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토리는 웹툰과 웹소설을 서비스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문양근 외 최대주주 체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은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할 때 발생하는 매출이 기업의 핵심 생명선이다.
2025년 기준 핑거스토리는 매출 17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기 184억 원 대비 5.7% 줄어든 수치다. 웹툰 시장의 소비 둔화라는 파고를 맞으며 본업의 외형이 성장의 속도를 잃고 후퇴한 상태다. 플랫폼 기업에 있어 매출의 역성장은 사업의 근간이 되는 이용자 활동이 무뎌졌다는 뚜렷한 신호로 읽힌다.
최근 공시된 실적에서 두 얼굴이 엇갈린다. 본업을 보여주는 은 8억 원으로 전기의 15억 원에서 43.8%나 줄어들었다. 비용을 효율화하려 애썼음에도 매출의 낙폭이 더 컸기에 플랫폼 운영 효율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런데 장부의 마지막 줄, 은 35억 원으로 전기 대비 109.3% 급증했다. 본업의 엔진은 식어가는데 이익의 최종 총량은 두 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이 낯선 현상의 배경에는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평가이익과 전환사채 파생상품 평가이익이 있었다. 영업 현장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장부상 계산된 평가이익이 네 배 이상 높게 찍히며 실적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매출이 감소하는 동안 영업이익이 깎여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나, 순이익이 그와 반대로 뛴 것은 회사가 택한 결과물이다. 핑거스토리는 본업의 둔화를 금융 수익으로 방어하는 궤적을 그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적자를 피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 사업의 실적 부진을 투자 자산의 변동으로 상쇄하는 전략적 선택이 깔린 결과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전환사채 발행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라는 외부 수혈을 택했다. 특히 2026년 8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참여한 5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경영권의 색채를 짙게 하는 동시에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확보된 358억 원의 현금성 자산은 플랫폼 운영의 안전판 역할을 하겠지만, 이 자금이 다시 본업의 마케팅으로 투입되어 다시금 매출을 끌어올릴지 혹은 금융 자산의 몸집을 불리는 데 쓰일지는 공시된 현재 시점의 숫자만으로는 확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같은 웹툰 플랫폼 업종 내에서도 회사마다 업황을 통과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매출 173억 원의 규모와 그 안에서 일어난 역성장은 시장 수요가 줄어들 때 플랫폼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익잉여금이 39억 원으로 늘어난 것은 장부상으로는 자본 축적의 결과이지만, 그 기반이 현금 유입이 아닌 평가이익에 있다는 점은 재무적 건전성에 대한 다른 해석을 요구한다.
결국 핑거스토리가 마주한 것은 장부의 화려함과 영업의 쓸쓸함이라는 두 극단 사이의 불균형이다. 액면병합과 유상증자를 통해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대응하고 자본 구조를 조정하는 일련의 과정은 회사가 생존을 위해 어떤 경로를 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본업이 회복되지 않는 장부상의 이익은 결국 미래의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로 남았다.
성적표의 화려한 숫자 이면에는 여전히 본업의 반등이라는 숙제가 짙게 깔려 있다. 금융 수익으로 다진 견고한 순익이 플랫폼의 새로운 동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한번 장부상 평가이익이라는 경계 안에 머물지, 회사의 발걸음은 지금 그 불확실한 갈림길 위에 멈춰 있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산업은 지금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는 공통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익숙한 일상의 여가조차 경제적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플랫폼들은 저마다 매출 정체라는 서늘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 모두가 성장을 외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누가 더 잘 견디느냐가 산업의 지형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이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방식은 회사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콘텐츠라는 본질적인 공급에 집중하며 이용자의 시간을 붙잡으려 했고, 누군가는 금융이라는 장부를 넘기며 외형적인 수치를 관리하는 길을 택했다. 같은 방에 머물고 있지만, 그들이 문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방식은 각기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매출이 정체되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많은 플랫폼이 겪는 보편적인 결과다. 그러나 장부를 한 겹 더 넘겨 순이익을 확인하는 순간, 극명한 대비가 나타난다. 본업에서 번 돈으로만 성적표를 채운 회사는 매출 하락과 함께 순익도 곤두박질치는 반면, 별도의 추진체를 가진 회사는 본업이 흔들릴수록 오히려 순익이 팽창하는 기묘한 현상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회사가 과거에 어떤 기반을 다져왔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었는지에 따라 실적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플랫폼은 그저 창구가 아닌, 회사가 선택한 전략이 응축된 거울이다.
첫 번째로 결과를 가르는 축은 회사가 가진 '비즈니스의 중심축'이다. 플랫폼의 가치를 콘텐츠의 소비량과 충성 고객에서 찾는 회사는 업황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는다. 반면 자본 조달과 금융 자산 운용을 본업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회사는 플랫폼 그 자체가 거대한 투자 창구가 된다.
이는 회사가 과거에 택한 길이다. 시장의 팽창기에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수급하고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한 회사와, 자본의 흐름을 관리하고 전환사채와 같은 유가증권을 통해 재무적인 유연성을 택한 회사의 밸류체인은 다르다. 지금처럼 본업이 어려울 때, 후자는 금융 평가이익이라는 마법으로 순익의 하방을 방어한다. 그러나 이는 콘텐츠라는 실체가 주는 지속적인 수익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무엇을 택하든 대가는 따른다. 전자는 시장 변동에 취약하고, 후자는 본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다.
두 번째 축은 회사가 자본을 조달하고 재배분하는 방식이다. 시장이 차가워질 때 빚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유상증자와 같은 자본거래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지배구조를 단단히 굳히는 회사가 있다. 핑거스토리는 액면병합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라는 선택을 통해 자본의 구조를 재편했다.
이러한 선택은 회사의 경영 색채를 짙게 만든다. 운영자금을 조달해 위기를 넘기고 성장을 도모하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그 현금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콘텐츠 마케팅으로 본업의 엔진을 다시 데울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금융 자산으로 장부를 채울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한 재무적 판단을 넘어 회사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 그 자체가 된다.
핑거스토리는 지금 173억 원의 매출과 35억 원의 순이익이라는 두 얼굴 사이를 지나고 있다. 영업익 8억 원이라는 본업의 성적표는 시장의 냉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만, 파생상품 평가이익과 같은 금융 거래는 장부상의 수치를 두 배로 팽창시켰다. 이 회사는 플랫폼이라는 본업의 엔진이 둔화된 자리를 금융이라는 추진체로 메우는 방식을 택했다.
358억 원이라는 현금성 자산을 쥔 것은 회사가 재량껏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이 현금이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는 마케팅의 연료가 될지, 아니면 다시 한번 금융 자산의 증식으로 쓰일지는 공시된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회사가 택한 자본거래의 리듬은 지금 순익의 방어에는 성공했으나, 본업의 반등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미래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핑거스토리는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성취와 자본 시장 내 플레이어로서의 모습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으며, 그 끝이 어떻게 맺힐지는 지금 진행 중인 자금 배치라는 재량 안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