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투어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한국 사람을 해외로 내보내는 여행사다. 패키지 상품을 짜고 항공권을 붙여 팔아 한 건당 수수료와 마진을 남긴다. 이 시장에서 모두투어는 하나투어에 이은 2위, 이른바 아웃바운드(자국민을 해외로 보내는) 여행의 오래된 두 번째 이름이다. 코스피에 상장돼 있고, 발행주식은 1,890만 주다.
이 회사를 이해하는 첫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느냐'다. 창업자 우종웅 회장이 10.92%로 회사를 잡고 있다. 별것 아닌 숫자로 보이지만, 여행업의 지난 몇 년을 떠올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팬데믹으로 국경이 닫히자 이 산업 전체가 바닥까지 갔다. 2021년 모두투어의 매출은 138억까지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은 233억이었다. 국경이 닫히면 여행사엔 팔 물건 자체가 사라진다. 그 최악의 저점에서 창업자는 회사를 넘기지 않았다. 이 사실 하나가 뒤에 나올 모든 갈림의 뿌리가 된다.
여기서 미리 세워둘 기준선이 있다. 모두투어는 창업자가 오래 쥔 채, 회복의 사이클을 대장 하나투어와 거의 나란히 통과해 온 회사다. 그런데 나란히 걷다가 딱 한 군데서 방향이 갈린다. 그 갈림이 어디서, 왜 벌어지는지가 이 이야기의 전부다.
2026년 2월 12일, FY2025 실적이 나왔다. 매출 2,104억으로 전년 2,516억에서 16.3% 줄었다. 회사는 원인을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고 등 변수 발생으로 인한 여행수요 감소'라고 밝혔다. 그런데 매출이 줄었는데 은 76억으로 전년 47억에서 62.8% 늘었다 — '판매가 상승 및 수익률 제고' 덕이라고 했다. 물량을 좇는 대신 한 건당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대장 하나투어와 판박이다. 하나투어도 FY2025 매출이 4.8% 꺾이고, 같은 외생 악재를 들었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렸다. 두 회사는 같은 회복의 사이클, 같은 정점(2024), 같은 매출 꺾임을 공유한다. 그런데 맨 아래 에서 길이 정확히 갈린다. 하나투어는 순이익이 반토막(-52.1%) 났고, 모두투어는 순이익 142억으로 전년 108억에서 30.6% 늘어 회복기 최대를 냈다. 게다가 이 142억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 92.61억을 출연한 비용을 이미 반영한 숫자다. 92억을 직원 몫으로 떼어내고도 순익이 늘었다.
순익이 갈린 이유부터 짚자. 하나투어의 순이익이 반토막 난 건 본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과거 관계기업에 걸어둔 자금보충약정이 그 회사의 부실과 함께 청구서로 돌아온 탓이다. 모두투어에는 그런 무거운 과거의 짐이 없었다. 순익이 142억까지 늘 수 있었던 건 무언가를 잘해서라기보다, 발목 잡을 과거가 없어서다. 다만 순이익 142억이 영업이익 76억보다 큰 데는 영업 바깥과 세금 쪽 효과가 섞여 있고, 그 구체적 내역까지는 이 실적 공시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진짜 선택이 드러난 건 를 두고서다. 2025년 12월 10일, 모두투어는 보유 자사주 983,397주(2025년 90만 주 + 2026년 8.3만 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기로 했다. 같은 자리에서 결산도 현물, 즉 현금이 아니라 으로 나누기로 결정했다. 1주당 350원 상당의 자기주식을 주는 방식으로, 전년 250원에서 올린 것이다. 2026년 1월 30일 확정된 이 배당은 보통주 1주당 자기주식 0.0312222주, 3.39%(기준 주가 10,310원), 총액 63.7억이다. 1주 미만으로 쪼개지는 단수주는 현금으로 준다.
같은 자사주를 하나투어는 정반대로 썼다. 하나투어는 자사주를 '소각'했다 — 시장에서 아예 지워 없애 주식 수를 줄이고, 남은 주주의 몫과 되팔 때의 몸값을 키우는 방식이다. 모두투어는 없애지 않았다. 직원(복지기금)과 주주(현물배당)에게 나눠줬다. 회사가 몰려서 한 일이 아니라 택한 일이다. 자사주를 소각해 몸값으로 바꿀 수도, 상환·유보로 쌓아둘 수도 있는 자리에서 '나눔'을 골랐다. 이 선택의 뿌리엔 앞서 세운 기준선이 있다 — 되팔 시점을 겨냥하는 사모펀드가 쥔 대장과, 오래 이어갈 직원·주주에게 돌리는 창업자가 쥔 2위. 다만 이 자료는 '무엇을 택했나'까지만 말해준다. 그 선택 뒤의 속내를 가를 자료는 여기에 없다.
여행은 흔치 않은 모양의 산업이다. 팬데믹이라는 하나의 충격이 산업 전체를 8~9할씩 증발시켰다가(하나투어는 FY2021 영업손실 -1,273억), 국경이 열리자 2023~2024년 보복 수요로 다 같이 되살렸다. 그래서 지금 회사들을 가르는 건 '어디에 서 있나'가 아니라, 정점을 지난 회복을 각자 어떻게 통과하느냐다. 대부분 FY2025 들어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는데, 그 국면에서 갈래가 나뉜다.
대형 2사는 매출을 잃으면서 영업이익을 키웠다 — 하나투어(매출 -4.8%, 영업이익 +13.2%)도, 모두투어(매출 -16.3%, 영업이익 +62.8%)도 물량 대신 마진으로 체질을 바꿨다. 반대로 노랑풍선은 FY2025 영업이익 22억으로 겨우 흑자로 돌아섰지만 순이익은 아직 -29억, 이제 막 문턱을 넘은 자리다. 참좋은여행은 홀로 매출까지 키운 예외다 — 매출 921억(+14.0%)에 순이익 108억(+248%)으로, 규모가 작아 대형사의 정점 둔화와는 다른 사이클 위치에서 아직 올라타는 중이다. 도 72%로 가장 가볍다.
그런데 회복 이후의 자본배분을 정하는 건 실적의 우열이 아니라 '누가 회사를 쥐고 있느냐'다. 하나투어는 팬데믹 저점에 들어온 사모펀드(하모니아1호, 17.28%)가 최대주주라, 되팔 시점을 겨냥한 밸류업·고배당·자사주 소각으로 움직이고 2년 넘게 매각설이 반복된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은 창업자가, 참좋은여행은 모기업(삼천리자전거)이, 레드캡투어는 렌터카라는 다른 엔진을,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카지노 복합리조트라는 아예 다른 얼굴을 쥔다. 모두투어는 이 지형에서 '창업자가 쥔 채 자사주를 나누는' 자리에 선다. 다만 은 3.6%로, 같은 마진 방어를 한 하나투어(9.8%)보다 얇은 2위의 몸집이다. 그 얇은 마진으로 대장과 다른 길을 얼마나 오래 이어갈지는 이 재료 안에서 갈리지 않는다.
모두투어는 하나투어의 거울이다. 같은 산업, 같은 회복의 사이클, 같은 매출 꺾임과 같은 마진 방어를 공유하면서도, 순이익의 방향과 자사주의 쓰임에서 정확히 반대로 갈린다. 하나투어는 과거의 청구서로 순익이 반토막 났고 자사주를 소각해 몸값으로 바꿨다. 모두투어는 무거운 과거 없이 순익 142억으로 회복기 최대를 냈고, 92억을 직원에게 떼어주고도 그 순익을 늘렸으며, 자사주를 소각 대신 직원·주주에게 나눴다. 그 갈림을 만든 건 실적의 우열이 아니라 자본의 성격이었다. 다만 그 나눔의 길을, 3.6%라는 얇은 마진의 2위가 성숙해 가는 산업 속에서 어떻게 이어갈지 — 그건 아직 이 회사가 열어둔 채로 걸어가는 중이다.
여행업은 산업의 생김새 자체가 특이하다. 대개는 회사마다 다른 파도를 맞지만, 여기서는 하나의 충격이 업계 전체를 같은 깊이로 물에 담갔다. 2020~2021년 국경이 닫히자 매출이 8~9할씩 증발했고, 아웃바운드 여행 1위 하나투어조차 FY2021 매출이 403억까지 쪼그라들며 그해 영업에서 1,273억을 까먹었다. 그러다 국경이 열리자 눌렸던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졌고, 2023~2024년 모두가 같은 계단을 밟고 되살아났다. 바닥도 함께, 반등도 함께였다.
그리고 FY2025, 그 되살아난 물결이 처음으로 정점을 지났다. 대형 아웃바운드 두 곳의 매출은 나란히 뒷걸음쳤다 — 모두투어 2,104억(-16.3%), 하나투어 5,869억(-4.8%). 두 회사 모두 정치불안과 항공사고 같은 바깥 악재로 여행 수요가 잠시 빠졌다고 설명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같은 방, 같은 공기'로 묶고 싶어진다.
그런데 같은 공기를 마시지 않은 회사들이 옆에 서 있다. 참좋은여행은 이 국면에 오히려 매출을 921억(+14.0%)으로 키웠고, 롯데관광개발은 6,534억(+38.6%)으로 급증했다. 롯데관광개발은 한국인을 해외로 보내는 여행사가 아니라 외국인을 제주 카지노로 불러들이는 인바운드 시설이고, 참좋은여행은 몸집이 작아 대형사와는 사이클 위치가 다르다. 정점을 지난 회사와 아직 올라타는 회사가 한 산업 안에 섞여 있다. 방향이 같지 않다는 이 어긋남이, 이 글이 파고들 첫 실마리다.
매출이라는 맨 윗줄만 보면 대형사들은 비슷하게 꺾였다. 하지만 손익계산서를 한 칸씩 내려가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매출이 빠지는데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난다 — 모두투어는 76억(+62.8%), 하나투어는 576억(+13.2%). 물량을 더 파는 대신 한 건에서 더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같은 결의 체질 변화다.
그런데 가장 아래 순이익 줄에서 길이 완전히 갈라진다. 하나투어는 영업을 잘하고도 순이익이 474억으로 반토막(-52.1%) 났고, 모두투어는 142억으로 회복기 들어 가장 큰 순익(+30.6%)을 냈다. 그 옆에서 노랑풍선은 이제 막 영업 흑자 문턱(22억)을 넘었을 뿐 순익은 여전히 -29억 적자고, 참좋은여행은 108억(+248%)으로 폭발했다. 같은 회복의 사이클을 지나는데 맨 아랫줄의 부호와 방향이 이렇게까지 벌어진다.
같은 물결을 탄 배들이 왜 이토록 다른 항적을 남기는가. 답은 배의 성능표, 즉 각 회사가 어떤 '구조'로 지어졌는지에 있다. 그리고 그 구조는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저점에서 저마다 내린 선택이 굳어 지금을 규정하는 자리다. 이 글은 그 구조를 두 개의 축으로 쪼갠다.
결과를 가장 크게 가른 첫 번째 갈림은, 회사의 매출이 여행 수요라는 하나의 사이클에 얼마나 통째로 매여 있느냐다. 레드캡투어와 롯데관광개발은 여행이 정점을 지나 꺾이는 이 국면에서 조용히 성장했다 — 레드캡투어는 매출 3,656억(+1.9%)·순이익 237억(+17.4%), 롯데관광개발은 매출 6,534억(+38.6%)에 전년 -1,166억이던 순손실을 +371억 흑자로 돌렸다. 비결은 여행이 아니다. 레드캡투어는 매출의 큰 몫이 월 정액으로 꼬박꼬박 들어오는 장기 렌터카에서 나오고, 롯데관광개발은 외국인 카지노에서 나온다. 여행 수요가 어느 쪽으로 출렁이든 흔들림이 덜한 엔진을 따로 달아둔 것이다.
이 자리는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 오래전에 고른 것이고, 값을 치렀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라는 복합리조트를 짓느라 대규모 차입을 쌓았고, 그 대가로 부채비율은 489%까지 올라 금융비용이 순익을 짓누른다. 여행에 온몸을 맡긴 회사들이 무차입·저부채로 가볍게 서 있는 것과는 재무의 골격 자체가 다르다. 안정된 엔진을 얻은 대신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진 것이다.
모두투어·하나투어·노랑풍선·참좋은여행은 반대편을 택한 회사들이다. 다른 엔진 없이 순수하게 아웃바운드 여행 사이클에 온몸을 노출했다. 이 선택은 보복 수요가 쏟아지던 2023~2024년엔 매출을 몇 배로 튀어오르게 한 상방이었지만, 정점이 지난 지금은 매출 하락을 그대로 얻어맞는 하방이 됐다. 지금 흔들리지 않는 자리가 한때 반등의 폭발력을 포기한 자리이기도 하다는 것 — 이 양면이 첫 번째 축이다.
첫 번째 축으로도 다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 모두투어와 하나투어는 둘 다 순수 아웃바운드 대형사, 같은 매출 꺾임과 같은 마진 방어를 공유하는, 놀랍도록 판박이인 두 회사다. 그런데도 순이익은 한쪽이 +30.6%, 다른 쪽이 -52.1%로 정반대로 갈렸다.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두 배의 항적을 가른 두 번째 축은, 누가 이 회사를 쥐고 있느냐다.
하나투어는 팬데믹 저점이던 2020년 사모펀드 IMM PE가 유상증자로 들어오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지금 최대주주는 그 펀드(하모니아1호)로 17.28%, 창업자 박상환·권희석은 합쳐 11%대 소수로 밀렸다. 모두투어는 정반대다. 창업자 우종웅 회장이 10.92%로 여전히 최대주주다.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저점에서도 이 회사는 주인을 넘기지 않았다. 되팔아 몸값을 실현할 시계로 움직이는 펀드와, 오래 이어감을 셈하는 창업자 — 이 성격 차이가 회복 이후 번 돈을 어디에 쓰느냐를 정한다.
다만 순익이 갈린 직접적 원인은 지배구조 그 자체가 아니라, 각자가 확장기에 남긴 과거의 청구서라는 점은 정직하게 갈라둬야 한다. 하나투어의 순익 반토막은 본업이 아니라, 관계기업 (주)꿈의 부실과 함께 과거 걸어둔 자금보충약정 이행 의무가 충당부채로 한꺼번에 잡힌 탓이다. 모두투어에는 그런 무거운 짐이 없었다. 지배구조가 또렷하게 규정하는 건 순익의 크기라기보다 자본을 어디로 흘려보내느냐 쪽이다 — 그 대비는 다음 대목에서 자사주라는 한 장의 종이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앞의 두 축을 모두투어에 겹쳐보면, 이 회사는 공통 국면만 지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자기만의 사정이 한 겹 얹혀 있다. 하나투어와 판박이로 매출이 꺾이고(-16.3%) 마진을 지켜낸(영업이익 76억, +62.8%) 것까지는 산업 전체가 함께 지나는 물결이다. 그런데 순이익 142억(+30.6%)으로 회복기 최대를 낸 것은, 무거운 과거의 짐이 없었다는 이 회사만의 조건이 겹친 결과다. 이 숫자엔 한 가지가 더 얹혀 있다 — 사내근로복지기금에 92.61억을 직원 몫으로 떼어낸 비용을 이미 반영하고도 순익이 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회사의 재량이 닿은 자리와 닿지 않은 자리를 갈라야 한다. 하나투어의 발목을 잡은 것 같은 무거운 약정을 애초에 걸어두지 않았다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굳은 결과이지 이번 분기에 고른 선택이 아니다. 순익의 크기 자체는 이미 정해져 있던 셈이다. 반대로 그렇게 번 돈과 손에 쥔 자사주를 어디로 흘려보내느냐엔 분명한 재량이 있었고, 이 회사는 대장과 정확히 반대편을 골랐다.
같은 자사주를 두 회사가 정반대로 다뤘다. 하나투어는 보유 자사주를 소각했다 — 시장에서 아예 지워 없애 주식 수를 줄이고 남은 주주의 몫과 되팔 때의 몸값을 키우는 방식이다. 모두투어는 없애지 않았다. 983,397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해 직원에게 넘겼고(2025년 90만 주), 결산배당마저 현물, 즉 자기주식으로 주주에게 나눠줬다(주당 350원, 전년 250원에서 올렸다). 한 장의 자사주를 한쪽은 찢어 몸값을 높이고, 다른 쪽은 직원과 주주의 손에 쥐여준다. 되팔 몸값을 겨냥하는 펀드가 쥔 대장과, 오래 이어갈 사람들에게 돌리는 창업자가 쥔 2위의 차이가, 종이 한 장의 쓰임에서 이렇게 또렷하다.
다만 이 그림에 못을 박아 결론짓지는 않겠다. 모두투어는 영업이익률 3.6%라는 얇은 몸집의 2위이기도 하다. 회복이 정점을 지나 성숙 국면으로 접어드는 이 산업에서, 그 얇은 마진으로 대장과 다른 길을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을지 — 나눠 함께 가는 창업자의 셈법이 어디까지 버티는지는, 지금 이 재료 안에서는 갈리지 않는다. 확인된 것은 방향이지 결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