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FY2025 · 공시로 읽는 이야기
정적 실체아연·연을 제련하며 금·은 귀금속과 전략광물을 함께 뽑아내는 비철 제련사. 영풍 41.13%·한국기업투자홀딩스 36.92%(MBK 측)와 최윤범 17.72%·크루시블제이브이 10.59%(백기사)가 지분을 놓고 맞선 경영권 분쟁 한복판에 있다.
재무 좌표매출 165,879억(+37.6%)·영업이익 12,319억(+70.3%)·순이익 7,702억(전기 3,047억)·이익잉여금 63,792억(전기 74,373억)·현금 34,511억(전기 8,938억)·차입금 및 사채 60,841억
└ mycpa 측정 렌즈
📄이 이야기는 FY2025의 DART 공시를 근거로 재서술한, 하나의 읽기입니다
행적 타임라인 — 이 회사가 공시로 남긴 발자국
◀ 바깥에서 온 압력회사가 낸 신호 ▶
이 회사, 뭐 하는 곳인가 · 어디서 왔나

아연을 녹이면 금·은도 함께 나온다, 그리고 지분 싸움도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납)을 제련해서 파는 회사다. 광석을 녹여 금속을 뽑아내는 대규모 장치산업인데, 이 회사의 특징은 아연·연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정광을 녹이는 과정에서 금과 은 같은 귀금속, 그리고 전략광물이 함께 딸려 나온다. 그래서 이 회사의 실적은 아연값 하나가 아니라 금·은 시세와 판매량까지 얹혀서 움직인다. FY2025에 매출 16조5,879억이 전년보다 37.6% 늘어난 것도, 이 부산물들의 값과 물량이 오른 상승 국면을 정확히 탄 결과다.

그런데 이 회사를 이해하려면 제련소 굴뚝만 봐서는 안 된다. 지분 구조가 둘로 쪼개진 채 서로 맞서 있기 때문이다. 한쪽엔 영풍이 41.13%, MBK가 관여하는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36.92%를 들고 서 있고, 맞은편엔 최윤범 측 17.72%와 백기사로 들어온 크루시블제이브이 10.59%가 선다. 사업보고서 기준 최대주주는 영풍 측 (유)와이피씨로 32.88%를 쥐고 있지만, 경영은 최윤범 측이 쥐고 있다. 최대주주와 경영을 쥔 쪽이 갈라져 있는, 한국에서 가장 큰 경영권 분쟁 한복판에 이 회사가 놓여 있다.

그러니 이 회사의 평소 모습이라는 건 두 겹이다. 겉으로는 비철 사이클을 타는 제련사고, 안으로는 번 돈을 어디에 쓸지가 두 진영의 힘겨루기로 정해지는 회사다. 이 두 겹이 어긋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이번 한 해의 이야기다.

💡아연·연에 금·은이 딸려 나오는 제련사이면서, 동시에 지분 1등과 경영권이 갈라진 대형 경영권 분쟁의 무대.
지금 무슨 일이야

사상급 실적을 낸 해에, 쌓아둔 돈은 1조 넘게 줄었다

2026년 3월에 나온 한 해 성적표만 떼어놓고 보면 이보다 좋기 어렵다. 매출 16조5,879억에 은 1조2,319억으로 70.3% 뛰었고, 은 3,047억에서 7,702억으로 2.5배가 됐다. 제련 마진이 좋아지면서 팔아서 남긴 몫(매출총이익)이 1조1,408억에서 1조8,015억으로 불어난 게 밑바탕이다. 같은 시기 철강 쪽이 중국발 공급과잉에 눌려 이익이 깎인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같은 성적표의 다른 페이지에 이상한 숫자가 있다. 회사가 그동안 벌어서 안에 쌓아둔 몫, 이익잉여금이 7조4,373억에서 6조3,792억으로 1조580억이 줄었다. 번 돈이 사상급인 해에 쌓아둔 잔고는 오히려 비었다. 순이익 숫자와 잉여금 숫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이 회사의 진짜 이야기가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재무상태표 쪽에 있다는 신호다.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은 모두 뛰었는데 쌓아둔 이익잉여금은 1조580억 줄었다 — 손익과 재무상태표가 서로 반대로 움직인 해.
이 회사의 진짜 움직임

번 돈은 유보로 쌓이지 않고 지분을 지키는 데로 흘렀다

잉여금이 줄어든 자리를 따라가면 두 갈래가 나온다. 한 해 으로 3,095억이, 소각으로 990억이 여기서 빠져나갔다. 특히 배당은 그 해 번 이익보다 많았다 — 재작성 후 기준 배당성향이 113.6%다.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몫을 주주에게 나눠줬다는 뜻이다. 상승 사이클로 번 돈을 안에 쌓아두는 대신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선택이 여기서 시작된다.

그 흐름의 규모를 보여주는 숫자는 자기주식 공개매수다. 회사는 자기 주식을 2조1,276억어치 사들였다. 그 해 순이익 7,702억의 세 배에 가까운 돈이다. 이렇게 사들인 자기주식 중 2,040,030주는 그해 안에 전량 태워 없앴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엔 정반대 동작이 나온다 — 신주 2,209,716주를 새로 찍어 백기사 크루시블제이브이에게 넘기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쪽에선 주식을 태워 없애고 다른 쪽에선 새로 찍어 우군에게 넘긴다. 방향이 완전히 반대인 두 자본거래가 한 장부에 나란히 찍혔다. 이 두 거래가 지분 구도를 각각 어떻게 흔들었는지, 그 구체적인 기능까지는 이 공시들만으로는 다 드러나지 않는다.

이 돈이 다 어디서 왔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현금이 8,938억에서 3조4,511억으로 4배가 됐지만, 이건 제련소가 벌어서 쌓은 게 아니다. 재무활동으로 3조6,747억이 들어온 결과다. 단기차입금이 3조473억으로 불었고, 전기엔 아예 없던 사채가 1조5,962억 새로 잡혔다. 부채총계는 7조1,969억에서 9조2,115억으로 커졌다. 상승 사이클의 이익만으로 방어 자금을 대지 않고 빚을 함께 끌어썼다는 뜻이다. 여기까지가 회사가 재량으로 '택한' 자리다 — 번 돈과 빌린 돈을 유보가 아니라 매입·소각·유증에 쓰기로 한 결정.

다만 모든 걸 회사의 선택으로 읽을 수는 없다. 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두 배 넘는 속도(+152.8% vs +70.3%)로 늘어난 대목은 결이 다르다. 세전이익이 4,307억에서 1조290억으로 뛰는 사이 영업 밖 손실이 -2,928억에서 -2,029억으로 줄었고, 법인세 부담률도 29.3%에서 25.1%로 내려갔다. 맨 아래 순이익을 밀어올린 힘의 일부는 제련소 무대가 아니라 장부 안쪽, 영업 밖 손익과 세금에서 나왔다. 그리고 2026년 8월엔 감리 조치를 반영해 연결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하면서, 정정 전보다 이익잉여금이 1,636억 더 줄어든 값으로 숫자가 다시 매겨졌다.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과대계상됐고 지분법손익은 과소계상됐다는 게 정정 사유였다. 왜 순이익이 세전이익 흐름보다 이렇게 크게 움직였는지, 그 안쪽 구성까지는 이 공시들만으로 다 갈라지지 않는다.

💡자기주식 2조1,276억 매입·소각과 신주 발행, 배당성향 113.6%, 그리고 3조 넘는 차입 — 상승 사이클로 번 돈은 유보 대신 지분을 지키는 자본거래로 흘렀다.
옆에 세워 보면

같은 금속인데, 번 돈의 향방은 지배구조가 갈랐다

같은 해 금속업계를 나란히 놓으면 두 개의 축이 보인다. 첫째는 '무엇을 녹이느냐'다. 고려아연 같은 비철 제련은 금·은과 전략광물값이 오르며 실적이 뛰었지만(매출 +37.6%·영업이익 +70.3%), 철을 녹이는 쪽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눌렸다. POSCO홀딩스는 매출 69조949억에 영업이익이 1조8,271억으로 15.9% 깎였고,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2,192억으로 회복했는데도 순이익이 14억으로 사실상 소멸했다. 같은 '금속'이라는 말 안에서 사이클 방향이 정반대였다.

둘째 축이 이 회사를 특히 도드라지게 한다 — 번 돈을 누가, 무엇을 위해 쓰느냐다. POSCO홀딩스는 총수 없이 지분이 흩어진 지주라, 번 돈을 경영권이 아니라 주주에게 소각과 배당으로 돌린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이라 자동차강판 수요가 시황의 방패가 되어주되, 나빠지면 배당을 줄이며 그룹 안에서 버틴다. 고려아연은 이 둘과 다르다. 상승 사이클로 번 돈이 주주 유보로 쌓이는 대신, 자기주식 매입·소각과 백기사 유증이라는 방어 자본으로 흘러 잉여금이 오히려 줄었다. 자본이 '환원'이나 '버티기'가 아니라 '지분 방어'로 흐르는 자리에 서 있다.

분쟁의 반대편에 선 영풍을 보면 이 구도가 더 선명해진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아연·연을 녹이는 본업이 3년째 적자다 — FY2025 영업손실 -2,597억. 그런데 순이익은 309억 흑자로 돌아섰고,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이 다름 아닌 공격 대상인 고려아연 지분에서 나오는 지분법이익이다. 자기 굴뚝은 멈춰 있는데 싸우는 상대의 이익으로 순익을 떠받치는 셈이다. 한쪽은 상승 사이클의 이익을 방어에 쓰고, 반대편은 본업 적자를 상대 지분으로 버틴다. 같은 비철을 녹이는 두 회사가, 서로를 거울처럼 마주 보며 정반대로 이 해를 통과했다.

💡비철은 순풍·철강은 역풍이었지만, 고려아연을 진짜 다르게 만든 건 번 돈이 환원(POSCO)·버티기(현대제철)가 아니라 지분 방어로 흐른 지배구조였다.
한마디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지금 이 회사는 두 문장이 동시에 참인 상태에 있다. 제련 본업은 사이클의 순풍을 받아 사상급 실적을 냈고, 그 이익은 손익계산서에 또렷하다. 그러나 그 이익이 주주 몫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대신 지분을 지키기 위한 매입·소각·배당·유증과 그것을 받친 차입으로 흘러, 쌓아둔 잔고는 도리어 줄었다. 2026년 9월 주총을 앞두고 영풍이 직접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나섰고, 백기사 유증과 자사주 소각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은 법정에서 계속되고 있다. 번 돈을 누가 무엇을 위해 쓸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는 당분간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이 회사가 속한 산업 — 철강/비철
하나의 국면

같은 금속인데, 불의 방향이 반대였다

금속 회사들은 다 비슷한 일을 한다. 땅에서 캔 원료를 거대한 용광로에 넣고 녹여, 팔 수 있는 금속으로 바꿔 내보낸다. 비철은 정광을 녹여 아연·연·금·은·동을 뽑고, 철강은 철광석과 원료탄을 녹여 강판과 봉형강을 만든다. 그런데 FY2025 성적표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녹이는 산업'이 한 해 안에서 완전히 갈라섰다.

비철을 녹인 쪽은 위로 갔다. 고려아연은 매출 16조5,879억으로 전년보다 37.6% 늘었고 영업이익이 1조2,319억, 70.3% 뛰었다. 영풍도 매출이 2조9,090억으로 4.4% 늘었다. 반대로 철을 녹인 쪽은 아래로 눌렸다. POSCO홀딩스는 매출 69조949억에 영업이익 1조8,271억으로 15.9% 깎였고, 현대제철은 매출 22조7,332억에 순이익이 14억까지 쪼그라들었다. 전년 88억에서 거의 사라진 숫자다.

방향을 가른 건 '무엇을 녹였느냐'였다. 금·은 같은 귀금속과 전략광물의 값이 오르는 국면에 비철 제련이 정확히 올라탔고, 같은 시기 철강은 중국에서 쏟아진 물량에 밀려 값이 눌렸다. 그러니 '금속 산업이 다 같이 좋았다'거나 '다 같이 나빴다'는 한 문장으로 이 해를 묶을 수 없다. 한 방에 있었지만, 마신 공기가 두 종류였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짜 갈라지는 지점은, 같은 비철 상승 국면을 함께 탄 두 회사조차 결과가 정반대였다는 데 있다.

💡FY2025 금속 산업은 '무엇을 녹이나'로 위아래가 갈렸다 — 비철은 오르고 철강은 눌렸다. 하지만 같은 방향을 탄 회사끼리도 결과는 또 갈렸다.
왜 다른 결과

사상급으로 벌었는데, 쌓아둔 돈이 줄었다

손익계산서만 보면 고려아연의 FY2025는 이보다 좋기 어렵다. 순이익이 3,047억에서 7,702억으로, 2.5배가 됐다. 152.8% 증가다. 그런데 회사가 그동안 벌어 쌓아둔 몫인 이익잉여금은 7조4,373억에서 6조3,792억으로, 1조580억이 줄었다. 사상급으로 번 해에 잔고가 오히려 비었다. 번 돈과 남은 돈이 서로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바로 옆에는 더 이상한 장부가 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 본업이 3년째 적자라 영업손실이 -2,597억인데, 맨 아래 순이익은 309억 흑자로 돌아섰다. 전년 -3,278억에서의 반전이다. 자기 용광로는 손해를 보는데 순익이 살아난 건, 그 흑자의 상당 부분이 자기가 싸우고 있는 상대 — 고려아연 — 지분에서 나오는 지분법이익이기 때문이다. 본업이 멈춘 회사가 공격 대상의 이익으로 순익을 떠받친다.

같은 비철 상승 국면을 탔는데, 한쪽은 벌고도 잔고가 줄고 한쪽은 본업이 죽었는데 순익이 살았다. 매출이나 영업이익만 봐서는 절대 안 보이는 어긋남이다. 왜 같은 순풍에서 결과가 이렇게 갈릴까. 답은 실적의 크기가 아니라 회사의 구조에 있다. 이 구조는 두 개의 축으로 풀린다 — 하나는 '무엇을 녹이느냐', 다른 하나는 '번 돈을 누가 무엇을 위해 쓰느냐'다.

가르는 축 ①

어느 불 앞에 설지는 이미 오래전에 골라둔 자리

첫째 축은 어느 금속 사이클 위에 서 있느냐다. FY2025엔 비철이 위, 철강이 아래였다. 고려아연의 영업이익 급증은 장부 어딘가에서 억지로 짜낸 게 아니라 금·은 값이 오르고 판매량이 붙은 본업 제련에서 곧장 나온 이익이다. 다만 순이익까지 그대로 같은 이야기인지는 뒤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반대편 POSCO홀딩스는 같은 노력으로도 영업이익이 15.9% 깎였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철강 값을 눌렀기 때문이다. 회사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서 있는 사이클이 반대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자리가 그냥 주어진 날씨가 아니라 오래전에 고른 선택이라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1949년 영풍과 함께 두 가문이 세운 동업에서 출발해 비철 제련이라는 길로 굳어졌다. 그 자리는 지금의 귀금속 순풍을 받는 자리인 동시에, 언젠가 비철 값이 꺾이면 하방도 고스란히 받는 자리다. 지금 철강에 눌린 POSCO·현대제철이 이 순풍을 부러워할 수 있지만, 그들이 지난 사이클에 철강 붐을 누렸을 때 비철은 조용했다. 유리해 보이는 자리는 반대 국면을 포기한 대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축만으로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갈라지지 않는다. 둘 다 비철을 녹이고, 둘 다 상승 국면 위에 서 있다. 그런데 한쪽은 잔고가 줄고 한쪽은 본업이 죽었다. 같은 사이클 위에서 결과를 다시 한 번 가른 건 첫째 축이 아니다. 두 번째 축이다.

💡'무엇을 녹이나'가 위아래를 갈랐다 — 하지만 그 자리는 오래전 고른 선택이고, 지금의 순풍은 반대 국면의 하방을 함께 짊어진 대가다.
가르는 축 ②

번 돈이 흘러가는 방향은, 지배구조가 정한다

둘째 축은 번 돈과 자본이 어디로 흐르느냐다. 그리고 그 물길을 파는 건 각 회사의 지배구조 — 누가 회사를 쥐고 있느냐다. 같은 비철 상승 국면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의 잔고가 정반대로 움직인 이유가 여기 있다.

고려아연은 한국 최대 규모의 경영권 다툼 한복판에 있다. 영풍 41.13%와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 측) 36.92%가 한 편, 최윤범 회장 17.72%와 백기사 크루시블제이브이 10.59%가 맞은편이다. 상승 사이클로 번 돈이 주주 몫으로 쌓이는 대신, 지분을 지키기 위한 매입과 소각과 유상증자로 흘렀다. 그래서 사상급 순익을 내고도 이익잉여금이 줄었다. 영풍은 그 다툼의 반대편에서, 멈춘 본업 대신 공격 대상의 지분법이익으로 순익을 지탱한다. 두 회사 모두 비철 순풍을 탔지만, 그 돈은 서로를 향한 싸움을 지나며 완전히 다른 장부로 착지했다.

같은 축의 다른 극단이 철강 쪽에 있다. POSCO홀딩스는 총수 없는 소유분산 지주라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지킬 오너가 없으니 번 돈이 방어가 아니라 자사주 소각과 배당이라는 환원으로 규율 있게 흐른다. 이익이 15.9% 깎인 해에도 그 방향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이 35.96%로 쥔 수직계열이라, 자동차강판이라는 그룹 수요가 시황을 받쳐주는 대신 시황이 나빠지면 배당을 줄이며 그룹 안에서 버틴다. 네 회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돈을 흘려보낸다. 분쟁·역설·환원·계열 — 이 물길들은 어느 것도 올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1949년의 동업, 그 동업의 결렬, 오너 없이 세워진 지주, 그룹 안으로 들어간 계열사. 오래된 선택이 굳어 지금의 물길이 됐다.

💡같은 사이클을 타도 번 돈의 방향은 지배구조가 정한다 — 방어로, 역설로, 환원으로, 계열로. 그 물길은 오래전 지배구조의 선택이 굳은 자리다.
그래서 이 회사는

그래서 고려아연은 — 벌 수는 있었지만, 어디 쓸지는 다투는 중이었다

두 축을 고려아연에 겹치면, 이 회사는 공통 국면만 지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자기만의 사정을 한 겹 더 얹은 상태다. 비철 상승이라는 순풍은 산업 전체가 나눠 받은 재량 밖의 몫이었다. 금·은 값이 오른 것도, 그 덕에 영업이익이 1조2,319억으로 뛴 것도, 회사가 결정한 게 아니라 사이클이 준 크기다. 이 부분에서 고려아연은 몰렸다기보다 순풍을 받았다 — 다만 받은 것이지 만든 것은 아니다.

재량이 걸린 곳은 그 돈을 어디 쓰느냐였다. 그리고 장부는 그 선택을 또렷이 기록한다. 회사는 자기주식을 2조1,276억어치 공개매수로 사들였다. 그해 순이익 7,702억의 세 배 가까운 금액이다. 사들인 주식 중 2,040,030주는 그해 안에 전량 태워 없앴고, 같은 해 12월엔 신주 2,209,716주를 새로 찍어 백기사에게 넘겼다. 한쪽에선 주식을 소각하고 다른 쪽에선 신주를 발행하는 상반된 두 동작이 같은 장부에 나란히 찍혔다. 이 돈은 벌어들인 이익만으로 대지 않았다. 현금이 8,938억에서 3조4,511억으로 4배가 된 건 재무활동으로 3조6,747억이 들어온 결과고, 단기차입금이 3조473억, 전년엔 없던 사채가 1조5,962억 새로 잡혔다. 부채총계는 7조1,969억에서 9조2,115억으로 커졌다. 벌고, 빌리고, 방어에 쓰는 세 흐름이 한 해 안에서 얽혀 돌았다.

기록의 방향과 별개로, 왜 그렇게 했는지는 이 장부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지분을 지키려는 결정이었는지, 다른 판단이 겹쳤는지를 가를 자료는 여기 없다. 한 가지 덧붙일 대목은, 맨 아래 순이익을 끌어올린 힘의 일부가 제련소 밖에 있었다는 점이다 — 세전이익이 4,307억에서 1조290억으로 뛰는 사이 영업 밖 손실이 -2,928억에서 -2,029억으로 줄었고 법인세 부담률도 29.3%에서 25.1%로 내려갔다. 다만 그 영업 밖 손익이 정확히 어떤 항목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까지는 이 재무 좌표만으로는 다 드러나지 않는다. 2026년 8월엔 감리 조치를 반영해 재무제표를 다시 쓰면서 이익잉여금이 1,636억 더 줄어든 값으로 매겨지기도 했다.

지금 고려아연은 두 가지가 동시에 참인 자리에 서 있다. 본업은 사이클의 순풍을 받아 사상급 실적을 냈고, 그 이익은 손익계산서에 또렷하다. 그러나 그 이익은 주주 몫으로 쌓이는 대신 매입·소각·배당·유증과 그것을 받친 차입으로 흘러, 쌓아둔 잔고는 오히려 줄었다. 2026년 9월 주총을 앞두고 영풍이 직접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나섰고, 자본거래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도 법정에서 계속되고 있다. 번 돈을 누가 무엇을 위해 쓰느냐 — 그 물음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로,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는 당분간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이 이야기가 근거한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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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가·투자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움직임을 읽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공시·재무제표에서 뽑아 재서술했으며, 원문은 각 공시 출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