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FY2025 · 공시로 읽는 이야기
정적 실체방시혁이 41.06%를 쥔 K-pop 최대 기획사. 방탄소년단·세븐틴 등의 음반·음원·콘서트·MD·라이선싱과 미국 인수사(이타카·QC 미디어)를 연결로 안고 있다.
재무 좌표매출 26,499억(+17.5%)·영업이익 493억(-73.2%)·순손익 -2,544억(전기 -34억, 적자폭 74배)·법인세 770억·현금성 5,349억·금융부채 1.31조.
└ mycpa 측정 렌즈
📄이 이야기는 FY2025의 DART 공시를 근거로 재서술한, 하나의 읽기입니다
행적 타임라인 — 이 회사가 공시로 남긴 발자국
◀ 바깥에서 온 압력회사가 낸 신호 ▶
이 회사, 뭐 하는 곳인가 · 어디서 왔나

무대가 아니라 88개의 회사를 안은 기획사

하이브가 뭘 해서 돈을 버는지부터 세워두자.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같은 아티스트가 있고, 이들이 음반을 찍고 음원을 풀고 콘서트를 돌고 굿즈(MD)를 팔고 이름을 빌려주는(라이선싱) 것—이게 본업이다. 이 본업으로 2025년에 벌어들인 매출이 2조6,499억이다. 국내 K-pop 기획사 넷을 나란히 세우면 에스엠 1조1,749억, JYP 8,219억, YG 5,454억인데, 하이브가 이들을 크게 앞선 K-pop 최대 외형이다. 무대로 치면 이 바닥에서 가장 넓은 무대를 가진 회사다.

그런데 하이브를 그냥 '큰 기획사'로만 보면 절반만 본 거다. 이 회사는 상장 이후 미국에서 사업을 사들이며 몸집을 불려 왔다. 스콧 브라운이 이끌던 이타카 홀딩스,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같은 회사들이 그렇게 하이브 우산 아래로 들어왔다. 사업보고서에 연결로 묶인 회사 수만 88개. 아티스트 하나가 무대에 서는 그림 뒤에, 인수해서 안은 회사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구조다.

꼭대기엔 창업자 방시혁이 있다. 직접 쥔 지분이 41.06%. 넷마블과 두나무가 그의 특별관계자로 함께 묶여 있다. 그러니까 하이브는 '한 사람이 확고히 쥔, 무대와 인수한 사업이 뒤섞인 회사'다. 이 두 얼굴—커진 무대와 사들인 사업—이 2025년에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진다.

💡하이브는 K-pop 4사 중 외형 1위(매출 2조6,499억)지만, 그 몸집엔 미국에서 사들여 88개로 얽힌 사업들이 함께 들어있다.
지금 무슨 일이야

흑자로 시작한 성적표가 맨 아랫줄에서 뒤집혔다

2026년 2월 12일, 하이브는 손익 구조가 크게 흔들렸다는 사실을 먼저 알렸다. 매출은 늘었는데 손익 쪽에서 큰 변동이 생겼다는 예고편이었다. 실체는 그 한 달 뒤, 3월 20일 사업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숫자를 위에서 아래로 따라가 보자. 매출 2조6,499억, 1년 전보다 17.5% 늘었다. 본업으로 번 493억, 줄긴 했어도 흑자다. 여기까지는 성적표가 검은색이다. 그런데 맨 아랫줄, 한 해를 통틀어 남은 게 얼마냐를 보여주는 당기순손익은 -2,544억. 주당으로 치면 한 주에 5,690원씩 손실이 났다. 493억 흑자로 출발한 성적표가 마지막 칸에서 3,000억 가까운 적자로 뒤집힌 것이다.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컸는데.

💡2025년 하이브는 영업이익 493억 흑자를 냈지만 당기순손익은 -2,544억, 성적표가 맨 아랫줄에서 뒤집혔다.
이 회사의 진짜 움직임

본업이 아니라, 예전에 사들인 회사의 값을 다시 쓴 자리

그럼 그 3,000억 가까운 구멍은 어디서 났나. 아티스트가 부진해서가 아니다. 본업으로 번 매출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9,359억으로, 1년 전 9,598억과 큰 차이가 없다. 무대는 멀쩡했다는 뜻이다. 구멍은 무대 바깥에서 났다.

하이브가 미국 회사들을 사들일 때, 값 중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브랜드나 사람의 네트워크 같은 것을 회계에선 '영업권'이라 부르고 자산으로 장부에 얹는다. 하이브 장부에 얹힌 영업권이 총 1조6,795억. 그중 이타카 홀딩스 하나가 8,234억으로 전체의 49%, QC 미디어가 2,046억이다. 올해 이 사업들의 값을 다시 매겨 깎아냈고—이걸 '손상'이라 한다—그게 순손실의 뿌리다. 여기서 한 장면이 겹친다. 그 이타카에서 온 스콧 브라운은 지분 0.85%를 쥔 채 지금도 하이브 등기임원이다. 사들인 회사의 값을 깎아 쓰는 장부와, 그 회사에서 온 사람이 같은 지붕 아래 놓여 있다.

여기서 재량이 닿는 자리와 그냥 벌어진 자리를 갈라야 정확하다. 손상의 '크기'—사들일 때 지불한 값이 지금 얼마나 부풀려져 있었나는 이미 벌어진 원가의 문제다. 다만 그 원가를 '언제 장부에 반영하나'는 회계 판단이 개입하는 자리다. 이 자료만으로는 그 판단의 속내까지 가를 수 없다. 대신 숫자가 던지는 이상한 대목 두 개는 짚어둘 만하다. 하나, 전기 순손익도 이미 -34억 적자였다. 그러니 '흑자가 적자로 돌아섰다'가 아니라 적자폭이 74배로 벌어진 것이다. 둘, 세전 단계에서 이미 손실인데 법인세는 오히려 770억, 1년 전 229억의 3배 넘게 잡혔다. 영업권 손상 같은 회계상 손실은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장부의 손실과 실제 세금이 따로 논 것이다. 그리고 손상은 돈이 실제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이미 지불한 자산의 값을 낮추는 처리다. 그래서 손에 쥔 현금은 오히려 5,349억으로, 1년 전 4,120억보다 늘었다. 장부는 3,000억 가까이 꺾였는데 지갑은 두꺼워진 해다.

💡순손실 -2,544억은 무대가 아니라 예전에 사들인 사업(영업권 1.68조 중 이타카 8,234억)의 값을 깎아낸 데서 왔고, 그 사이 현금은 오히려 5,349억으로 늘었다.
그때 그 공시, 지나고 보니

창업자가 회사 곳간 대신 자기 주식을 헐었다

자본을 다루는 방식에서 하이브는 다른 회사에서 잘 안 보이는 장면을 만든다. 보통 회사가 임직원에게 주식으로 보상을 줄 때는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들여 나눠준다. 하이브는 그러지 않았다. 창업자 방시혁이 자기가 가진 주식을 회사에 값 없이 넘겼다. 2026년 2월에 546,120주, 5월에 192,126주를 무상으로 증여했고, 회사는 이걸 으로 받아 4월에 101,619주—1주당 268,500원, 총 272억어치를 임직원에게 실제로 지급했다.

그래서 공시엔 취득금액 0원짜리 취득이 찍혔다. 회사 돈으로 산 게 아니라 창업자 지분에서 흘러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규제나 시황에 몰려서 나온 게 아니라 택한 방식이다. 회사 곳간을 헐지 않고 창업자 개인 지분을 재원으로 임직원 보상을 굴리는 구조—앞서 본 대로 손상으로 장부가 꺾이고 세금 부담까지 커진 해에, 회사 현금 대신 창업자 주식이 보상으로 나갔다는 사실은 나란히 놓고 볼 만하다. 그 결과 방시혁 직접 지분은 증여와 장내매도를 거치며 조금씩 낮아져 41.06%가 됐지만, 회사를 쥔 손엔 변함이 없다.

💡임직원 보상을 회사가 산 자사주가 아니라 방시혁이 무상 증여한 738,246주로 댔다—회사 곳간 대신 창업자 지분을 헌 '택한' 구조다.
옆에 세워 보면

같은 업황, 갈라진 순익—누구는 재평가로 튀고 누구는 손상으로 무너졌다

2025년은 K-pop 4사가 다 같이 매출이 늘던 해다. 하이브 2조6,499억, 에스엠 1조1,749억, JYP 8,219억, YG 5,454억. 무대는 넷 다 좋았다. 그런데 이 산업의 진짜 이야기는 '누구 아티스트가 떴나'의 매출이 아니라, 맨 아랫줄 순익이 본업과 얼마나 다른 방향으로 튀느냐에 있다. 순익을 흔드는 건 무대가 아니라 'IP 밖으로 무엇을 사서 안았나'이기 때문이다.

가장 극적인 대조가 에스엠이다. 사들여 키운 팬 플랫폼 디어유의 지분을 더 사서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원래 갖고 있던 지분을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한 이익이 잡혔다. 그 덕에 3,594억이 영업이익 1,830억의 두 배로 튀었다. 하이브는 정확히 반대편이다. 사들인 사업을 가장 많이 안았고, 그 값을 깎아내는 손상으로 순익이 -2,544억까지 무너졌다. 같은 '인수한 사업'이 한쪽에선 평가이익으로 위로 튀고, 한쪽에선 손상으로 아래로 꺼진 것이다.

그 사이에 JYP가 있다. 큰 인수 부담 없이 본업 이익 1,552억이 순이익 1,606억으로 거의 그대로 내려왔다. 4사 중 순익이 가장 '깨끗한' 곳이다. YG도 매출 5,454억에 순이익 537억으로 극적인 괴리는 없다. 지배구조도 갈린다—에스엠만 창업자 이수만이 떠나고 카카오(21.61%)에 편입된 유일한 경우이고, 하이브·JYP·YG는 창업자가 쥐고 있다. 결국 이 산업에서 회사를 읽는 자리는 '올해 순익이 얼마'가 아니라 '그 순익이 무대에서 왔나, 사들인 회사의 장부에서 왔나'다. 하이브는 사업을 가장 넓게 벌인 만큼, 그 갈림에 가장 크게 노출된 회사다.

💡같은 업황에서 에스엠은 지분 재평가로 순익이 영업이익의 두 배로 튀고 JYP는 본업 그대로 내려온 반면, 하이브는 사들인 사업의 손상으로 순익이 무너졌다—인수를 가장 크게 벌인 자리다.
한마디

커진 무대와 다시 쓴 장부, 어느 쪽이 이길지는 아직 안 정해졌다

남는 그림은 이렇다. 하이브의 무대는 매출 2조6,499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컸고, 손에 쥔 현금도 5,349억으로 늘었다. 그런데 예전에 사들인 회사의 값을 다시 쓰면서 장부는 -2,544억으로 크게 꺾였다. 손상은 이미 발생한 원가를 이제 반영한 것이라, 이게 다시 되풀이될지, 아니면 인수한 사업들이 커진 무대의 매출로 그 값을 되메울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가릴 수 없다. 지금 확실한 건 하나뿐이다—하이브를 읽을 땐 무대에서 온 숫자와 사들인 회사의 장부에서 온 숫자를 갈라 봐야 한다는 것. 그 두 방향은 2025년에 서로 등을 돌린 채 각자 걸었다.

이 회사가 속한 산업 — 엔터/K-pop
하나의 국면

매출은 다 같이 컸는데, 맨 아랫줄에서 흩어졌다

FY2025의 K-pop 4사는 겉으로 보면 나란히 좋았다. 하이브 2조6,499억, 에스엠 1조1,749억, JYP 8,219억, YG 5,454억 — 넷 다 매출이 늘었다. 하이브는 1년 새 17.5%, 에스엠 18.7%, JYP는 36.6%까지 뛰었다. K-pop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퍼지면서 음반·음원·콘서트·MD·라이선싱, 그러니까 아티스트라는 이름값(IP)으로 버는 이 산업 전체가 같은 바람을 받았다. 무대만 놓고 보면 넷 모두 그 어느 해보다 넓은 객석 앞에 섰다.

그런데 손익계산서를 아래로 끝까지 내려가면 그림이 갈라진다. 회사가 온갖 비용과 세금을 다 치르고 최종적으로 손에 남긴 몫, 그러니까 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벌어졌다. 매출이라는 위쪽은 넷이 같은 쪽을 봤는데, 순이익이라는 아래쪽은 누구는 폭발하고 누구는 무너졌다. 같은 방에서 같은 공기를 마신 것 같지만, 그 공기가 각자의 몸에 남긴 흔적은 정반대였다. 그 균열이 이 산업을 읽는 진짜 입구다.

💡K-pop 4사가 FY2025에 매출은 다 같이 키웠다는 건 관측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위층의 일치가 아래층의 순이익까지 데려가진 못했다.
왜 다른 결과

영업은 흑자인데 순익은 3천억 가까이 마이너스

가장 낯선 장면은 하이브다. 본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493억으로 여전히 흑자였는데, 맨 아랫줄 당기순손익은 -2,544억이었다. 흑자로 문을 열었다가 마지막 칸에서 3,000억 가까운 손실로 뒤집힌 성적표다. 반대편엔 에스엠이 있다. 영업이익 1,830억에 순이익은 그 두 배가 넘는 3,594억. 전년 순이익이 8억까지 주저앉았던 회사가 한 해 만에 3,594억으로 튀어 올랐다. 두 회사는 같은 업황을 지났는데, 한쪽은 번 것보다 훨씬 크게 잃었고 한쪽은 번 것보다 훨씬 크게 남겼다.

그 사이에 JYP가 있다. 영업이익 1,552억, 순이익 1,606억. 두 숫자가 거의 포개진다. 번 만큼 그대로 아래로 흘러내렸다는 뜻이다. YG도 영업 713억에 순익 537억으로 세금 정도만 빠진 얌전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산업에서 순익의 방향과 크기를 흔든 건 누구 아티스트가 더 떴느냐가 아니었다. 무대의 흥행은 매출까지만 설명하고, 그 아래 순익이 위로 튀느냐 아래로 꺼지느냐는 다른 데서 결정됐다. 답은 무대가 아니라 장부에, 회사가 저마다 지고 있는 구조에 있다. 그 구조를 두 개의 갈림길로 풀어보자.

가르는 축 ①

IP 밖으로 얼마나 멀리 걸어나갔나

첫 번째 갈림길은 아티스트라는 본업 바깥으로 사업을 얼마나 사들였느냐다. 회사를 인수할 때는 공장이나 건물 같은 눈에 보이는 값 말고도, 브랜드나 사람 네트워크처럼 손에 안 잡히는 값을 얹어 치른다. 그 웃돈을 회계에선 '영업권'이라 부르고 자산으로 장부에 올려둔다. 하이브 장부에 올라앉은 영업권은 1조6,795억. 그중 스콧 브라운이 이끌던 이타카 홀딩스 한 곳이 8,234억으로 전체의 49%,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가 2,046억이다. 하이브는 4사 중 가장 멀리, 가장 많이 IP 밖으로 걸어나간 회사다.

이 걸음엔 양면이 있다. 사들인 사업의 값이 오르면 그게 이익으로 돌아오고, 값이 꺾이면 그 웃돈을 다시 깎아내는 손실로 돌아온다. FY2025엔 두 얼굴이 한 산업 안에서 정반대로 나타났다. 에스엠은 사들여 키운 팬 소통 플랫폼 디어유의 지분을 더 사서 연결 자회사로 안으면서, 이미 갖고 있던 지분을 새 가격으로 다시 평가한 이익을 순익에 얹었다 — 그게 순익이 영업이익의 두 배로 튄 뿌리다. 하이브는 정반대 얼굴이었다. 사들인 사업의 장부값을 이번에 깎아내리는 '손상'이 이뤄졌고, 그게 -2,544억 순손실의 뿌리다. 같은 확장이라는 걸음이 한쪽엔 평가이익으로, 한쪽엔 손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는 그냥 주어진 날씨가 아니라 각자가 고른 길이다. JYP를 옆에 세워 보면 선명해진다. JYP는 큰 인수를 벌이지 않고 아티스트 본업에 붙어 있었고, 그래서 순익 1,606억이 영업이익 1,552억에서 거의 그대로 내려왔다. 손상으로 무너질 웃돈이 애초에 장부에 별로 없다. 대신 에스엠이 자회사 편입으로 얻은 것 같은 회계상의 도약도, 그 판돈을 걸지 않았으니 함께 포기한 것이다. 멀리 나간 하이브는 상방과 하방을 둘 다 안았고, 본업에 머문 JYP는 둘 다 내려놨다. 지금 유리해 보이는 자리와 불리해 보이는 자리는, 한때 각자가 무엇을 걸고 무엇을 걸지 않았는지의 흔적이다.

💡순익이 위로 튀느냐 아래로 꺼지느냐는 IP 밖으로 얼마나 사업을 사들였느냐가 갈랐다. 많이 나간 자리는 평가이익의 상방과 손상의 하방을 함께 샀고, 본업에 머문 자리는 둘 다 사지 않았다.
가르는 축 ②

그 확장을 누가 쥐고 있느냐

두 번째 갈림길은 그 판을 누가 쥐고 있느냐, 즉 지배구조다. 4사 중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고 대기업 손에 들어간 건 에스엠 하나뿐이다. 이수만이 떠난 뒤 2023년 카카오가 인수해 지금은 (주)카카오가 21.61%로 최대주주다. 나머지 셋은 여전히 창업자가 쥐고 있다 — 하이브는 방시혁 41.06%, JYP는 박진영 15.37%, YG는 양현석 관련 지분 19.33%가 최대주주다.

이 차이가 순익까지 연결된다는 게 흥미롭다. 앞서 본 에스엠의 순익 폭발은 디어유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생긴 재측정이익에서 왔는데, 그 자회사 편입은 카카오 인수 뒤 이어진 계열 재편의 한 장면이다. 지배구조가 바뀌자 사업을 사고 붙이고 다시 묶는 재편이 따라왔고, 그 재편이 장부에 큰 이벤트를 남긴 셈이다. 창업자가 흔들림 없이 쥐고 있는 하이브·JYP·YG에선 그런 지배구조발 재편의 회계 이벤트가 없었다. 대신 하이브는 자기가 사들인 사업을 자기가 손상 처리하는, 확장을 계속 밀어붙인 쪽의 결과를 홀로 크게 받았다. 같은 '창업자가 쥔 회사'라도 얼마나 멀리 나갔느냐에 따라 결과가 또 한 번 갈린 것이다.

다만 여기서 경계는 정직하게 그어두자. 에스엠의 지배구조 변화가 순익 이벤트로 이어진 인과는 재료가 계열 재편과 자회사 편입이라는 사실로 뒷받침한다. 하지만 '창업자가 쥐고 있으면 순익이 어떻게 움직인다'는 식의 일반 법칙으로 넓히긴 어렵다. 창업자가 쥔 세 회사 안에서도 하이브는 손상으로 무너졌고 JYP·YG는 얌전했으니, 순익을 실제로 가른 건 지배구조 자체라기보다 그 안에서 얼마나 확장했느냐라는 앞의 갈림길과 겹쳐 읽어야 한다.

💡창업자가 쥔 회사인지 대기업에 편입된 회사인지가 재편의 방식을 규정하고, 그게 장부의 큰 이벤트로 이어졌다. 다만 지배구조 하나만으로 순익을 다 설명하려 들면 확장의 정도라는 앞 갈림길과 어긋난다.
그래서 이 회사는

그래서 하이브는 — 무엇이 몰린 것이고 무엇이 택한 것인가

두 갈림길을 하이브에 겹쳐보면, 이 회사는 공통 국면만 지난 게 아니다. 매출 2조6,499억이라는 압도적 외형은 K-pop 확산이라는 공통 바람을 가장 크게 받은 결과다. 그 위에 자기만의 사정이 한 겹 더 얹혔다. 4사 중 IP 밖으로 가장 멀리 나가 영업권을 1조6,795억이나 쌓은 회사이고, 창업자가 41.06%로 확고히 쥔 채 그 확장을 계속 밀어온 회사다. 그러니 손상이라는 하방이 가장 크게 온 것도 하이브였다.

여기서 재량이 있던 자리와 없던 자리를 갈라보자. 손상의 '크기' 자체는 몰린 쪽에 가깝다. 이미 예전에 지불한 웃돈의 값이 지금 낮게 매겨진 것이라, 그 규모는 회사가 마음대로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전에서 이미 손실인데 법인세가 오히려 770억으로 3배 넘게 잡힌 것도 마찬가지다 — 영업권 손상 같은 회계상 손실은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장부의 손실과 실제 세금이 따로 논 것이고, 이건 규칙이 정한 대로 벌어진 일이다.

반대로 재량이 닿은 자리도 분명히 있다. 손을 쥔 현금은 오히려 5,349억으로 늘었다(전기 4,120억). 손상은 돈이 실제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이미 치른 자산의 값을 낮추는 처리라, 순손실과 현금이 서로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그 늘어난 현금을 어디에 쓰느냐, 커진 무대를 앞으로 어떻게 대하느냐는 회사가 택하는 몫이다. 그리고 가장 뚜렷하게 택한 장면이 하나 있다. 자기 주식을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재원을 회사 돈으로 사들여 마련한 게 아니라, 최대주주 방시혁이 자기 지분을 회사에 값 없이 넘겼다. 2026년 2월 546,120주, 5월 192,126주를 무상으로 증여했고, 회사는 그중 4월에 101,619주(272억어치)를 임직원에게 실제로 지급했다. 취득금액 0원짜리 자사주 취득이 장부에 찍힌 이유다. 창업자가 41.06%라는 지분을 쥐고 있기에 고를 수 있었던 방식이고, 카카오가 쥔 에스엠 같은 구조에선 애초에 나오기 어려운 그림이다.

동기까지는 이 자료로 가를 수 없다. 방시혁이 왜 회사 돈 대신 자기 지분을 헐어 보상 재원을 댔는지, 손상을 왜 이번 해에 이렇게 인식했는지는 여기 놓인 숫자와 공시만으론 읽히지 않는다. 사들인 사업들을 다시 손상 처리할 일이 되풀이될지, 아니면 커진 무대의 매출이 그 깎인 값을 되메울지도 이 자료 안에선 답이 없다. 다만 나란히 놓을 사실들은 있다 — 그 이타카에서 온 스콧 브라운(지분 0.85%)은 사들인 회사의 값이 깎이는 지금도 하이브 등기임원 자리에 있고, 특별관계자로 얽힌 넷마블은 올해 보유분 일부 88만 주를 시간외로 팔았다. 사들인 회사의 값을 다시 쓰는 장부와, 그 회사에서 온 사람과, 지분을 덜어내는 손들이 같은 해 같은 판 위에 함께 놓여 있다.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컸고 현금도 늘었는데 장부는 크게 꺾인 이 해를, 하이브는 그렇게 열어둔 채 지나고 있다.

이 이야기가 근거한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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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가·투자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움직임을 읽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공시·재무제표에서 뽑아 재서술했으며, 원문은 각 공시 출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