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FY2025 ~ 2026 2Q · 공시로 읽는 이야기
정적 실체HBM용 열압착 본더(TC Bonder) 등 반도체 후공정 장비 대장 · 곽동신 회장 · 사실상 무차입 순현금 · KOSPI
재무 좌표FY2025 매출 5,767억 (+3.2%) · 영업익 2,514억 (-1.6%) · 순익 2,140억 (+40.2%·HPSP 처분) · 부채비율 18% · 순현금 2,762억 · 2026 2Q 영업익 1,303억 (+51%)
└ mycpa 측정 렌즈
📄이 이야기는 FY2025 ~ 2026 2Q의 DART 공시를 근거로 재서술한, 하나의 읽기입니다
행적 타임라인 — 이 회사가 공시로 남긴 발자국
◀ 바깥에서 온 압력회사가 낸 신호 ▶
이 회사, 뭐 하는 곳인가 · 어디서 왔나

장비를 팔아 벌지만, 이익의 출처는 둘이었다

한미반도체가 만드는 건 열압착 본더(TC Bonder)라는 장비다. 요즘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불리는 HBM은 얇은 메모리 칩을 여러 장 쌓아 만드는데, 그 칩들을 열과 압력으로 눌러 붙이는 공정에 이 장비가 들어간다. 그러니까 이 회사는 반도체를 직접 찍어내는 곳(삼성·SK하이닉스)이 아니라, 그들에게 후공정 장비를 대주는 층에 서 있다. 곽동신 회장이 이끄는 코스피 상장사이고, 빚이 사실상 없다 — FY2025 기준 2,762억원, 18%다. 남에게 빌린 돈보다 쥐고 있는 현금이 많은, 재무적으로 여유가 큰 회사라는 뜻이다.

이 회사를 이해하는 데 하나 더 알아둘 게 있다. 한미반도체는 장비만 팔아온 게 아니라, 다른 반도체 회사인 HPSP의 지분을 오래 들고 있었다. HPSP는 반도체 전공정에서 고압 수소로 웨이퍼를 굽는 어닐링 장비를 사실상 독점하는 회사다. 이 지분이 이 회사의 이익 그림을 특이하게 만든다. 2023년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그해 본업인 TC본더 매출은 1,590억원으로 아직 작았는데, 은 2,672억원에 달했다. 장비를 판 것보다 들고 있던 남의 회사 주식의 평가이익이 더 컸던 해다. 이익의 출처가 애초에 두 갈래였다는 얘기다.

💡한미반도체는 삼성·SK에 HBM용 열압착 본더를 대는 무차입 순현금 장비사인데, 이익은 본업 장비와 HPSP 보유지분이라는 두 갈래에서 나왔다.
지금 무슨 일이야

본업은 제자리인데, 순익만 40% 뛴 해

2026년 2월 6일,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성적을 내놨다. 매출 5,767억원으로 전년보다 3.2% 늘었고, 은 2,514억원으로 오히려 1.6% 줄었다. 장비를 팔아 남긴 본업의 이익은 거의 제자리였던 셈이다. 2024년에 HBM 장비 발주가 한번 정점을 찍은 뒤라, 그 반작용으로 잠시 리듬이 가라앉은 국면이었다. 그런데 순이익은 2,140억원으로 40.2% 뛰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딱 한 줄이었다 — 'HPSP 보유주식 처분으로 증가'. 본업이 멈춰 선 해에 최종 이익이 뛴 힘은, 장비가 아니라 오래 들고 있던 HPSP 지분을 판 데서 나왔다.

그러다 2026년 7월 14일, 가라앉아 있던 본업이 다시 살아났다. 2분기 매출은 2,512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5%, 영업이익은 1,303억원으로 51.0% 늘었다. 다만 상반기 전체로 묶어보면 매출은 아직 전년보다 7.7% 낮다. HBM 장비 발주가 다시 붙는 조짐은 뚜렷하지만, 정점 뒤의 여진도 아직 남아 있는 자리다.

💡FY2025는 매출 5,767억(+3.2%)·영업익 2,514억(-1.6%)으로 본업이 멈춘 채 순익만 2,140억(+40.2%) 뛰었고, 그 힘은 HPSP 지분 처분이었다.
이 회사의 진짜 움직임

HPSP를 판 돈이 우주로 흘러갔다

이 회사의 순이익은 본업과 3년째 따로 걸어왔다. 2024년을 다시 보자. 그해 매출은 251.5% 폭발해 5,589억원, 영업이익은 638.7% 뛰어 2,554억원이었다. HBM 붐으로 장비 수요가 터진 해다. 그런데 같은 해 순이익은 오히려 42.9% 줄어 1,526억원이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HPSP 등 금융자산 평가이익 감소'. 본업이 여섯 배 넘게 뛴 해에 최종 이익이 뒷걸음쳤다. 그리고 이듬해엔 정반대로 본업이 멈춘 채 순익이 뛰었다. 이 회사 순익의 방향을 가른 건 TC본더가 아니라, 들고 있던 HPSP 지분의 시세와 처분이었다. 이 대목은 회사가 주무를 수 있는 게 아니다 — 지분 값이 오르내리는 건 시장이 정하지, 회사가 정하는 게 아니니까.

회사의 결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는 다른 데 있다. HPSP를 팔아 손에 쥔 현금과 장비로 벌어둔 무차입 현금을, 회사가 어디로 보냈느냐다. 한쪽은 주주에게 갔다. 2024년 11월에 373억원어치, 2025년 5월에 1,303억원어치(발행주식의 1.35%) 자기 주식을 두 차례 사서 없앴고, 2026년 은 주당 800원, 총 759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늘렸다. 다른 한쪽은 훨씬 낯선 곳으로 갔다. 2026년 6월 12일, 회사는 일론 머스크의 SpaceX 주식을 시장에서 500억원(자기자본의 7.24%)어치 사기로 결정했다. SpaceX는 미국 증권당국에 낸 자료 기준 매출 28.5조원에 순손실 7.5조원인 비상장 우주기업이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만드는 회사의 장부에 적자 우주기업 지분이 올라간 것이다.

여기서 몰린 것과 택한 것을 갈라보자. 순익의 크기 — HPSP 지분이 얼마에 팔렸고 평가이익이 얼마나 났는지 — 는 시장과 타이밍에 걸린, 회사가 주무를 수 없던 부분이다. 반면 그렇게 손에 들어온 현금을 자사 증설에도, 반도체 동종 기업에도 아닌 우주기업 지분으로 보낼지는 회사가 고른 자리다. 무차입이라 이 회사는 소각·배당 같은 주주환원과 SpaceX 같은 새 베팅을 양자택일하지 않고 동시에 했다. 다만 왜 하필 우주였는지, 그 속내는 이 공시로는 가를 수 없다. 회사가 남긴 건 취득 목적 한 줄뿐이다 — 'AI·위성통신·우주항공·첨단 반도체 수요 폭발에 따른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SpaceX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투자'. 사실은 여기까지고, 판단은 독자 몫이다.

💡순익이 본업과 3년째 엇갈린 건 시장이 정한 HPSP 시세 탓이지만, 그 돈을 소각·배당과 SpaceX 500억으로 나눠 보낸 건 무차입이라 가능했던 회사의 선택이다.
그때 그 공시, 지나고 보니

'순익 40% 증가' 그 한 줄을, 지나고 보니

2026년 2월 6일 공시의 원래 이름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이었다. 실적이 크게 흔들리면 회사가 의무적으로 이유를 밝혀야 하는 공시다. 그때 한미가 적어낸 순익 증가의 원인은 'HPSP 보유주식 처분' 한 줄이었다. 당시엔 그저 좋은 소식처럼 읽혔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앞 해엔 정반대였다는 걸 겹쳐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본업이 여섯 배 뛰었는데 순익이 줄었던 해, 그때의 이유도 HPSP였다. 지나고 보니 이 회사의 최종 이익은 장비의 리듬이 아니라 보유 지분의 리듬을 따라 오르내렸다.

2025년 5월 19일의 「주식소각 결정」도 다시 읽힌다. 회사가 사 모은 자기 주식 1,302,059주, 장부가 1,303억원어치(발행주식의 1.35%)를 아예 없앤 결정이다. 배당 가능한 이익으로 산 주식을 소각하는 것이라 자본금 자체는 줄지 않는, 순수하게 주주 몫을 키우는 환원이다. 눈에 띄는 건 시점이다. 본업 매출·영업이익이 멈춰 서 있던 해에 소각 규모는 오히려 전년의 373억원보다 커졌고, 이듬해 배당까지 11.1% 늘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 6월엔 SpaceX 500억원이 이어졌다. 본업 숫자만 들여다본 사람은 이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절반밖에 못 봤을 것이다 — 장비의 리듬이 가라앉은 자리에서, 이 회사는 벌어둔 현금을 주주와 우주로 나눠 흘려보내고 있었다.

💡'HPSP 처분으로 순익 40% 증가'라는 한 줄을 앞해와 겹쳐 보면, 이 회사의 최종 이익은 장비가 아니라 보유 지분의 리듬을 따라왔고, 본업이 멈춘 자리에서 환원과 우주 베팅이 이어졌다.
옆에 세워 보면

같은 AI 붐인데, 저마다 다른 층에서 닿는다

AI와 메모리가 동시에 타오른 지난해, 같은 붐이 반도체 회사마다 얼마나 다르게 닿았는지를 나란히 놓으면 한미의 자리가 보인다. 붐의 한복판에 선 건 메모리를 직접 만드는 곳이었다. SK하이닉스는 HBM으로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101.2%)을 찍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43조6,011억원)마저 앞질렀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등으로 영업이익 43조6,011억원(+33.2%)을 회복했다. 값이 폭등하는 물건을 직접 만드는 자리에 있으면 이익이 이렇게 튄다.

그 아래 층들은 다른 폭으로 닿았다. AI 서버용 기판을 만드는 이수페타시스는 매출이 1조880억원(+30.0%), 영업이익이 2,047억원(+100.9%)으로 두 배가 됐다. 흥미로운 건 이 회사가 순차입 822억원 상태였다는 점이다 — 빚을 지고 증설을 대면서도 붐에 가까운 자리라 이익이 폭발했다. 테스트용 소켓과 핀을 만드는 리노공업은 매출 3,725억원(+33.9%), 영업이익 1,770억원(+42.5%)에 부채비율 8%의 무차입 순현금이었다. 반대로 소재층인 동진쎄미켐은 영업이익이 1,724억원으로 1.7% 줄었다 — 감광액·슬러리 같은 소재는 붐에서 한 발 떨어진 층이라 상승의 배율이 작았고, 부채비율 82%의 순차입 구조였다.

이 지형에서 한미반도체는 어디에 서 있나. 장비층에 있으면서, 순현금 2,762억원에 부채비율 18%로 사실상 빚이 없다. 순차입으로 증설을 밀어붙인 동진·이수와는 정반대 축이다. 이 재무적 여유가 이 회사의 선택 폭을 넓혔다 — 다른 회사들은 붐의 이익을 증설과 빚 갚기에 쓸 때, 한미는 소각·배당과 SpaceX 지분을 동시에 쥐었다. 다만 붐이 이익으로 얼마나 크게 닿느냐는 여전히 밸류체인에서의 위치가 가른다. 한미 본업의 리듬은 결국 앞단 메모리 제조사가 HBM 설비를 얼마나 늘리느냐, 그 사이클을 따라 뛴다.

💡같은 AI 붐을 SK하이닉스는 정면에서, 이수는 순차입으로도 크게, 동진은 작게 통과했고, 장비층의 한미는 무차입 순현금이라 붐의 이익을 환원과 우주 베팅에 동시에 쓸 선택 폭을 쥐었다.
한마디

장비의 리듬과 지분의 리듬, 그 사이에서

지금 한미반도체 앞에는 세 개의 서로 다른 흐름이 겹쳐 있다. 2분기에 매출 2,512억원(+39.5%)·영업이익 1,303억원(+51%)으로 다시 붙기 시작한 본업의 리듬, HPSP를 팔아 순익을 채우고 그 지분의 시세에 오래 흔들려온 최종 이익의 리듬, 그리고 벌어둔 무차입 현금을 주주에게(소각 1,303억·배당 759억)와 우주기업 지분(SpaceX 500억)으로 나눠 보내는 결정의 흐름. 셋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본업이 다시 붙는다는 조짐도, SpaceX 지분이 무엇을 남길지도 아직 실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 — 여기까지가 공시가 말해주는 사실이고, 그 다음은 아직 열려 있다.

이 회사가 속한 산업 — 반도체
하나의 국면

다 같이 오른 해, 혼자 제자리인 장비 대장

2025년 반도체 회사들의 성적표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 47조2,063억(+101.2%), 삼성전자 43조6,011억(+33.2%), 기판을 만드는 이수페타시스는 2,047억으로 두 배(+100.9%), 테스트 부품의 리노공업은 1,770억(+42.5%). 밀어올린 힘은 하나였다. AI 가속기 옆에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붙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를 만들고 그 주변을 대는 회사들이 함께 위로 실렸다.

그런데 이 대열에서 두 회사가 방향을 달리했다. HBM 장비를 만드는 한미반도체의 영업이익은 2,514억으로 오히려 -1.6%, 소재를 만드는 동진쎄미켐의 본업 영업이익도 -1.7%였다. 같은 상승 국면, 같은 공기를 마시는데 누구는 이익이 두 배로 뛰고 누구는 제자리다. 더 이상한 건 한미반도체다. HBM 장비 대장이라 불리는 회사가, 바로 그 HBM이 반도체판을 끌어올린 해에 혼자 숨을 죽였다. 같은 방에 있었지만 모두가 같은 이유로 그 공기를 마신 건 아니었다.

그 어긋남을 설명하려면 실적의 겉면이 아니라 회사가 어느 자리에 서 있는지를 봐야 한다.

💡같은 상승 국면이라도 밸류체인의 어느 층에 서 있느냐에 따라 그 바람이 닿는 폭이 전혀 다르다.
왜 다른 결과

본업이 멈춘 해에 순익만 40% 뛴 회사

한미반도체의 숫자를 한 겹 더 벗기면 방향이 세 갈래로 흩어진다. 매출은 5,767억으로 +3.2%, 거의 그대로. 영업이익 2,514억은 -1.6%로 살짝 뒷걸음. 그런데 맨 아래 순이익은 2,140억으로 +40.2% 뛰었다. 장비를 팔아 번 돈(영업이익)이 제자리인데, 최종적으로 회사에 남은 돈은 크게 늘었다. 상식과 반대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본업이 아니었다. HPSP라는 다른 반도체 장비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그걸 팔아 생긴 이익이 순익을 밀어올렸다. 이 엇갈림은 올해 처음도 아니다. 2024년엔 정반대였다. 그해 본업은 폭발했다 — 매출 +251%, 영업이익 +639%. 그런데 순이익은 오히려 -43%였다. 보유하던 HPSP 지분의 평가 손익이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3년째, 이 회사의 최종 성적을 가른 건 열압착 본더(열과 압력으로 칩을 눌러 붙이는 HBM 조립 장비)가 아니라 장부 한켠에 얹혀 있던 남의 회사 주식이었다.

그러니 '같은 국면인데 왜 이렇게 다른가'라는 질문은 두 방향으로 쪼개진다. 하나는 본업의 방향이 왜 동종과 갈렸나. 다른 하나는 순익이 왜 본업과 따로 노나. 답은 둘 다 회사가 서 있는 구조에 있다. 그 구조를 두 개의 축으로 풀어보자.

💡실적을 매출·영업이익·순익으로 나눠 보면, 같은 회사 안에서도 방향이 서로 어긋난다 — 그 어긋남의 자리가 곧 구조다.
가르는 축 ①

첫째 축 — 붐의 어느 층에 몸을 걸었나

이 상승 국면에서 결과를 가장 크게 가른 건 밸류체인에서 어느 층에 서 있느냐였다. 진원에 가장 가까운 자리는 메모리를 직접 만드는 곳이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한 우물만 파는 회사인데, HBM에서 엔비디아 공급 선두를 잡으며 영업이익 47조2,063억을 찍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43조6,011억)을 앞질렀다. 값이 오르면 그 값을 그대로 받아내는 자리, 파는 물량 하나하나가 곧바로 이익으로 꽂히는 자리다.

한 층 물러나면 그 바람이 닿는 폭이 달라진다. 이수페타시스는 AI 서버에 들어가는 여러 겹짜리 회로기판을 만드는데, 서버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1조를 넘고(+30%) 영업이익이 두 배가 됐다. 리노공업은 칩을 검사할 때 쓰는 핀과 소켓을 대는데, 검사 물량이 늘수록 소모품이 팔려 +42.5%였다. 여기까지는 진원에 가까울수록 크게 실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 바깥으로 나가면 결이 바뀐다. 동진쎄미켐이 만드는 감광액·연마액 같은 소재는 사이클의 가장 먼 층에 있어 배율이 작다. 그래서 본업 영업이익이 -1.7%로 애초에 크게 튀지 않았다.

한미반도체는 메모리 제조사에 장비를 대는 층에 있다. 진원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런데 왜 flat이었나. 자리 탓이 아니라 시점 탓이다. 이 회사는 2024년에 이미 HBM 장비 발주의 정점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 그해 매출이 251% 뛴 게 그 흔적이다. 그렇게 높이 올라선 다음이라, 2025년은 그 정점 위에서 발주 리듬이 한 박자 쉬는 구간이었다. 장비를 대는 자리의 양면이 여기서 드러난다. 전방 제조사가 증설 버튼을 누르면 폭발하지만, 그 손가락이 잠시 멈추면 함께 멈춘다. 소재층에 앉은 동진처럼 애초에 진폭이 작았다면 이런 급등락도 없었을 것이다. 크게 받는 자리를 고른 대가로, 쉬는 구간의 정체도 함께 받는다.

💡어느 층에 몸을 걸었느냐가 상승 국면의 이익 폭을 가른다 — 크게 받는 자리를 고른 값으로 쉬는 구간의 정체까지 함께 받는다.
가르는 축 ②

둘째 축 — 번 돈을 빚으로 굴렸나, 여유로 쥐었나

같은 붐을 두고 회사들이 갈린 두 번째 지점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어디에 썼느냐다. 이수페타시스는 붐을 붙잡으려 빚과 새 주식으로 돈을 끌어와 공장을 늘렸다. 그 결과 부채비율 71%에 갚아야 할 빚이 가진 현금보다 822억 많은 순차입 상태다. 그런데도 진원에 가까운 자리 덕에 이익이 두 배로 뛰었다. 상승 국면에선 빚을 지고서라도 몸집을 키운 쪽이 더 크게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한미반도체는 정반대 자리를 골랐다. 부채비율 18%, 가진 현금이 빚보다 2,762억 많은 사실상 무차입이다. 갚을 이자에 매이지 않고, 남의 돈을 빌려 급하게 증설하지도 않은 선택의 결과다. 이 여유는 상승장에서 이수 같은 레버리지 성장의 속도를 포기한 값이기도 하다. 대신 얻은 건 양자택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폭이다. 삼성전자가 5.35조 를 태워 없애면서 동시에 110조를 재투자에 넣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여력 — 주주에게 돌려주는 일과 새로 투자하는 일을 저울에 올려 하나만 고를 필요가 없는 상태.

한미반도체는 실제로 그 폭을 썼다. 발행한 주식의 일부를 시장에서 사들여 아예 없애버리는 자사주 소각을 2024년 11월(373억)과 2025년 5월(1,303억·발행주식의 1.35%) 두 차례 했고, 2026년 배당은 주당 800원(총 759억·+11.1%)으로 늘렸다. 빚에 눌린 회사라면 이 중 하나를 접었어야 할 일을, 무차입 구조는 나란히 하게 해줬다. 다만 이 여유가 '과거에 고른 선택'인지 '올해 순익이 뛴 결과'인지는 깔끔히 갈리지 않는다. 무차입 체질 자체는 오래 쌓아온 선택이지만, 그 위에 얹힌 여윳돈의 크기는 HPSP를 판 이익이 부풀린 부분도 있다. 거기까지가 이 자료로 확인되는 경계다.

💡같은 붐이라도 빚으로 몸집을 키운 쪽과 무차입 여유를 쥔 쪽은 다른 그림을 그린다 — 여유는 속도를 포기한 값으로 얻은 폭이다.
그래서 이 회사는

그래서 한미반도체는 — 남은 재량을 어디로 흘려보냈나

두 축을 한미반도체에 겹치면 자리가 또렷해진다. 진원에서 멀지 않은 장비층에 몸을 걸었고, 그 위에 무차입이라는 여유를 얹었다. 그런데 2025년 이 회사에 벌어진 일은 공통 국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자기만의 사정이 한 겹 더 얹혀 있다.

먼저 회사가 어쩔 수 없이 몰린 부분과 스스로 고른 부분을 갈라보자. 본업 영업이익이 -1.6%로 멈춘 건 재량 밖이다. 전방 메모리 제조사의 HBM 증설 버튼이 2024년 정점 뒤 잠시 쉬는 구간에 들어간 결과이지, 회사가 선택한 정체가 아니다. 반면 순익을 +40%로 밀어올린 HPSP 지분 처분은 성격이 다르다. 그 지분에서 얼마의 차익이 나느냐는 시장이 정하지만, 그걸 '언제 팔아 이익으로 확정하느냐'에는 회사의 재량이 있다. 본업이 쉬는 해에 그 처분이 최종 성적을 채웠다는 사실만 이 공시로 확인된다.

재량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건 그 다음이다. 2026년 6월, 한미반도체는 일론 머스크의 SpaceX 지분을 500억원(자기자본의 7.24%)어치 사들이기로 했다. 열압착 본더를 팔아 번 무차입 현금과 HPSP를 판 돈이, 자기 공장 증설도 아니고 반도체 동종 지분도 아닌, 아직 적자인 우주기업의 주식으로 흘러갔다. HBM 조립 장비를 만드는 회사의 장부에 로켓 회사 지분이 올라간 그림이다. 취득 목적으로 회사가 적어낸 건 'AI·위성통신·우주항공·첨단 반도체 수요에 따른 미래 성장성 투자'다. 왜 하필 그 자리였는지, 그 판단의 안쪽까지는 이 공시만으로 가늠되지 않는다. 여기서 동기를 단정하는 건 독심술이 된다. 확인되는 건 '무엇을 했나'까지다 — 무차입 여유가 환원(두 차례 소각과 늘린 배당)과 이 낯선 신투자를 동시에 감당했다는 사실.

한편 본업은 다시 붙는 조짐을 보였다. 2026년 2분기 매출 2,512억(+39.5%)·영업이익 1,303억(+51%)으로 발주가 재점화하는 신호가 나왔다. 다만 상반기 누계로는 아직 전년보다 -7.7%다. HBM 증설 사이클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는 기대는 있지만, 실적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 장비 대장의 리듬은 여전히 전방 제조사의 손끝에 묶여 있고, 무차입 곳간에서 흘러나간 우주기업 지분의 값이 다음 순익을 어느 방향으로 흔들지는 열린 채로 남아 있다.

이 이야기가 근거한 공시
최근 신호
출처
주가·투자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움직임을 읽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공시·재무제표에서 뽑아 재서술했으며, 원문은 각 공시 출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