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레이는 병원이나 치과에서 쓰는 의료용 엑스레이 진단기기를 직접 만들어서 국내외에 파는 회사야. 병원에서 뼈나 치아 구조를 촬영할 때 쓰는 그 엑스레이 시스템이 이들의 주력 제품이지. 박병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26.9% 지분을 쥐고 사업을 끌어왔어.
수출 비중을 넓혀가면서 매년 100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일으키는 단단한 중소형 의료기기 제조사로 자리를 잡아왔거든. 수십억 원대 을 꾸준히 내며 성과를 쌓아온 게 이 회사가 오랜 기간 보여준 평소 모습이었어.
그렇게 수백억 원대 엑스레이 기기를 국내외로 팔아오던 이 회사 장부에 최근 이상한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어. 최신 연간 실적을 열어보면 매출은 1080억 원으로 전년 1070억 원과 견주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지. 성장이 멈춰 선 거야.
더 이상한 건 이익 쪽이야. 전년에 65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억 원으로 미끄러지며 적자로 돌아섰거든. 그런데 장부 맨 아래 남은 은 오히려 6억 원 흑자를 기록했어. 본업에서는 돈을 잃었는데 최종 장부엔 이익이 남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진 거지.
영업은 적자인데 순이익은 흑자라니, 도대체 장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비밀은 세금에 있었어. 세전을 떼어내기 전 순이익은 -11억 원으로 엄연한 적자였거든. 그런데 법인세 비용이 전년 35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바뀌면서 적자였던 세전이익을 장부상 흑자로 바꿔놓은 거야. 회사의 영업 체력이 좋아진 게 아니라 세무 처리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착시 효과인 셈이지.
본업을 뜯어보면 원가와 비용 부담이 뚜렷해. 1080억 원을 파는 동안 들어간 매출원가가 664억 원으로 이 61.4%에 달해. 여기에 120억 원 규모의 경상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잡지 않고 그해 판매비와 관리비로 전부 털어 넣는 회계 기조를 유지했지. 개발 성과를 먼 미래의 자산으로 포장하지 않고 당기 비용으로 바로 덮어쓰다 보니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깎여 나간 거야.
벌어들이는 현금이 줄어들자 보유 현금은 162억 원에서 138억 원으로 줄었고, 부채는 382억 원에서 475억 원으로 늘어났어. 자금 여력이 빡빡해지자 회사는 결정을 내렸지. 2026년 1월, 보유하고 있던 100만 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49.4억 원의 현금을 끌어왔어. 본업 현금창출력이 둔화된 상황에서 를 넘기고 현금을 채워 넣는 자본 거래를 선택한 거야.
장부상 세금 효과나 자사주를 넘겨 쥔 49.4억 원의 현금만으로는 본업이 마주한 원가 부담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지 못해. 제노레이가 손에 쥐고 있는 수치들을 동종 제조 업황의 시선에서 다시 나란히 세워볼 필요가 있어.
외형 매출 1080억 원은 전년 대비 +1% 성장에 그쳤고, 매출원가율은 61.4%로 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야. 과거 성과가 쌓여 장부상 이익잉여금은 792억 원에 달하지만, 지금 당장 손에 들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138억 원에 불과해. 장부상 쌓인 잉여금과 실제 유동성 사이의 격차가 수주 및 영업 정체와 맞물려 회사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지.
법인세 차익이 만들어낸 순이익 흑자와 자사주를 활용해 조달한 49.4억 원의 현금은 제노레이가 당장의 유동성 통로를 확보하는 데 일조했어. 하지만 120억 원의 경상연구개발비를 판관비로 끌어안은 채 발생한 -2억 원의 영업적자는 본업의 마진 구조가 직면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세무 조정 효과와 자본 거래를 거둬낸 자리에 본업의 영업이익이 다시 양수(+)로 돌아설 수 있을지, 숫자가 던지는 질문은 그 자리에 열려 있어.
의료 진단용 엑스레이 장비를 만드는 산업은 허들이 꽤 높은 동네야.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여럿 포진해 있지만, 실적 장부를 펼쳐보면 기이할 정도로 이익률이 눌리는 모습을 같이 목격하게 되지.
장비를 대량으로 조립해 파는 제조업 특성상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비와 제조 원가가 영업판의 공기를 일정하게 지배하거든. 매출표에 1,000억 원이라는 커다란 숫자가 찍혀도, 실제로 원가로 빠져나가는 돈이 6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게 이 산업의 공통된 현실이야. 덩치는 커 보이는데 정작 손에 쥐는 실속은 날로 얇아지는 국면을 함께 지나고 있는 거지.
그런데 이 공통의 압박 속에서 회사들의 장부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져. 어떤 회사는 영업에서 번 돈이 다 깎여 나가 적자로 돌아서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성장이 멈췄는데도 밑바닥 순이익은 갑자기 플러스로 솟구치거든.
똑같이 엑스레이 장비를 팔고 수출길을 뚫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최종 숫자가 엇갈리는 걸까? 겉으로 보이는 매출 1,000억 원의 착시를 거두고 나면, 회사가 장부 위 숫자를 어떻게 다루기로 선택했는지 그 구조의 차이가 드러나게 돼.
장비 회사들의 이익을 가르는 첫 번째 축은 연구개발비를 장부 위 어디에 놓았느냐는 선택이야. 엑스레이 기기를 고도화하려면 매년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가거든. 이 돈을 미래에 벌어다 줄 자산으로 잡아둘 수도 있고, 들어간 해에 판매비와 관리비로 전부 털어낼 수도 있어.
개발비를 그해 비용으로 즉시 밀어 넣는 길을 택한 기업은 영업이익에서 커다란 손해를 보게 돼. 당장 장부상 영업이익은 쪼그라들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로 밀려나지. 하지만 자산에 무형자산이라는 이름으로 묵혀두지 않았으니, 나중에 개발 실패로 인한 자산 감액 충격을 맞을 일은 없어. 과거에 선택한 회계 방식의 유연성이 지금의 영업이익 숫자를 직접적으로 옭아매고 있는 셈이야.
영업에서 현금이 덜 돌기 시작할 때 회사들이 들고 나오는 자금 조달 방식도 이익의 모양을 완전히 바꿔놓지. 이게 두 번째 축이야. 장부상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순간, 어떤 기업은 기존에 쥐고 있던 자기주식을 교환사채 담보로 던져 현금을 마련하는 길을 골랐어.
자기주식 100만 주를 내주고 49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면 유동성 숨통은 트여. 하지만 이건 본업에서 버는 영업 현금흐름이 아니라 자기 자산을 담보로 잡힌 거래거든. 여기에 세무 조정 효과로 법인세 비용이 -18억 원 같은 숫자로 바뀌면, 영업적자 -2억 원이 순이익 6억 원이라는 이상한 흑자로 변신하는 착시가 만들어져. 본업의 실체와 세무·금융 장치가 만들어낸 숫자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지점이지.
이제 제노레이의 장부를 직접 겹쳐보자고. 제노레이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 1080억 원이라는 단단한 외형이 먼저 보여. 그런데 바로 1년 전 65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이번 기에는 -2억 원으로 식어버렸어. 매출원가가 664억 원 수준에서 고스란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120억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전부 판매비와 관리비로 즉시 반영하는 선택을 내렸기 때문이지.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자 당기순이익 6억 원이라는 숫자가 등장해. 영업은 마이너스인데 순이익이 흑자가 된 바탕에는 세무 조정으로 인한 법인세 비용 -18억 원의 환급 효과가 크게 작용했어. 이건 회사가 영업을 잘해서 만들어낸 성과라기보다는 정해진 세무 규칙 아래서 나타난 기계적 수치야. 회사의 재량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었던 셈이지.
반면 회사가 스스로 재량을 발휘해 결단한 자리도 분명히 존재해. 제노레이는 2026년 초 자기주식 100만 주를 교환사채의 담보로 제공하며 49억 원의 현금을 끌어왔어. 최대주주 지분이 박병욱 포함 26.9%로 묶인 지배구조 속에서, 자본 838억 원의 체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활용해 현금 흐름의 갈증을 메우는 길을 직접 택한 거지.
비용을 웅크리지 않고 그해 장부에 다 털어 넣는 회계 처리와, 갖고 있던 주식을 내걸고 현금을 당겨온 금융적 선택. 제노레이는 자신이 내린 선택의 대가를 영업이익 -2억 원과 순이익 흑자라는 낯선 숫자로 받아들고 있어. 본업의 엔진이 다시 양수의 영업이익을 뿜어낼 수 있을지, 시장은 회수한 현금과 회계의 겉표지 너머를 가만히 지켜보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