엇을 팔아 먹고사나

펄어비스는 게임을 만든다. 그것도 남의 엔진이나 남의 세계관을 빌려오지 않고, 게임을 돌리는 기술 뼈대인 자체 엔진부터 스스로 만들어 그 위에 '검은사막'과 '붉은사막'이라는 자기 세계를 짓는 회사다. 매출의 뿌리는 단순하다. 검은사막을 중심으로 한 몇 개의 IP를 세계 곳곳에서 서비스하며 이용자가 결제한 돈을 받는다. 회사의 방향은 창업자 김대일이 쥐고 있다. 그는 지분 36.66%, 특별관계자를 합치면 38.05%를 들고 있어, 이 회사가 무엇을 만들지·번 돈을 어디에 쓸지의 결정 축에 그가 서 있다.

게임사의 살림에는 남다른 리듬이 있다. 한두 개의 히트작이 몇 년씩 회사를 먹여 살리고, 그 흥행에는 반감기가 있어 시간이 갈수록 매출이 서서히 식는다. 그러니 지금 장부에 찍힌 매출은 '오늘의 실력'이라기보다 '몇 년 전 터뜨린 흥행이 지금까지 흘려보내는 잔열'에 가깝다. 검은사막은 그 잔열을 10년 넘게 끌어온 IP다.

FY2025의 펄어비스는 그 잔열 위에 서 있으면서, 동시에 다음 불씨를 준비하는 대기 국면에 있었다. 매출 3656억, 자본 7991억, 현금 1339억, 은 약 44%. 무거운 빚 없이 히트로 쌓아둔 자산 위에 앉아 있는 회사다. 이 발판을 먼저 세워둬야, 뒤에 나올 '적자'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고 무엇을 뜻하지 않는지가 제대로 보인다.

💡검은사막이라는 오래된 히트가 매출을 만들고, 붉은사막이라는 다음 한 방을 준비하는 대기 국면 — 부채는 가볍고 현금은 1339억 남아 있다.
지금 무슨 일이야

흑자였다가 적자로, 그런데 회사가 댄 이유는 '작년 환율'이었다

2026년 2월 12일, 회사가 아직 감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로 먼저 내놓은 잠정 실적을 보면 손익계산서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한 번 꺾인다. 맨 위 매출은 3656억으로 전기 3424억보다 6.8% 늘었다. 그런데 게임을 만들어 파는 본업에서 남긴 이익, 즉 영업손익은 -148억. 전기 -123억보다 적자가 오히려 깊어졌다. 그리고 맨 아래 은 전기 +603억에서 당기 -84억으로 부호까지 뒤집혔다.

회사가 실적을 알리며 직접 적은 사유는 이랬다. '전기 중 발생한 외환관련 이익 및 금융자산 평가이익 제거로 차이 발생.' 부호가 뒤집힌 진짜 동인이 게임이 아니라 게임 바깥에 있다는 뜻이다. 한 달 뒤인 3월 19일 정식 사업보고서가 나오면서는 더 이상한 장면이 겹쳤다. 자회사를 합친 연결 장부에서 순손실은 -84억인데, 펄어비스 홀로의 장부(별도)로 펴면 같은 해 순손실이 -611억까지 커진다. 하나의 회사, 하나의 해인데 적자의 크기가 7배 넘게 갈린다.

💡매출은 6.8% 늘었는데 본업은 두 해 연속 적자(-148억), 순익은 +603억에서 -84억으로 뒤집혔고, 별도 장부로 보면 적자가 -611억까지 커진다.
이 회사의 진짜 움직임

작년 흑자 603억은 게임이 번 게 아니었다 — 그림이 벗겨진 자리

세전 단계로 역산해 보면 뒤집힘의 정체가 드러난다. 전기엔 세전이익이 777억인데 그중 본업 영업은 -123억이었으니, 게임 바깥에서 약 900억이 순익을 밀어올렸다. 당기엔 세전이 -90억, 영업이 -148억이니 게임 바깥 몫은 58억으로 쪼그라들었다. 전기의 흑자 603억은 검은사막이 벌어준 게 아니라 환율과 금융자산 평가가 그려준 그림이었고, 그 그림이 벗겨지자 두 해 내리 적자였던 본업의 맨얼굴이 순익에도 드러난 것이다. 이건 회사가 '택한' 결과가 아니라 환율이 흔들고 지나간 자리, 재량 밖에서 벌어진 일이다. 별도 장부의 -611억도 마찬가지다. 자회사에 투자한 주식의 회수가치가 낮아졌다고 본 손상이 얹힌 것이고, 감사인 삼정회계법인도 '종속기업투자주식의 사용가치 추정'을 감사에서 특히 눈여겨본 항목으로 올렸다. 손상의 크기 자체는 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적자 국면 위에서, 회사가 스스로 손을 댄 결정 하나가 정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2026년 6월 9일, 펄어비스는 1000억 규모의 취득 을 새로 걸었다. 자사주를 산다는 건 회사가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들여 들고 있겠다는 것이고, 여기서는 한국투자증권에 맡겨 12월 9일까지 전일 종가 38,500원 기준 약 2,597,402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계약을 걸기 전 회사는 이미 자기 주식 4.4%(2,803,945주)를 들고 있었고, 목적은 '주주 가치 제고'라 적혔다. 그 몇 달 전 3월엔 2023년 6월에 부여했던 스톡옵션이 처음 행사되면서 자사주 32만주를 주당 48,700원, 약 156억어치를 임직원 이동원 외 21명에게 넘겼다.

순손실을 낸 해였다. 그런데 현금은 1339억이 남아 있었고 부채는 가벼웠다. 회사는 그 남은 현금을 빚을 줄이거나 곳간에 묶어두는 대신 주주에게 돌려주는 쪽으로 걸었다. 번 돈이 아니라 쌓아둔 돈으로 하는 환원이다. 왜 하필 지금, 왜 1000억인지 — 그 속내를 이 자료만으로는 가를 수 없다. 다만 '두 해 연속 본업 적자'와 '1000억 자사주'라는 두 사실이 같은 해에 나란히 놓여 있다는 것, 그 병치까지가 이 장부가 말해주는 전부다.

옆에 세워 보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따로 노는 판에서, 펄어비스는 어디쯤 서 있나

게임 동종들을 나란히 세워 보면, 이 업종에선 과 순이익이 따로 노는 게 오히려 흔한 일이라는 게 보인다. FY2025에 엔씨소프트는 영업이익이 161억으로 전년 영업손실(-1,092억)에서 겨우 흑자로 돌아섰는데, 순이익은 그 20배가 넘는 3,474억이었다 — 늙어가는 리니지 본업이 아니라 두툼한 곳간에서 나온 금융·투자 이익이 순익을 밀어올린 것이다. 위메이드는 반대 방향이었다. 영업이익은 107억으로 소폭 늘었는데 순이익은 -270억 적자로 돌아섰다. 자체 발행 코인 위믹스의 평가손실 같은 영업 밖 손실이 게임에서 번 얼마 안 되는 이익을 덮어버린 탓이다. 크래프톤조차 영업이익은 -10.8% 줄었는데 순이익은 -43.7%로 더 크게 빠졌다.

펄어비스의 뒤집힘도 이 지형 안에 있다. 전기 흑자 603억이 환율·평가가 만든 그림이었고 그게 벗겨지자 순익이 -84억이 됐다는 이야기는, NC나 위메이드가 겪은 '순익이 게임 실력과 따로 움직이는' 바로 그 현상의 펄어비스 버전이다. 다만 딛고 선 발판이 저마다 다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하나로 쌓은 이익잉여금 5조6,375억의 무차입 현금방석 위에서 다음 한 방을 사냥하고, 넷마블은 스핀엑스 같은 스튜디오를 M&A로 사와 IP를 빌린 대가로 부채비율 47%와 영업권을 안았다. 시프트업은 니케·스텔라 블레이드라는 자체 IP로 60%대·부채비율 18%의 가벼운 신흥으로 올라섰다.

펄어비스가 선 자리는 이 사이 어딘가다. 검은사막이라는 오래 벌어준 프랜차이즈를 깔고 앉았다는 점에선 NC와 닮았지만, NC의 리니지가 늙어가는 자리라면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이라는 다음 IP를 아직 재무제표 밖에서 굽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부채비율 약 44%에 현금 1339억이라 크래프톤 같은 압도적 현금방석은 아니지만 위메이드처럼 무겁지도 않다. 게임사의 진짜 미래는 손익계산서에 없고 아직 안 나온 신작에 있다는 이 업종의 규칙 위에서, 펄어비스는 매출의 26.4%인 719억을 연구개발로 태우며 다음 게임을 '비용'의 형태로만 장부에 올려두고 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따로 노는 건 이 업종의 공통 문법 — 펄어비스는 늙지 않은 프랜차이즈(NC)와 재무제표 밖 신작 사이, 압도적 현금방석(크래프톤)도 코인 베팅(위메이드)도 아닌 중간 자리에 있다.
한마디

장부는 지금을 말할 뿐, 붉은사막은 아직 다음 장부의 일이다

그래서 FY2025의 펄어비스는 두 개의 열린 갈래 위에 놓여 있다. 하나는 검은사막이 10년 넘게 대온 매출의 잔열이 어디까지 버텨줄지, 다른 하나는 아직 재무제표 밖에 있는 붉은사막이 719억이라는 개발비를 언젠가 매출로 되갚을지다. 붉은사막은 글로벌 유통사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매출은 아직 재무제표 밖에 있고 실린다 해도 다음 장부의 일이며 흥행이 숫자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두 해 연속 본업 적자, 환율이 좌우한 순익, 별도와 연결로 7배 넘게 갈리는 적자의 크기, 그 위에 얹힌 1000억 자사주 — 이 숫자들은 이 회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말할 뿐, 다음 게임이 어떻게 될지는 이 장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이 회사가 속한 산업 — 게임
하나의 국면

여섯 곳이 같은 해를 지났는데, 매출의 방향부터 갈렸다

FY2025 게임사 여섯 곳의 손익계산서 맨 윗줄, 그러니까 게임을 팔아 들어온 매출의 증감을 나란히 세워보면 화살표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크래프톤은 3조3,266억으로 22.8% 늘었고 시프트업은 2,945억으로 31.4%, 넷마블은 2조8,351억으로 6.4%, 펄어비스는 3,656억으로 6.8% 올라갔다. 반대로 엔씨소프트(NC)는 1조5,069억으로 4.5% 줄었고 위메이드는 6,140억으로 13.7% 빠졌다. 같은 산업, 같은 해인데 누구는 몸집이 커졌고 누구는 쪼그라들었다. '게임 업황이 좋았다' 혹은 '나빴다' 한마디로는 이 갈림이 안 잡힌다.

왜 방향부터 제각각인지 알려면 게임 회사의 매출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봐야 한다. 게임은 한두 개의 대박 게임이 회사를 몇 년씩 먹여 살리는 산업이다. 한 번 크게 터진 게임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매출이 식는데, 그 식어가는 곡선이 지금 장부의 숫자를 만든다. 그러니까 오늘의 매출은 오늘 만든 게 아니라, 몇 년 전 터뜨린 게임이 아직 다 식지 않고 내는 열이다. 시프트업의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는 아직 뜨겁게 갓 나온 열이고,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PC·콘솔·모바일에 이어 인도 전용판(BGMI)까지 나온 세계적 히트작이다. 반면 NC의 리니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나온 지 오래된 게임들이라 그 열이 식어가는 국면에 있다. 위메이드의 미르 역시 오래된 IP 계열이지만, 그 열이 지금 어느 지점까지 식었는지는 이 자료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즉 여섯 곳은 같은 해를 지났지만 각자 자기 대표작의 '식어가는 정도'가 다른 지점에 서 있었다. 매출이 오른 곳과 내린 곳의 차이는 하나의 공통 충격이 갈라놓은 게 아니라, 저마다 딛고 선 히트의 나이가 갈라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첫 번째 갈림은, 맨 윗줄 아래로 내려가면 훨씬 더 극단으로 벌어진다.

💡게임의 오늘 매출은 오늘 실력이 아니라 몇 년 전 대박의 잔열이다 — 여섯 곳의 방향이 갈린 건 각자 딛고 선 히트의 나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왜 다른 결과

매출 아래로 내려가면, 같은 산업이 맞나 싶어진다

매출만 보면 여섯 곳은 그저 성장과 정체로 나뉜다. 그런데 그 아래, 실제로 남긴 이익과 맨 밑의 순이익까지 내려가면 숫자들이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갈라진다. NC는 게임을 만들어 판 본업에서 남긴 영업이익이 161억에 그쳤는데 — 이건 전년의 영업손실 1,092억에서 겨우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 맨 밑의 순이익은 3,474억, 영업이익의 20배가 넘었다. 크래프톤은 정반대다. 영업이익은 1조544억으로 10.8% 줄었을 뿐인데 순이익은 7,337억으로 43.7%나 빠졌다. 위메이드는 또 다르다. 본업에서는 107억 흑자를 냈는데 맨 밑은 270억 적자로 뒤집혔다.

펄어비스도 이 뒤집힘의 한복판에 있다. 본업의 이익인 영업손익은 -148억으로 전기 -123억보다 적자가 더 깊어졌는데, 정작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맨 밑이다. 순이익이 전기 603억 흑자에서 당기 84억 적자로 부호까지 뒤집혔다. 매출은 6.8% 늘었는데 맨 밑은 흑자에서 적자로 넘어갔다.

같은 국면을 지나는데, 어떤 곳은 본업이 죽어가는 와중에 순익이 폭발하고, 어떤 곳은 본업은 멀쩡한데 순익이 무너진다. 매출로는 안 보이던 균열이 이 대목에서 활짝 벌어진다. 이 극과 극의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을 만드는 건 회사마다 다르게 굳어 있는 두 개의 구조다 — 하나는 '게임 실력과 장부 숫자가 얼마나 어긋나 있는가', 다른 하나는 '다음 대박을 무엇을 딛고 준비하는가'다. 이 둘을 차례로 펴보면 왜 저마다 다른 결과인지가 드러난다.

가르는 축 ①

첫 번째 축 — 영업이익을 게임 실력으로 읽으면 반드시 어긋난다

게임사의 손익계산서는 맨 위 매출과 맨 아래 순이익 사이 어딘가에서 이야기가 한 번 꺾인다. 그 꺾임을 만드는 게 이 산업 특유의 두 회계 장치다. 첫째, 신작을 만드는 데 쓴 개발비를 '나중에 벌어줄 자산'으로 장부에 얹어두느냐(자산화), 아니면 쓴 그 해에 곧바로 비용으로 태워버리느냐다. 자산으로 얹어두면 지금 영업이익이 커 보이지만, 그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 얹어둔 자산을 한꺼번에 손실로 털어내야 한다. 둘째, 게임 안에서 유저가 결제한 현금을 그 아이템을 쓸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에 걸쳐 나눠서 매출로 인식하는 방식이라, '유저가 실제로 낸 돈'과 '장부에 찍힌 매출'이 어긋난다. 게다가 대박으로 현금을 잔뜩 쌓은 게임사는 그 현금이 만드는 금융·투자 손익, 지분 가치 변동이 본업과 따로 순이익을 흔든다.

그래서 영업이익을 '지금 게임 실력'으로 읽으면 반드시 틀린다. NC가 그 극단이다. 게임으로 남긴 건 161억뿐인데 순익이 3,474억까지 부푼 건, 늙어가는 리니지가 벌어준 게 아니라 오래 쌓아둔 자산에서 나온 금융·투자 이익이 밀어올린 것이다. 이 20배의 괴리 자체가 'NC는 지금 게임으로 버는 게 아니라 과거에 쌓아둔 것으로 버틴다'는 신호다. 위메이드는 반대 방향의 어긋남이다. 본업 107억 흑자를 자체 발행한 코인 '위믹스'의 평가손·손상·이자 같은 영업 밖 손실이 덮어버려 순익이 270억 적자로 내려앉았다. '위메이드의 순익은 게임이 아니라 코인이 쓴다'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펄어비스의 뒤집힘도 같은 축 위에 있다. 회사가 실적을 알리며 직접 적은 사유는 '전기 중 발생한 외환관련 이익 및 금융자산 평가이익 제거'다. 세전이익으로 되짚으면 선명해진다. 전기엔 영업이 -123억인데도 영업 밖에서 약 900억이 순익을 밀어올려 흑자 603억을 만들었고, 당기엔 그 영업 밖 몫이 58억으로 쪼그라들었다. 전기의 흑자는 검은사막이 벌어준 게 아니라 환율과 평가가 그려준 그림이었고, 그림이 벗겨지자 두 해 내리 적자였던 본업의 맨얼굴이 순익에까지 올라온 것이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될 건, 이 어긋남의 크기가 저마다 '고른 자리'라는 점이다. 위메이드는 코인이라는 새 판돈에 회사를 실었다 — 그래서 상방도 하방도 코인이 쓴다. 그 반대편에 시프트업이 있다. 남의 IP를 빌리지 않고 소수의 자체 IP만 직접 굴려, 매출의 60% 넘게 이익으로 남기는 고마진 구조다. 이런 곳은 본업 이익과 순익이 크게 어긋날 여지 자체가 적다. 화려한 영업 밖 이익도 없지만, 순익을 통째로 뒤집는 평가손실의 위험도 안 지는 자리를 고른 셈이다. 같은 산업에서 누구는 어긋남을 키우는 쪽을, 누구는 어긋남을 줄이는 쪽을 골랐다.

💡게임사의 순익은 본업이 아니라 개발비 회계·이연되는 매출·영업 밖 손익이 다시 쓴다 — NC는 그 어긋남으로 순익이 20배 부풀었고, 위메이드는 코인이 순익을 뒤집었고, 펄어비스는 환율이 그린 흑자가 벗겨지자 본업 적자가 드러났다.
가르는 축 ②

두 번째 축 — 다음 한 방을, 무엇을 딛고 사냥하나

히트에는 반감기가 있고, 다음 대박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는 아무도 못 맞힌다. 그래서 결과를 더 크게 가르는 건 '지금 뭘로 버는가'가 아니라 '다음 한 방을 무엇을 딛고 준비하나'다. 같은 흥행 사이클을 만나도, 발밑에 뭘 깔고 서 있느냐가 번 돈을 어디에 쓸 수 있는지를 정한다.

크래프톤은 발판이 가장 두껍다. 부채비율 31%에 빚이 없고, 그동안 쌓은 이익잉여금이 5조6,375억이다. 이 현금 위에 서 있으니 번 돈을 방어가 아니라 신작 베팅·스튜디오 인수·주주환원에 쓸 재량이 여섯 곳 중 가장 넓다. 다만 그 넓은 재량의 반대편엔 배틀그라운드 하나에 매출이 쏠린 위험이 있다 — 다음 한 방을 스스로 못 만들면 그 두꺼운 현금이 성장 정체를 가리는 방석이 된다. 넷마블은 다른 길을 택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자체 히트로 건너는 대신 소셜카지노 스핀엑스 같은 해외 스튜디오를 사와 IP와 매출을 사들였다. 그 대가로 부채비율은 47%로 높아졌고, 남의 IP에서 나가는 로열티와 인수로 생긴 영업권·빚을 안았다. 번 돈의 상당 부분이 사들인 몸집을 유지하고 빚을 갚는 데 묶여, 크래프톤과는 재량의 폭이 다르다.

위메이드는 아예 코인이라는 새 판에 회사를 실어, 부채비율 115%로 여섯 곳 중 유일하게 100%를 넘겼다. 시프트업은 정반대로 부채비율 18%로 가장 가볍지만, 그 가벼움이 몇 개 안 되는 자체 히트에 그대로 얹혀 있어 다음 한 방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숙제다. 펄어비스는 또 다른 자리다. 부채비율 44%에 현금 1,339억을 들고, 크래프톤처럼 두꺼운 현금 위에 앉아 사냥하는 것도 아니고 넷마블처럼 사와서 건너는 것도 아니다. 검은사막이 아직 돈을 벌어주는 와중에, 그 벌이로는 다 못 대는 개발비를 쌓아둔 자본을 헐어 메우며 다음을 직접 만든다. 벌면서 동시에 헐어 쓰는 자리다.

이 발판들은 회사가 그냥 물려받은 날씨가 아니다. 하나같이 과거에 고른 선택이고, 지금 그 대가와 함께 서 있다. 크래프톤은 단일 IP에 집중해 초대박을 얻은 대신 그 하나에 매인 자리를 골랐고, 넷마블은 자체 히트를 기다리는 대신 사오는 길을 골라 빚을 안았고, 위메이드는 게임 밖 판돈에 회사를 실어 변동성을 골랐다. 펄어비스가 벌면서 헐어 쓰는 자리에 선 것도, 검은사막 하나로 10년 가까이 버티는 동안 다음을 자체 개발로만 채우겠다고 정한 선택의 결과다.

💡현금 위에서 사냥하느냐(크래프톤), 사와서 건너느냐(넷마블), 새 판돈에 싣느냐(위메이드), 벌면서 헐어 쓰느냐(펄어비스) — 발판은 물려받은 날씨가 아니라 과거에 고른 선택이고, 지금 그 대가와 함께 서 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그래서 펄어비스는 — 벌이가 나는데도 곳을 헐어 다음을 짓는 자리

두 개의 축을 펄어비스에 겹치면, 이 회사는 두 축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에 서 있다. 첫 축에서 보면, 검은사막이라는 10년 가까이 버텨온 대표작의 열이 식어가는 중이고, 그 열이 만든 매출 위에 환율과 평가가 얹혀 순익을 흔들었다. 둘째 축에서 보면, 그 벌이만으로는 다 못 대는 다음 게임의 개발비를 쌓아둔 자본을 헐어 메우고 있다. 그러니까 펄어비스는 게임 산업 공통의 국면만 지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단일 IP로 버티며 차기 대작 하나에 회사를 거는' 자기만의 사정이 한 겹 더 얹혀 있다. 검은사막이 벌어주는 돈과 붉은사막에 태우는 개발비가 같은 손익계산서 위에서 맞부딪히는 국면이다.

여기서 무엇이 회사가 어쩔 수 없이 몰린 일이고 무엇이 스스로 택한 일인지를 갈라야 한다. 두 해 연속 본업 적자가 났다는 사실, 전기 흑자가 환율·평가를 걷어내자 사라졌다는 사실, 검은사막의 열이 식어간다는 사실 — 이건 크기 자체를 회사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대체로 몰린 자리다. 반면 재량이 닿는 곳도 분명하다. 붉은사막에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회계에 담느냐가 그 하나다. FY2025 매출의 26.4%인 719억이 연구개발로 나갔고, 붉은사막은 그 비용으로만 존재할 뿐 매출에는 한 줄도 오르지 못했다. 이 개발비를 '나중에 벌어줄 자산'으로 얼마나 얹어두느냐에 따라 지금 손실의 폭이 달라지고,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치면 그 자산은 상각·손상으로 되돌아온다.

장부를 어느 창으로 펴느냐에 따라 적자의 크기마저 달라진다는 점도 이 회사를 특히 잘 드러낸다. 자회사를 합친 연결 장부에서 순손실은 84억, 주당 137원이다. 그런데 펄어비스 홀로의 장부로 가면 순손실이 611억, 주당 994원까지 커진다. 차이의 정체는 자회사에 투자한 주식의 회수가치가 낮아졌다고 본 손상이고, 감사인 삼정회계법인도 '종속기업투자주식의 사용가치 추정'을 특히 눈여겨본 항목으로 올렸다. 같은 회사 같은 해인데 별도로 보면 611억, 연결로 보면 84억 적자 — 어느 쪽도 거짓이 아니고 보는 창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적자 국면 위에서 회사가 한 선택은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2026년 6월 9일, 펄어비스는 1,000억 규모로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신탁계약을 새로 걸었다. 이미 4.4%(2,803,945주)를 들고 있는 위에서다. 그 몇 달 전 3월엔 2023년에 부여한 스톡옵션의 첫 행사에 맞춰 자사주 32만 주를 임직원에게 넘겼다. 벌지 못한 해였지만 현금은 1,339억이 남아 있었고 빚은 무겁지 않았다 — 번 것이 아니라 쌓아둔 것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결정이다. 왜 하필 지금 이 규모인지, 그 속내를 이 자료만으로는 가를 수 없다. 다만 두 해 연속 적자와 1,000억 자사주라는 두 사실이 같은 해에 나란히 놓여 있다는 것까지만 이 장부는 말해준다.

정작 이 회사의 무게가 실린 곳은 손익계산서 어디에도 아직 없다. 붉은사막은 글로벌 유통사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매출은 아직 재무제표 밖에 있고 실린다 해도 다음 장부의 일이다 — 흥행이 숫자로 확정된 게 아니다. 그래서 FY2025의 펄어비스는 두 개의 열린 갈래 위에 서 있다. 검은사막이 대온 매출의 열이 어디까지 버텨줄지가 하나고, 아직 재무제표 밖에 있는 신작이 그동안 태운 비용을 매출로 되갚아 줄지가 다른 하나다. 두 해 연속 본업 적자와, 환율이 좌우한 순익과, 창으로 갈리는 적자의 크기와, 그 위에 얹힌 1,000억 자사주 — 이 숫자들은 지금의 상태를 말할 뿐, 다음 게임이 어떻게 될지는 이 장부에 적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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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투자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움직임을 읽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공시·재무제표에서 뽑아 재서술했으며, 원문은 각 공시 출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