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츠. 제14기 (2025.07~12·6개월) ~ 2026 상반기 · 공시로 읽는 이야기
정적 실체롯데쇼핑(42.04%)이 세운 리테일 리츠(부동산투자회사·명목회사·외부 AMC 운영) · 롯데 백화점/마트/물류센터를 사서 롯데쇼핑에 책임임대차로 되빌려줌 · 임대수익 83.4% 롯데쇼핑 집중 · 6개월마다 배당 · KOSPI(2019 상장)
재무 좌표제14기(2025.07~12·6개월) 영업수익 709억 · 영업이익 462억 · 순이익 196억(법인세 0) · 배당 355억(주당 123원·수익률 2.79%) — 순이익보다 많은 초과배당 · 자산 2조5,944억 · 부채 1조4,549억(LTV 약 56%) · 결손금 -1,845억(리츠 정상) · 감가상각 194억 · 임대수익 롯데쇼핑 83.4%
└ mycpa 측정 렌즈
📄이 이야기는 제14기 (2025.07~12·6개월) ~ 2026 상반기의 DART 공시를 근거로 재서술한, 하나의 읽기입니다
행적 타임라인 — 이 회사가 공시로 남긴 발자국
◀ 바깥에서 온 압력회사가 낸 신호 ▶
이 회사, 뭐 하는 곳인가 · 어디서 왔나

백화점을 짓지도, 팔지도 않는 회사가 백화점으로 돈을 번다

롯데리츠를 처음 만나면 먼저 이 회사가 무엇을 '안 하는지'부터 봐야 이해가 빠르다. 롯데백화점을 운영하지 않는다. 물건을 팔지도 않는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조차 없다. 그럼 뭘 하느냐 —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롯데백화점 강남점,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김포물류센터 같은 롯데 부동산을 사들인 다음, 그 부동산을 다시 롯데쇼핑에 통째로 장기 임대(책임임대차·마스터리스)로 되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다.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정한 '명목회사', 즉 부동산을 담는 서류상의 그릇이다. 실제 매입·관리·임대는 외부 자산관리회사인 롯데AMC가 대행하고, 회사 자신은 법인이사 1인과 감독이사 2인으로만 굴러간다. 사외이사도, 감사도 없다.

이 그릇을 2019년에 만들어 코스피에 올린 곳이 롯데쇼핑이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아예 현물로 출자받았고, 구리·광주·창원 백화점과 여러 롯데마트·아울렛, 김포물류센터를 사서 각각 롯데쇼핑과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되빌려주며 출발했다. 지금도 롯데쇼핑이 지분 42.04%로 최대주주이고, 동시에 임대료를 내는 최대 임차인이다. 세운 사람이, 세입자이고, 주주다. 이 삼중의 관계가 롯데리츠라는 회사의 태생적 골격이다.

그래서 재무제표도 일반 회사와 다르게 생겼다. 리츠는 사업연도가 6개월이라 반년마다 결산하고 한다. 가장 최근인 제14기(2025년 7~12월) 영업수익은 709억, 은 462억. 임대수익을 세입자별로 쪼개면 롯데쇼핑 577억으로 전체의 83.4%, 호텔롯데 63억(9.1%), 롯데글로벌로지스 25억(3.6%), 나머지가 27억이다. 롯데그룹 임차인을 합치면 96%. 세입자가 롯데로 정해져 있으니 공실 걱정이 거의 없는 대신, 회사의 운명이 롯데쇼핑 한 곳에 묶인다. 이게 평소의 롯데리츠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이 세운 부동산 그릇이다. 롯데 부동산을 사서 롯데쇼핑에 되빌려주고, 임대수익의 83.4%가 롯데쇼핑 한 곳에서 나온다.
지금 무슨 일이야

순이익 196억인데 배당은 355억, 숫자가 거꾸로 서 있다

2026년 3월에 나온 제14기 결산을 들여다보면 곧바로 갸웃하게 되는 대목이 있다. 영업수익 709억에서 영업이익 462억까지는 순조로운데, 은 거기서 뚝 떨어진 196억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사이에서 무엇이 깎였나 — 부동산 감가상각 194억과 차입금 이자가 가장 크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회사가 이 6개월 동안 주주에게 나눠주기로 한 배당은 355억이다. 주당 123원, 배당수익률 2.79%.

순이익 196억인 회사가 배당은 355억을 한다. 번 것보다 159억을 더 내보냈다.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숫자가 이 회사 장부엔 매 반기 반복해서 찍힌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롯데리츠를 이해하는 첫 관문이다.

💡제14기 순이익 196억, 배당 355억. 번 돈보다 159억 많은 배당이 나갔다.
이 회사의 진짜 움직임

건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장부에서만 깎인다

열쇠는 감가상각이라는 회계 규칙이다. 리츠가 가진 백화점·마트 건물은 회계상 해마다 조금씩 값이 깎여 나가고, 제14기엔 그 몫이 194억이었다. 그런데 이 194억은 실제로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아니다. 강남점 건물은 깎인 만큼 무너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장부에서만 비용으로 잡힐 뿐이다. 그래서 회사엔 순이익(감가상각까지 다 뺀 숫자)보다 그 194억만큼 많은 현금이 실제로 남는다. 롯데리츠는 바로 그 현금으로 순이익을 넘는 배당을 한다. 배당의 진짜 재원은 '순이익'이 아니라 '순이익에 감가상각을 도로 더한' 현금흐름인 셈이다.

왜 이렇게까지 다 내보내느냐 — 그렇게 해야 세금이 0이 되기 때문이다. 법인세법은 부동산투자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그 금액을 소득에서 빼준다. 벌어들인 걸 회사에 쌓지 않고 거의 다 주주에게 내보내면 과세할 소득이 남지 않아, 제14기 법인세비용도 0이었다. 리츠는 '배당하는 회사'라기보다 '배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릇'에 가깝다는 게 여기서 드러난다. 세금을 아끼려면 쌓지 말고 내보내야 하는 구조다.

이 초과배당이 장부에 남기는 흔적이 결손금이다. 번 것보다 많이 배당하니 이익잉여금은 채워지지 않고 마이너스로 쌓여, 전기 -1,704억에서 제14기 -1,845억으로 더 깊어졌다. 일반 회사에서 이런 숫자가 커지면 자본잠식을 걱정한다. 그런데 롯데리츠에선 정상이다 — 이 결손금은 사업이 적자여서 생긴 게 아니라 벌어들인 것보다 많이 배당해서 생긴 것이고, 깎이는 건 장부상 숫자일 뿐 부동산 실물의 가치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리츠라는 그릇에선 이익잉여금 마이너스가 병이 아니라 몸의 형태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하나 있다. 제14기 순이익이 전기 165억에서 196억으로 18.6% 늘었는데, 이건 본업인 임대가 좋아진 게 아니다. 영업이익은 452억에서 462억으로 2.3% 늘어 사실상 제자리였다. 순이익을 밀어 올린 건 차입금을 낮은 금리로 갈아탄 덕에 이자비용이 8.7% 줄어든 것이다. 임대료는 롯데쇼핑과 맺은 계약으로 거의 고정돼 있으니, 롯데리츠의 순이익을 실제로 흔드는 건 임대가 아니라 조달 금리인 셈이다. 회사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자리는 좁다 — 어떤 부동산을 더 사서 몸집을 키우나(2024년 L7 강남타워와 코람코더원 DF타워 우선주를 편입했다), 그 돈을 빚으로 대나 유상증자로 대나, 배당을 얼마로 유지하나. 그 좁은 재량 안에서 움직이는 회사다.

💡배당의 재원은 순이익이 아니라 '순이익+감가상각'에 가까운 현금흐름이다. 순이익 18.6% 개선도 임대가 아니라 이자비용 8.7% 감소가 만들었다.
옆에 세워 보면

같은 초과배당인데, 장부에 남는 자국은 회사마다 다르다

리츠라는 그릇은 롯데리츠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여러 리츠가 나란히 상장돼 있는데, 이들을 가르는 건 세 가지다 — 무슨 자산을 담느냐, 스폰서와 임차인이 얼마나 한 곳에 쏠렸느냐, 자산을 불릴 돈을 빚으로 대나 유상증자로 대나. 롯데리츠를 이 지형 위에 놓으면 자리가 또렷해진다. 롯데리츠는 리테일(백화점·마트)을 담고, 롯데쇼핑이라는 한 임차인에 83.4%가 쏠려 있으며, 자산 2조5,944억에 부채 1조4,549억으로 자산 대비 부채 비율(LTV)이 약 56%다.

임차인 집중의 반대편에 신한알파리츠가 있다. 신한금융 계열이 세운 오피스 중심 리츠로, 용산·판교 등 여러 오피스와 상업시설에 자산과 임차인을 나눠 담았다. 한 임차인이 나가도 충격이 작은 대신, 롯데처럼 우량 계열이 통째로 임차해주는 데서 오는 강한 안정성은 없다. LTV도 약 46%로 상대적으로 낮고 결손금은 -54억으로 얕다. 롯데리츠가 한 스폰서에 매인 집중형이라면, 신한알파리츠는 정반대의 분산형이다. 같은 오피스 리츠라도 한화리츠는 또 다르다 — 2024년 장교동 한화빌딩을 스폰서 한화생명에게서 8,080억에 사들이며 먼저 빚으로 대금을 치른 뒤 유상증자로 그 빚을 갚는, 자산을 불리는 조달의 순서가 두드러진다.

초과배당이 장부에 남는 방식도 회사마다 갈린다. 롯데리츠는 순이익보다 많이 배당해 결손금이 -1,845억으로 쌓이는데, 같은 대기업 스폰서 리츠인 SK리츠는 초과배당을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에서 대 이익잉여금을 +3,844억(별도)으로 플러스로 유지한다. 똑같이 '번 것보다 많이 배당한다'도 한쪽 장부엔 마이너스로, 다른 쪽엔 플러스로 남는다. 극단은 ESR켄달스퀘어리츠다 — 물류 리츠인 이 회사는 연결 영업이익 259억을 냈지만 차입 이자 280억이 그걸 삼켜 연결 순손실 -34억을 냈는데도 배당을 한다. 감가상각 167억이 비현금이라 현금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순손실인데도 배당하는 이 장면이, '리츠의 배당은 순이익이 아니라 현금흐름에서 나온다'는 규칙을 가장 날것으로 보여준다. 롯데리츠가 우량 리테일 임차인에 묶여 안정적으로 도는 자리에 있다면, 물류·오피스 리츠들은 저마다 업황과 금리에 다르게 출렁인다.

그러니 롯데리츠의 자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담는 자산은 리테일, 임차인은 롯데쇼핑 한 곳에 쏠려 공실 위험은 낮되 롯데쇼핑 신용과 리테일 업황에 운명이 묶인 집중형. 조달은 담보부사채(AA-)와 유상증자를 섞고 LTV는 약 56%. 초과배당의 자국은 결손금으로 남는 쪽. 어느 축에서도 극단에 있지 않지만, 임차인 집중만큼은 동종 가운데서도 유독 짙다.

💡롯데리츠는 리테일·임차인 집중·LTV 56%·결손금형 초과배당의 자리에 있다. 분산형 신한알파리츠, 자본잉여금으로 배당하는 SK리츠, 순손실에도 배당하는 ESR켄달과 나란히 놓으면 그 집중이 도드라진다.
한마디

세운 사람이 세입자이자 주주인, 닫힌 원환

롯데쇼핑이 세운 리츠가 롯데 부동산을 사서 롯데쇼핑에 되빌려주고, 그 임대료를 다시 롯데쇼핑을 포함한 주주에게 배당으로 내려보낸다. 세운 사람이 세입자이고 최대주주이기도 한 이 원환이 롯데리츠라는 그릇의 모양이다. 그 덕에 세입자가 정해져 있어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돌고, 감가상각이 만든 현금으로 매 반기 순이익을 넘는 배당을 내보내며, 법인세는 0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임대수익의 83.4%, 그룹을 합치면 96%가 롯데에 매여 있다는 사실은 안정과 위험이 한 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 감사인이 매번 특수관계자 거래를 핵심 감사 항목으로 짚는 이유가 여기 있다. 롯데쇼핑이 이 회사를 얼마나 계속 지지할지, 리테일 업황과 금리가 어디로 흐를지는 회사가 정할 수 없는 열린 변수다. 그 집중이 강점인지 약점인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한쪽으로 가를 수 없다.

이 회사가 속한 산업 — 리츠
하나의 국면

번 것보다 많이 나눠주는 그릇들

같은 반년을 지난 리츠들의 장부를 나란히 펴보면 이상한 공통점이 하나 눈에 걸린다. 다들 벌어들인 것보다 많이 배당했다. 롯데리츠는 제14기 순이익이 196억인데 주주에게 355억을 나눠줬다 — 159억을 더 얹은 셈이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한술 더 떠서 연결 기준 순손실 -34억, 즉 적자를 냈는데도 배당을 했다. 한화리츠는 이익잉여금이 +185억에서 -449억으로 아예 마이너스로 뒤집혔다. 번 것보다 더 내보냈다는 흔적이다. 서로 담은 자산도 스폰서도 다른 회사들이, 같은 반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게 우연이 아니라 이 산업의 골격이다. 리츠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을 담아 임대료를 받아 나눠주기 위해 존재하는 그릇이다.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내보내면 법인세가 0이 되는 규칙이 있어서 — 롯데리츠 제14기 법인세도 실제로 0이다 — 벌어서 쌓는 게 아니라 벌어서 비우는 쪽으로 설계돼 있다. 게다가 부동산은 회계상 해마다 조금씩 장부에서 깎이는데(롯데리츠 감가상각 194억, ESR 167억), 이건 실제로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아니다. 백화점 건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까. 그래서 회사엔 순이익 숫자보다 현금이 그만큼 더 남고, 그 현금으로 순이익을 넘는 배당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벌써 균열이 하나 보인다. SK리츠는 순이익보다 많이 배당하는 건 같은데 이익잉여금이 +3,844억으로 플러스다. 초과배당을 이익이 아니라 자본잉여금에서 대기 때문이다. 같은 '많이 나눠준다'가 장부엔 저마다 다르게 남는다.

💡리츠는 배당하는 회사가 아니라 배당하려고 존재하는 그릇이라, 순이익보다 많이 배당하고 장부에 결손금을 쌓는 게 이 산업에선 병이 아니라 정상이다.
왜 다른 결과

같은 그릇, 극과 극으로 갈린 결과

다들 초과배당을 한다는 공통점 아래로 한 겹만 들어가면, 결과는 극과 극이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연결 영업수익 596억에 영업이익 259억까지는 멀쩡했는데, 차입 이자로 나가는 금융비용 280억이 그 영업이익을 통째로 삼켜 순손실 -34억으로 주저앉았다. 임대는 되는데 이자를 갚고 나니 적자였다는 얘기다. 반대편에 신한알파리츠가 있다. 영업수익 365억에 순이익 211억,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약 46%로 낮고 결손금도 -54억에 그친다. 롯데리츠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순이익 196억을 냈다. 같은 반년, 같은 초과배당의 방을 지났는데 한쪽은 이자에 눌려 적자, 한쪽은 얕은 결손에 안정적인 흑자다.

왜 이렇게 갈리나. 임대료가 들어오고 이자가 나가고 배당이 나가는 흐름 자체는 모든 리츠가 똑같이 겪는다. 결과를 가른 건 그 흐름이 아니라, 각 회사가 몇 년 전에 골라서 굳혀놓은 골격이다. 무엇을 그릇에 담을지, 세입자를 누구로 정할지, 몸집을 빚으로 불릴지 새 주식으로 불릴지 — 이런 선택들이 지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지금의 결과를 정한다. 이 산업을 실제로 가르는 두 개의 갈림길이 있다. 하나는 무슨 자산을 담고 누구에게 빌려줬느냐, 다른 하나는 그 자산을 어떻게 불리고 배당을 어디서 대느냐다.

가르는 축 ①

첫째 갈림길 — 무엇을 담고 누구에게 매였나

롯데리츠는 이 첫째 갈림길에서 가장 극단으로 걸어간 회사다. 임대수익을 임차인별로 쪼개면 그 83.4%인 577억이 롯데쇼핑 한 곳에서 나온다. 롯데그룹 전체로 넓히면 96%다. 롯데백화점 강남점도, 롯데마트도 롯데쇼핑에서 사다가 다시 롯데쇼핑에 통째로 장기 임대로 되빌려주고(김포물류센터는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되빌려준다), 세입자가 나갈 일이 없다. 공실 걱정이 없다는 건 임대료가 도는 속도가 어지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그 대가로 회사의 운명이 롯데쇼핑의 신용과 리테일 업황에 통째로 묶인다. 감사인이 짚은 핵심 감사 항목도 이 특수관계자 거래다. 2019년 롯데쇼핑이 스폰서로 세우며 택한 이 집중은, 안정을 얻는 대신 분산을 포기한 선택이었다.

가지 않은 길은 옆에 실제로 서 있다. 신한알파리츠는 용산·판교 등 여러 오피스에 자산과 임차인을 나눠 담았다. 한 세입자가 나가도 충격이 작은 대신, 롯데처럼 우량 계열사가 통째로 책임지는 마스터리스의 강한 안정성은 없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물류센터를 담아 이커머스·유통사에 빌려주는데, 세입자가 우량 대기업으로 고정된 롯데와 달리 물류 업황과 금리에 더 출렁인다 — 앞서 이자에 눌려 적자가 난 게 그 출렁임의 결과다. 담은 자산이 리테일이냐 오피스냐 물류냐, 세입자가 한 곳이냐 여럿이냐가 이렇게 노출을 정한다. 지금 롯데리츠가 누리는 '세입자 걱정 없음'은 한때 '한 곳에 몰빵'이라는 위험을 함께 사들인 자리다. 강점과 약점이 같은 곳에서 나온다.

💡롯데리츠의 83.4% 집중은 공실 없는 안정과 롯데쇼핑에 묶인 운명이 한 몸인 선택이고, 분산을 택한 신한알파나 물류를 택한 ESR은 각각 다른 안정과 다른 위험을 함께 골랐다.
가르는 축 ②

둘째 갈림길 — 어떻게 불리고 배당을 어디서 대나

첫째 갈림길이 비슷해도 결과는 또 한 번 갈린다. 리츠는 부동산을 계속 사들이며 몸집을 키우는데, 그 돈을 빚으로 대면 자산 대비 부채가 올라가고 새 주식을 찍어 대면 주식 수가 늘어 한 주당 돌아가는 배당이 얇아진다. 이 선택이 장부에 자산 대비 부채 비율로 남는다. 롯데리츠는 약 56%, SK리츠는 약 63%, ESR켄달은 약 59%, 한화리츠는 약 55%, 신한알파리츠는 약 46%다. 조달의 방식도 회사마다 다르다. 한화리츠는 2024년 장교동 한화빌딩을 스폰서에게서 8,080억에 사들이며 자산을 두 배로 키웠는데, 먼저 빚으로 대금을 치른 뒤 1억 주 넘는 새 주식을 찍어 그 빚을 갚는 순서를 밟았다. ESR켄달은 자본금을 2,130억에서 2,460억으로 늘리며 자산을 불렸다. 몸집을 키우는 엔진이 저마다 다르게 돌아간다.

같은 초과배당도 장부에 남는 자국이 다르다는 게 여기서 결정적으로 갈린다. 롯데리츠는 순이익보다 많이 배당한 결과 결손금이 -1,704억에서 -1,845억으로 더 깊어졌다. 일반 회사라면 자본잠식을 걱정할 마이너스지만, 이건 사업이 적자여서가 아니라 벌어들인 것보다 많이 배당해서 생긴 자국이고 부동산 실물은 그대로 있으니 리츠에선 정상이다. 그런데 앞서 짚었듯 SK리츠는 같은 초과배당을 자본잉여금에서 대며 이익잉여금을 +3,844억으로 플러스로 유지한다. 롯데는 결손금이 쌓이는 쪽을, SK는 결손금이 안 쌓이는 쪽을 골랐다 — 다만 이게 순수한 선택인지 모자형 구조와 조달 이력이 만든 기계적 결과인지는 이 재료만으론 깨끗이 갈리지 않는다. 확실한 건, 같은 '많이 나눠준다'가 회사마다 다른 흔적으로 굳는다는 사실이다.

💡자산을 빚으로 불리느냐 새 주식으로 불리느냐, 초과배당을 이익에서 대느냐 자본잉여금에서 대느냐가 리츠마다 장부의 모양을 갈라놓는다.
그래서 이 회사는

그래서 롯데리츠는 — 좁은 재량 안에서

두 갈림길을 롯데리츠에 겹쳐 보면, 이 회사가 공통 국면만 지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자기만의 사정을 한 겹 더 얹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리테일 마스터리스의 극단이라는 첫째 자리와, 결손금을 쌓으며 자산 대비 부채 약 56%로 몸집을 굴리는 둘째 자리가 겹쳐, 롯데리츠의 운명은 임대료가 도는 안정 위에 롯데쇼핑이라는 단 하나의 존재로 수렴한다. 그런데 이 회사가 정작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를 따져보면 그 폭이 놀랄 만큼 좁다. 임대료는 롯데쇼핑과 맺은 책임임대차 계약으로 거의 고정돼 있고, 금리도 롯데쇼핑의 실적도 롯데리츠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 반년의 숫자가 그 좁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순이익이 196억으로 전기보다 18.6% 늘었는데, 정작 본업인 임대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은 462억으로 2.3% 늘어 사실상 제자리였다. 순이익을 끌어올린 건 임대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차입금을 낮은 금리로 갈아탄 덕에 이자가 8.7% 줄어든 것이었다. 리츠의 순이익을 실제로 흔드는 게 임대가 아니라 조달 금리인 경우가 많다는 게 이 대목에서 그대로 보인다 — 그리고 그 금리조차 시장이 정하지 롯데리츠가 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사이에서 무엇이 깎였고 어떤 이자가 어떻게 줄었는지, 그 아래 단계까지는 이 공시만으론 다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 재량이 닿는 자리는 어디였나. 장부로 확인되는 건 세 가지다. 어떤 부동산을 더 사서 몸집을 키우느냐 — 2024년 L7 강남타워와 DF타워 우선주를 담았다. 그 돈을 빚으로 대느냐 새 주식으로 대느냐 — 빚이면 부채 비율이 오르고 새 주식이면 주당 배당이 얇아지는 갈림길이다. 그리고 배당을 얼마로 유지하느냐. 임대료도 금리도 스폰서의 실적도 받아든 조건이었고, 회사가 손을 댈 수 있었던 건 이 좁은 세 칸이다. 남은 선택지의 크기 자체가 이 회사가 선 자리를 말해준다. 스폰서가 세우고, 임차인으로 남고, 최대주주이기도 한 롯데쇼핑이 만드는 이 닫힌 원환 안에서 — 83.4%라는 집중이 앞으로 강점으로 읽힐지 약점으로 읽힐지는, 롯데쇼핑과 리테일 업황이 어느 쪽으로 흐르느냐에 걸린 아직 열린 물음이다.

이 이야기가 근거한 공시
최근 신호
출처
주가·투자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움직임을 읽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공시·재무제표에서 뽑아 재서술했으며, 원문은 각 공시 출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