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은 집을 고치고 채우는 회사다. 부엌과 욕실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리모델링(회사는 이걸 '리하우스'라 부른다), 침대·소파·수납장 같은 가구와 생활용품을 파는 홈퍼니싱, 그리고 아파트 짓는 건설사에 붙박이 가구를 대량 납품하는 특판(B2B) — 이 세 기둥으로 돈을 번다. 국내 가구·인테리어 1위다. 그런데 이 세 기둥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람이 집을 사고, 이사하고, 새 아파트가 올라가야 매출이 산다는 것.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 세 다리가 동시에 시린 구조다.
이 회사는 원래 창업자 조창걸 회장이 1970년대부터 50년 넘게 키운, 말하자면 '지방에서 올라온 가구왕국'이었다. 그런데 2021년, 그 창업자가 본인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사모펀드 IMM PE 측(하임 유한회사 등)에 약 1조4,500억원에 팔아 경영권을 넘겼다. 롯데쇼핑도 인수 컨소시엄으로 함께 들어왔다. 사모펀드란, 돈을 모아 회사를 사서 가치를 키운 뒤 되팔아 수익을 내는 걸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다. 즉 오래 소유하려고 산 게 아니라, 언젠가 되팔 걸 전제로 산 주인이다. 게다가 인수대금의 상당 부분이 빌린 돈, 이른바 인수금융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한샘을 읽으려면 두 가지를 겹쳐 봐야 한다. 하나는 주택 경기에 온몸이 묶인 사업의 체질, 다른 하나는 '빌린 돈으로 산 새 주인'이라는 지배구조. 2025년 6월 대표집행임원으로 재선임된 김유진은 現 IMM PE 부사장이다. 펀드가 사람을 보내 경영 전면에 앉힌 구조다. 이 두 축이 최근 공시들 밑에 계속 깔려 있다.
2025년 결산 숫자부터 보자. 매출은 1조7,445억원으로 전년 1조9,084억원보다 8.6% 줄었다. 2021년 정점이던 2.23조에서 계속 내려온 흐름이다. 은 185억원, 전년 312억원에서 40.8% 꺾였다. 매출 1.74조에 영업이익 185억이면 이 약 1.1%다. 물건을 100원어치 팔아 1원 남짓 남기는, 마진이 얇게 눌린 해였다. 부동산 한파가 세 기둥을 동시에 눌렀다는 게 숫자로 드러난다.
그런데 이익이 꺾인 이 회사가, 같은 시기 돈을 밖으로 돌려주는 결정을 잇달아 내놓았다. 2026년 6월 9일, 이미 발행주식의 29.46%나 되던 (회사가 사서 들고 있는 자기 회사 주식)에 더해 500억원어치를 더 사겠다는 을 맺었다(신한투자증권, 2026.06.10~12.09, 1,751,313주 예정). 같은 날 '2026년부터 3년간 벌어들인 이익의 50% 이상을 과 매입으로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중장기 정책도 발표했다. 그리고 2026년 7월 1일, 2분기 배당으로 주당 1,500원, 총 246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준가 31,910원 대비 시가로 따지면 4.7%에 해당하는 현금 환원이다. 영업이익이 40.8% 줄어든 해에도 배당을 유지한 것이다.
먼저 착시부터 걷어내자. 2025년 은 463억원으로 전년 1,511억원보다 69.4% 줄었다. 얼핏 이익이 3분의 1로 쪼그라든 것처럼 보이지만, 전년 순이익 1,511억에는 2024년 8월 상암사옥을 3,200억원에 판 일회성 이익 같은 게 섞여 있다. 그러니 '69.4% 급감'의 상당분은 비교 대상이 유난히 컸던 데서 오는 착시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순이익 463억이 영업이익 185억보다 큰데, 그 격차가 정확히 무엇에서 왔는지는 이 재료만으로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착시라는 방향까지는 재료가 말해주지만, 세부 정체까지는 여기서 드러나지 않는다.
이 회사가 지금 무엇을 '택하고' 있는지는 자기주식이라는 한 곳으로 계속 모인다. 2026년 5월 8일, 한샘은 지분 100% 자회사인 한샘넥서스를 흡수합병했다. 새 주식을 찍지 않는 방식이라 최대주주도 경영권도 그대로다. 그런데 이 합병으로 넥서스가 갖고 있던 한샘 주식 121,220주가 한샘의 자기주식으로 넘어왔다. 여기에 6월의 500억 신탁 매입까지 더해지면서, 2026년 7월 배당 공시 기준으로 자기주식은 7,107,606주, 발행주식 23,533,928주의 약 30.2%에 이른다. 발행된 주식 세 개 중 하나를 회사가 자기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자기주식이 30%까지 쌓였다는 건 '상태'지만, 그걸 어떻게 다룰지는 '선택'이다. 회사는 이걸 배당(현금을 나눠주는 것)과 자사주 매입(주식 수를 줄이는 것) 두 갈래로 쓰겠다고 했고, 실제로 둘 다 하고 있다. 다만 마지막 한 걸음, 즉 이 자사주를 아예 없애버리는 '소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025년 12월 한국경제가 '한샘, 3,400억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고 보도하자, 회사는 2026년 4월 21일 '주주가치·재무안정성·보상제도를 함께 고려해 검토 중이나 구체적 일정·규모 등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 재공시했다. 재공시 예정일은 2026년 10월 20일. 시장에는 소각 기대가 돌지만 회사는 미확정으로 열어둔 상태 — 이 틈이 지금 한샘 위에 떠 있는 가장 큰 물음표다.
2024년 8월 30일, 한샘은 본사로 쓰던 서울 상암동 사옥의 땅과 건물 일체를 3,200억원에 사모부동산펀드(그래비티8호)에 팔기로 했다. 회사가 밝힌 목적은 '현금을 확보해 재무를 튼튼히 하기 위함'이었다. 큰 건물을 파는 이런 결정을 공시에서는 '유형자산 양도'라 부른다. 당시로선 부동산 한파 속 현금 확보라는 설명 그대로 읽혔다. 그런데 같은 날, 회사는 그 건물을 사간 펀드에 200억원을 도로 투자해 지분 약 26%를 잡았다. 팔면서 동시에 그 자리에 다시 발을 걸친 것이다.
지나고 보면 이 거래가 남긴 자국이 지금 숫자 위에 얹혀 있다. 이 매각 이익이 상당 부분 섞였던 2024년 순이익 1,511억이, 2025년 463억과 비교되며 '69.4% 급감'이라는 착시를 만들어냈다. 한 해의 큰 자산 매각이 다음 해 실적을 유난히 초라해 보이게 만드는 대비를 스스로 깔아둔 셈이다. 당시엔 '재무건전성 강화'라는 한 문장으로 읽고 넘어갔던 거래가, 1년 뒤 실적을 읽는 렌즈까지 휘어놓았다.
공시의 목적 문구는 그 순간의 설명이고, 그게 뒤 숫자에 어떻게 번지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보인다. '재무건전성 강화'라는 다섯 글자를 액면 그대로만 읽었다면, 그 뒤에 이어질 착시까지는 미처 보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부동산 한파를 지나는 회사들을 나란히 놓으면 한샘의 자리가 뚜렷해진다. 어떤 회사는 빌린 돈 없이 쌓아둔 현금으로 겨울을 버티고, 어떤 회사는 부실을 한 해에 몰아 털어내며 겨울을 통과한다. 한샘의 은 148%다. 빌린 돈이 자기 돈의 1.5배쯤이라는 뜻으로, 빚이 거의 없는 우량사와 견주면 눈에 띄게 무거운 쪽이다. 그리고 이 무게는 우연이 아니라 2021년 인수 때 상당액을 인수금융, 즉 빌린 돈으로 조달했던 지배구조의 흔적이다.
한샘이 겨울을 통과하는 방식은 '현금을 쥐어짜 밖으로 돌려주면서 동시에 자기주식을 계속 쌓는' 쪽이다. 영업이익률이 약 1.1%까지 눌린 해에도 시가 4.7% 배당을 유지했고, 이미 30%를 넘긴 자사주에 500억을 더 얹었으며, 3년간 이익의 50% 이상을 돌려주겠다고 못 박았다. 마진이 얇아진 몸으로 환원을 강화하는, 방향이 서로 반대로 보이는 두 힘을 동시에 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한 가지 시계가 겹친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인수 당시 조달한 인수금융의 만기가 2026년 무렵 다가온다. 이건 확정된 재무 사실이 아니라 배경 맥락으로만 다뤄야 하지만, 그 시계가 밸류업·주주환원 강화의 시계와 겹친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자사주 소각 재공시 예정일(2026.10.20)과 분기배당, 환원율 정책이 모두 이 무렵에 몰려 있다. 순현금으로 무풍지대에 선 동종들과 달리, 한샘은 빚의 무게와 환원의 가속을 한 몸에 얹은 자리에 서 있다.
지금 한샘은 손에 발행주식의 30.2%나 되는 자기주식을 쥐고, 이익이 꺾인 해에도 배당과 매입으로 계속 돌려주는 회사다. 넥서스 합병으로 자사주는 또 늘었고, 환원율 50% 정책은 3년의 약속이 됐다. 그러나 그 자사주를 아예 없애 주식 수를 영구히 줄이는 소각은 아직 미확정이고, 그 답은 2026년 10월 20일 재공시로 넘어가 있다. 인수금융 만기가 다가온다는 배경, 펀드가 앉힌 경영진, 얇아진 마진과 두꺼워진 자사주 — 이 요소들이 아직 어느 한 방향으로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겹쳐 있다. 소각으로 갈지, 다른 판을 위한 실탄으로 남을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가를 수 없고, 회사도 열어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