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FY2025 (~2026 상반기) · 공시로 읽는 이야기
정적 실체국내 최대 석유화학사(NCC 장치산업·여수·대산·울산) · 롯데지주 25.31%+롯데물산 20% 롯데그룹 지배 · 4년 연속 영업적자 · KOSPI
재무 좌표FY2025 매출 18조4,830억 (-7.1%) · 영업손실 -9,431억 (전년 -9,145억·4년 연속) · 순손실 -2조4,762억 (전년 -1조8,256억·확대) · 세전손실 -2조7,100억 · 부채비율 77% · 감가상각+무형상각 7,031억 · 배당 210억(주당 500원·적자에도 유지)
└ mycpa 측정 렌즈
📄이 이야기는 FY2025 (~2026 상반기)의 DART 공시를 근거로 재서술한, 하나의 읽기입니다
행적 타임라인 — 이 회사가 공시로 남긴 발자국
◀ 바깥에서 온 압력회사가 낸 신호 ▶
이 회사, 뭐 하는 곳인가 · 어디서 왔나

납사와 제품 사이, 그 좁은 틈에서 버는 회사

롯데케미칼이 뭘 하는 회사인지부터 발을 딛고 시작하자. 여수·대산·울산에 거대한 납사분해설비, 흔히 NCC라 부르는 공장을 세워 놓고, 원유에서 뽑아낸 납사라는 원료를 넣어 에틸렌·프로필렌을 만들고, 그걸로 다시 PE·PP 같은 범용 플라스틱을 찍어 파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사다. 여기서 꼭 붙들어야 할 게 하나 있다. 이 회사의 손익을 정하는 건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납사(원료)를 사서 제품을 팔 때 그 사이에 남는 가격차'다. 이 가격차를 스프레드라고 부른다. 화학이라는 장사의 심장이 바로 이 좁은 틈이다.

한 번 지은 NCC는 팔든 못 팔든 매년 장부에서 조금씩 깎여나가는 거대한 고정비다. FY2025 한 해에만 설비와 무형자산이 7,031억씩 상각됐다. 이 구조가 양날이다.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면 그 거대한 설비가 이익을 몇 배로 불리는 지렛대가 되지만, 스프레드가 무너지면 똑같은 설비가 그대로 적자의 무게로 돌아온다. 실제로 코로나 직후 수요가 몰린 2021년, 롯데케미칼은 1조5,356억을 벌었다. 스프레드가 활짝 벌어지자 대형 설비가 지렛대로 작동한 해였다.

그리고 이 회사 위에는 롯데그룹이 있다. 롯데지주 25.31%, 롯데물산 20%, 일본 롯데홀딩스 9.19% 등 특수관계인이 54.58%를 쥐고 신동빈 회장이 지배한다. 슈퍼사이클의 정점에서 벌어 설비를 키웠던 이 회사가, 지금은 그 설비를 감당하는 자리에 서 있다. 2022년 첫 영업적자 이후 지금까지가 그 이야기다.

💡롯데케미칼은 NCC 설비로 납사와 제품의 가격차(스프레드)를 벌어 사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사이고, 그 거대한 설비는 스프레드가 좋을 땐 지렛대, 무너지면 고정비의 무게가 된다.
지금 무슨 일이야

2.48조 손실이라는 머리기사, 그런데 영업손실은 그 절반도 안 된다

2026년 3월 4일 나온 FY2025 성적표를 펼쳐보자. 매출 18조4,830억으로 전년보다 7.1% 줄었고, 순손실은 -2조4,762억. 전년 순손실 -1조8,256억에서 더 벌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4년 연속 적자에 손실이 조단위로 커진 화학사'라는 한 줄로 정리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같은 성적표 안에 이상한 숫자가 하나 있다. 본업의 성적인 영업손실은 -9,431억이다. 순손실이 영업손실의 2.6배다.

이 간극이 이 회사를 읽는 열쇠다. 회사가 손익구조 공시에서 밝힌 변동 원인도 정확히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석유화학 시황 부진으로 매출 및 손익 감소' — 이건 무대 위, 본업 스프레드의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자산손상 등에 따른 감소' — 이건 무대 밖의 이야기다. 순손실 2.48조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힘이 겹쳐 찍힌 숫자다.

💡FY2025 순손실 -2조4,762억은 영업손실 -9,431억의 2.6배로, 회사 스스로 원인을 '시황 부진'(본업)과 '자산손상'(본업 밖) 두 갈래로 갈라 밝혔다.
이 회사의 진짜 움직임

판다고 남는 게 1.4%, 그 위에 손상과 이자가 얹혔다

먼저 무대 위, 본업의 이야기를 확대해 보자. 매출 18조4,830억에서 매출원가 18조2,210억을 빼면 매출총이익은 단 2,620억이다. 매출의 1.4%. 18조어치를 팔아 남는 게 2,620억뿐이라는 건, 이 회사가 사는 근거였던 그 좁은 틈, 스프레드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뜻이다. 슈퍼사이클이던 2021년과는 아예 자릿수가 다르다. 여기에 판관비를 더 빼면 영업손실 -9,431억. 중국이 대규모 증설로 공급을 쏟아낸 구조적 공급과잉이 그 시황의 정체다. 여기까지는 시황이 정하는 몫, 회사가 재량으로 어쩌지 못하고 '몰린' 자리다.

이제 무대 밖. 영업손실 -9,431억 위에 두 개의 무게가 더 얹힌다. 자산손상 등 기타영업외비용이 1조4,254억, 차입에 붙는 이자가 8,664억. 이 둘이 세전손실을 -2조7,100억까지 밀어내렸다. 자산손상이란 설비 같은 자산의 장부가치가 지금 그만한 값어치를 못 한다고 판단해 그 차이를 한꺼번에 비용으로 깎아 인식하는 것이다. 2021년 벌어서 키운 설비가, 스프레드가 무너진 지금 매년 상각되는 고정비이자 손상의 대상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유형자산 장부가는 한 해 사이 16.08조에서 14.59조로 줄었다.

손실의 크기는 회사가 고른 게 아니다. 스프레드가 얼마나 무너질지, 손상을 얼마나 잡아야 할지는 시황과 회계 규칙이 정한다. 다만 그 국면에서 회사가 재량으로 택한 자리가 있다. 적자가 이어지며 무보증사채 14종에 걸린 재무약정 — 원리금을 다 갚을 때까지 EBITDA를 이자의 5배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약속 — 을 지키지 못하자, 회사는 부도로 가는 대신 사채권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그 약정 위반을 '빚을 즉시 갚아야 하는 사유'로 삼지 않기로 하는 결의를 받아, 2025년 1월 2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인가로 확정했다. 상환 압박을 협상으로 미룬 선택이다. 그리고 하나 더. 순손실 2.48조 속에서도 210억, 주당 500원을 끊지 않았다. 적자에 배당을 남긴 것이 롯데그룹 지배 아래 환원 기조를 지키려는 것인지 다른 계산인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본업 스프레드는 매출총이익률 1.4%까지 눌려 '몰린' 자리지만, 재무약정 위반을 사채권자집회로 유예하고 적자에도 배당 210억을 남긴 것은 회사가 재량으로 '택한' 자리다.
그때 그 공시, 지나고 보니

'한 번의 재무 관리'로 보였던 그날

2025년 1월 20일의 그 공시 — 사채권자집회로 법원 인가를 받은 사건 — 를 다시 꺼내 보자. 그때는 이걸 '한 번의 재무 관리'쯤으로 읽을 수도 있었다. 약정은 못 지켰지만 사채권자들과 협의해 상환 압박을 넘겼으니, 다운사이클을 지혜롭게 관리한 한 컷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를 보면 달리 읽힌다. 순손실은 -1조8,256억에서 -2조4,762억으로 더 벌어졌고, 급기야 주력 사업장인 여수공장을 떼어 경쟁사와 합치는 통폐합에까지 이르렀다. 지나고 보면 그 유예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스프레드 붕괴가 손익을 넘어 재무구조의 약속까지 갉기 시작한 첫 균열의 신호였다. 균열이 처음 보일 때 그것이 균열인지 흠집인지 가리기 어렵다는 것 — 지금 이 회사의 어떤 신호를 두고도 똑같이 되물어야 할 대목이다.

💡2025년 1월 사채권자집회 유예는 그때는 '한 번의 재무 관리'로 보였지만, 이후 순손실 확대와 여수공장 통폐합으로 이어진 걸 보면 재무약정까지 번진 균열의 첫 신호였다.
옆에 세워 보면

같은 스프레드 붕괴, 극과 극으로 갈린 다섯 회사

FY2025는 화학 5사가 다 함께 지난 국면이다. 중국이 증설로 공급을 쏟아내며 스프레드가 구조적으로 무너졌고, 매출은 다 같이 줄었다 — 롯데케미칼 -7.1%, LG화학 -5.7%, 금호석유화학 -3.4%. 그런데 결과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롯데케미칼이 영업손실 -9,431억에 순손실 -2.48조로 적자의 골에 있는 동안,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 2,718억· 2,909억 흑자를 지켰고, 대한유화는 오히려 영업이익 527억으로 흑자 전환했다.

무엇이 갈랐나. 첫째는 '무엇에 몸을 댔나'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둘 다 범용 NCC에 순수하게 노출됐지만,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NB라텍스 같은 차별화 제품 비중이 커 범용 스프레드 붕괴를 상대적으로 비껴갔다.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와 첨단소재로 완충해 연결 영업이익 1.18조 흑자를 지켰다. 다만 LG화학조차 순이익은 자산손상으로 -9,771억 적자 전환했다 — 롯데케미칼에서 본 그 구도, 영업과 순익이 서로 다른 힘에 움직인다는 게 여기서도 되풀이된다.

둘째는 규모와 재무다. 여기서 가장 날카로운 거울은 대한유화다. 롯데케미칼과 똑같은 순수 NCC 범용인데, FY2025 매출이 오히려 19.6% 늘고 흑자로 돌아섰다. 은 30%로 무차입에 가깝다. 반대로 대형에 빚이 무거운 롯데케미칼은 다운사이클이 재무약정을 깨뜨리고 국가 주도 설비 통폐합으로까지 몰렸다. 부채비율 196%로 5사 중 가장 무거운 한화솔루션은, 그래서 롯데케미칼과 함께 여수 NCC 통폐합의 파트너다. 같은 사업·같은 스프레드 국면인데 규모(대형 vs 소형)와 재무(고부채 vs 무차입)가 결과를 정반대로 갈랐다. 단, 대한유화 흑자 전환의 정확한 동인이 제품 믹스인지 가동인지 일회성인지까지는 이 자료로 단정할 수 없다.

💡같은 스프레드 붕괴를 지나도 차별화 제품(금호석유화학)·다각화(LG화학)·저부채 소형(대한유화)은 견뎠고, 순수 범용에 대형·고부채인 롯데케미칼은 재무약정 붕괴와 설비 통폐합까지 몰렸다.
한마디

가장 낮은 골에서, 설비를 쪼개고 합치며

그래서 지금 롯데케미칼이 선 자리는 이렇다. 2026년 7월 20일, 홀로 과잉을 감당하는 대신 여수공장을 물적분할해 경쟁사인 한화솔루션·DL케미칼의 여천NCC와 합치는 국가 주도 통폐합을 승인받았다. 앞서 6월엔 대산 부문도 떼어냈다. 경쟁사가 곧 합병 상대가 되는, 설비를 합쳐 줄이는 길을 택한 것이다. 슈퍼사이클에 벌어 키운 설비가 손상의 대상으로 돌아온 골짜기에서, 회사는 재무약정을 협상으로 유예하고, 공장을 쪼개 경쟁사와 합치고, 적자에도 배당을 남기며 다음 사이클을 맞을 자리를 고르고 있다. 통합법인이 실제로 스프레드와 손익을 얼마나 돌려놓을지, 그 스프레드가 언제 돌아올지는 중국 증설의 속도에 달려 있어 이 공시들만으로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는다. 화학의 이야기는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좁혀지는 사이클을 반복하고, 롯데케미칼은 지금 그 가장 낮은 골에 서 있다.

이 회사가 속한 산업 — 화학
하나의 국면

납사와 제품 사이, 그 얇아진 틈

화학이라는 사업이 도는 방식을 먼저 그려보자. 여수·대산·울산 같은 단지에 거대한 납사분해설비를 세우고, 원유에서 뽑아낸 납사를 그 안에 넣어 에틸렌·프로필렌을 만들고, 다시 PE·PP 같은 범용 플라스틱으로 바꿔 판다. 여기서 회사의 운명을 정하는 건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다. 원료로 들어간 납사값과 팔리는 제품값 사이의 가격차 — 업계는 이걸 스프레드라 부른다. 이 틈이 벌어지면 톤마다 이익이 쌓이고, 좁아지면 아무리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 FY2025는 그 틈이 무너진 해였다. 중국이 대규모 증설로 제품을 쏟아내자 공급이 넘쳤고, 스프레드는 구조적으로 눌렸다.

같은 공기 속에서 다섯 회사의 매출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18조4,830억(-7.1%), LG화학 45조9,322억(-5.7%), 금호석유화학 6조9,151억(-3.4%)은 뒤로 밀렸는데, 한화솔루션은 13조3,331억(+7.6%), 대한유화는 3조3,478억(+19.6%)으로 오히려 늘었다. 그러니 '모두가 똑같이 매출이 줄었다'는 식으로 이 국면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이미 틀린다. 다섯이 함께 지나는 건 매출의 방향이 아니라, 스프레드가 무너졌다는 원료·제품 가격차의 국면 그 자체다. 같은 방에 있어도, 그 방의 공기가 각자의 폐에 닿는 깊이는 이미 여기서부터 갈리기 시작한다.

💡화학의 손익은 판매량이 아니라 납사와 제품 사이의 가격차가 정한다 — FY2025엔 그 틈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무너졌고, 다섯 회사는 매출 방향은 제각각이어도 같은 스프레드 국면을 함께 지난다.
왜 다른 결과

매출 한 겹 아래, 극과 극으로 벌어진 성적표

매출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안 온다. 한 겹 아래로 들어가 '팔아서 실제로 남긴 게 얼마냐'를 보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9,431억에 순손실 -2조4,762억으로 적자의 가장 깊은 골에 있고,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 2,718억·순이익 2,909억 흑자를 지켰다. 대한유화는 영업이익 527억·순이익 559억으로 아예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스프레드 붕괴를 지나는데, 한쪽은 조 단위로 무너지고 다른 쪽은 흑자를 쥐고 있다.

가장 날카롭게 어긋나는 두 회사를 나란히 세워보면 질문이 선명해진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둘 다 순수한 납사분해설비 기반의 범용 회사다. 파는 물건도, 맞은 국면도 같다. 그런데 한쪽은 -2조4,762억, 다른 쪽은 +559억이다. 사업이 같은데 결과가 이렇게 정반대라면, 원인은 '무엇을 파느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에 LG화학이라는 또 하나의 결이 더해진다 — 연결 영업이익은 1조1,809억 흑자인데 순이익은 -9,771억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과 순익이 서로 다른 힘에 끌려간 것이다. 같은 국면, 벌어질 대로 벌어진 결과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회사가 과거에 어디에 자리를 잡았고, 얼마나 무겁게 짐을 지고 그 자리에 섰느냐 — 두 개의 축이다.

💡같은 스프레드 붕괴 국면인데 롯데케미칼은 순손실 -2조4,762억, 금호석유화학은 순이익 +2,909억, 대한유화는 +559억으로 갈렸다. 특히 같은 순수 NCC인 롯데와 대한유화가 정반대라, 결과를 가른 건 사업 종류만이 아니다.
가르는 축 ①

무엇에 몸을 대기로 했는가 — 슈퍼사이클의 청구서

첫째 축은 회사가 어떤 제품에 자신을 노출시켜뒀느냐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범용 플라스틱에 순수하게 매여 있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그 지렛대를 온전히 누리고, 무너지면 완충 없이 그대로 맞는 자리다. 반대편엔 방벽을 세워둔 회사들이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와 첨단소재로 범용 석화의 적자를 상쇄해 연결 영업이익 1조1,809억 흑자를 지켰고,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을 곁에 뒀다. 금호석유화학은 타이어용 합성고무와 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같은 차별화 제품 비중이 커서, 범용 스프레드가 무너지는 자리를 상대적으로 비껴갔다. 매출 6조9,151억으로 규모는 롯데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데 영업이익 2,718억을 남긴 건, 애초에 무너지는 그 틈에 몸 전부를 걸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롯데케미칼이 순수 범용에 노출된 그 자리는 불운이 아니라 선택의 흔적이다. 슈퍼사이클이던 2021년, 이 회사는 영업이익 1조5,400억을 벌었다. 그 이익을 낳은 게 바로 대규모 범용 설비였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던 시절엔 거대한 설비가 이익을 크게 부풀리는 지렛대였고, 그때 회사는 그 지렛대를 더 키웠다. 금호처럼 차별화 제품 비중이 커 범용의 폭발적 상방을 일부만 쥐는 자리와, 롯데처럼 범용에 무게를 실은 자리는 애초에 다르다. 상방을 온전히 가진다는 건 하방도 온전히 진다는 뜻이다. 2021년의 이익을 낳은 설비는 지금 매년 7,031억씩 상각되는 고정비가 되어, 팔든 못 팔든 장부를 눌러 앉힌다. 유리하던 자리가 이번엔 청구서로 돌아왔다.

💡롯데케미칼의 순수 범용 노출은 2021년 영업이익 1.54조를 벌던 설비를 키운 과거 선택의 결과다 — 그 상방을 온전히 누린 대가로 스프레드가 무너진 지금 하방도 완충 없이 진다. 금호는 차별화로 그 상방 일부를 포기하고 이번 국면을 비껴갔다.
가르는 축 ②

같은 물건을 파는데, 규모와 빚이 갈랐다

첫째 축만으로는 롯데와 대한유화의 정반대 성적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 둘 다 순수 범용이니까. 그래서 둘째 축이 필요하다 — 규모와, 그 규모를 무엇으로 떠받쳤는가다. 대한유화는 울산 온산에 NCC 하나를 둔 작은 회사다. 부채비율 30%, 무차입에 가깝다. 롯데케미칼은 여수·대산·울산에 걸친 국내 최대 석유화학사다. 부채비율은 77%로 숫자만 보면 무거워 보이지 않지만, 현금성 자산 1조8,700억을 웃도는 차입을 안고 있어 이자로만 한 해 8,664억(금융비용)을 문다. 같은 스프레드 붕괴가 작고 가벼운 몸에는 견딜 만한 바람이고, 크고 빚 실린 몸에는 재무 계약을 깨뜨리는 파열이 된다.

그 파열이 실제로 일어났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무보증사채엔 '원리금을 다 갚을 때까지 EBITDA를 이자의 5배 이상 유지한다'는 재무약정이 걸려 있었는데, 적자가 이어지며 그 배수를 지키지 못했다. 약정을 어기면 채권자가 빚을 즉시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몰린다. 규모가 낳은 무게가 여기서 드러난다. 이 축의 반대편 끝엔 한화솔루션이 있다 — 석유화학 적자에 태양광 투자까지 빚으로 끌어 부채비율 196%, 다섯 중 가장 무겁다. 그리고 금호석유화학(36%)과 대한유화(30%)는 에 가까운 몸으로 같은 국면을 견딘다. 다만 여기서 정직하게 멈출 지점이 있다. 대한유화의 흑자 전환이 가벼운 재무 덕인지, 제품 믹스나 가동률·일회성 요인 때문인지는 이 자료만으로 딱 잘라 나눌 수 없다. 확인되는 건 '같은 사업·같은 스프레드인데 규모와 빚이 반대편에 서 있었고, 결과가 갈렸다'는 사실까지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같은 순수 NCC인데, 대형·차입(이자 8,664억, 재무약정 위반)과 소형·무차입(부채비율 30%)이라는 둘째 축이 결과를 갈랐다 — 다만 대한유화 흑자 전환의 정확한 동인까지는 이 자료로 단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회사는

가장 낮은 골에서, 설비를 쪼개고 합치며 고르는 중

두 축을 롯데케미칼에 겹쳐보면 자리가 또렷해진다. 무너지는 범용 스프레드에 완충 없이 노출됐고(첫째 축), 그 노출을 국내 최대 규모의 차입 실린 설비로 떠받쳤다(둘째 축). 그래서 이 회사는 공통 국면만 지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자기만의 구조가 한 겹 더 얹혀 있다. 순손실 -2조4,762억이 영업손실 -9,431억의 2.6배로 벌어진 게 그 증거다. 스프레드가 소멸해 매출총이익이 매출의 1.4%(2,620억)까지 눌린 본업의 몫과, 설비 장부가치를 깎는 자산손상 등 기타영업외비용 1조4,254억에 이자 8,664억이 얹힌 영업 밖의 몫 — 두 이야기가 한 숫자에 포개져 있다. 이 두 갈래를 갈라 읽지 않으면 '2.48조 손실'이라는 머리기사가 무엇 때문인지 놓친다.

여기서 재량이 어디까지였는지를 갈라보자. 스프레드가 얼마나 무너질지, 손상을 얼마나 인식해야 할지 — 손실의 '크기'는 시황과 회계 규칙이 정한, 회사가 몰린 영역이다. 반면 그 국면에서 무엇을 따내고 현금을 어디에 쓸지는 회사가 쥔 몫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재무약정 위반이 곧 빚 상환 요구로 번지는 대신, 사채권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 위반을 부도 사유로 삼지 않기로 하는 결의를 받아냈다(2025년 1월 20일 서울동부지법 인가). 상환 압박을 협상으로 미룬 것이다. 또 산업 전체의 과잉을 홀로 안는 대신 여수공장을 떼어내(물적분할) 경쟁사인 한화솔루션·DL케미칼의 여천NCC와 합치는 국가 주도 통폐합에 들어갔다(2026년 7월 20일 승인). 어제의 경쟁사가 합병 상대가 되어, 설비를 합쳐 줄이는 길이다. 앞서 한화솔루션을 다섯 중 가장 무거운 재무의 예로 짚었는데, 그 회사가 바로 이 통합의 파트너로 같은 방에 선다.

그러면서도 순손실 2.48조 속에서 배당 210억(주당 500원)을 끊지 않았다. 적자 국면에 배당을 남긴 건 그 자체로 하나의 선택이지만, 그것이 롯데지주 25.31%·롯데물산 20%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아래 주주환원 기조를 지키려는 것인지 다른 계산인지는 이 자료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동기를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단정하지 않고, 여기서 경계를 긋는다. 마찬가지로 사채권자집회로 번 시간이 회생의 시간이 될지, 통합법인이 실제로 스프레드와 손익을 돌려놓을지도 아직 열려 있다. 통합법인은 이제 출범을 앞두고 있고, 스프레드가 언제 돌아올지는 결국 중국 증설의 속도에 달려 있어 지금의 공시들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화학의 이야기는 그 가격차가 벌어지고 좁혀지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지금 롯데케미칼은 그 가장 낮은 골에서, 슈퍼사이클에 키운 설비를 쪼개고 합치며 다음 사이클을 어떻게 맞을지를 고르고 있다.

이 이야기가 근거한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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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투자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움직임을 읽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공시·재무제표에서 뽑아 재서술했으며, 원문은 각 공시 출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