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로보틱스는 공장 안에서 물건을 나르는 자율주행 물류로봇과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들어가는 진공로봇을 만드는 회사야. 일반 소비자에게 정해진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 파는 게 아니라, 고객사가 요구하는 사양에 맞춰 하나씩 설계를 짜고 만들어 내는 수주 기반 장비 제조 방식을 갖고 있지.
이런 맞춤형 장비 사업은 기술력을 보여주기엔 좋지만, 고객사의 공장 투자 계획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특성이 있어. 만들어둔 재고를 바로 꺼내 파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전방 산업의 투자가 멈추면 매출도 즉시 영향을 받거든. 실제로 매출 이 72.4% 수준을 나타내는데, 제품별로 들어가는 원재료와 규격이 제각각이라 원가를 일정하게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야.
앞서 본 사업 구조는 2026년 2월에 발표된 실적 공시에서 그대로 드러났어. 이번에 집계된 매출액은 438억 원으로, 전년도 607억 원에 비해 27.8%나 감소했거든. 공장 투자가 미루어지면서 로봇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든 탓이지.
매출이 줄어도 로봇을 설계하고 연구할 인력과 기본 고정비는 계속 들어가잖아. 결국 매출총이익은 전년과 같은 121억 원에 머물렀지만, 영업손실은 119억 원으로 적자 폭이 70%가량 늘어났어. 본업에서 버는 돈이 줄어들자 고정비의 무게가 장부에 그대로 얹힌 셈이야.
그런데 영업손실 119억 원보다 더 눈에 띄는 숫자가 있어. 바로 당기순손실 431억 원이야. 전년도 순손실이 8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55배 넘게 불어난 거지. 영업 활동에서 난 손실보다 금융 장부상 손실이 훨씬 더 크게 작용했거든.
이 격차의 중심에는 회사가 발행했던 전환사채 관련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자리 잡고 있어. 주가 변동에 따라 장부상 평가 금액이 달라지는 금융상품 때문에 당장 현금이 나가지는 않더라도 이 크게 깎인 거야. 한편 영업에서 현금이 줄어드는 중에도 통장 속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전년도 306억 원에서 362억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어. 과거 주식 관련 채권을 발행해 끌어온 자금이 남아있는 덕분이지.
손실이 누적되면서 장부상의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1117억 원까지 내려앉았어. 회사는 2025년 12월 7회차 전환사채에 대해 약 32.8억 원 규모의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등 발행된 채권 관리에도 직접 나선 상태야. 영업 활동의 성과와 재무적 거래의 결과가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며 장부에 새겨지고 있어.
로봇 장비 업계에서 수주 공백을 맞닥뜨렸을 때 기업들이 보이는 모습은 저마다 달라. 어떤 곳은 사업을 줄여 고정비를 축소하고, 어떤 곳은 이미 벌어둔 현금으로 버텨내지. 티로보틱스의 경우 커스텀 제작에 따른 72.4%의 원가율과 고정 연구개발비를 안은 채 부진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어.
특이한 점은 본업의 손실 규모보다 주식 연계 채권으로 인한 평가 손실의 영향력이 장부를 크게 지배한다는 사실이야.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 1117억 원에 달할 정도로 누적 결손이 깊어졌지만, 외부에서 조달한 현금 362억 원으로 사업을 이어갈 재무적 공간을 확보해 두고 있지.
전방 산업의 투자가 다시 살아나 로봇 수주가 늘어나는 것이 본업 회복의 핵심 과제로 남아있어. 동시에 장부를 뒤흔드는 금융 상품의 평가 손실과 누적된 결손금을 수주 이익으로 넘어서야 하는 숙제도 함께 놓여 있지. 조달해둔 현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지속하면서 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야.
로봇과 특수 설비를 만드는 업계는 전방 기업들의 장비 투자 타이밍에 실적이 묶이는 공통된 국면을 지나고 있어. 공장을 새로 짓거나 라인을 교체하는 투자 시계가 느려지면, 장비를 맞춰 공급하는 제조사들의 성적표도 일제히 그늘이 드는 식이지.
남들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전방 산업의 투자 지연이라는 거대한 흐름 자체를 혼자 비껴가기는 어렵거든. 주요 고객들의 투자 집행이 늦어지면서 장비 수주 제조사들의 매출과 영업 손익은 공통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게 됐어.
그런데 장부의 손익표를 열어보면 손실이 찍히는 모양새는 회사마다 전혀 달라. 단순히 주문이 줄어서 매출과 이 함께 줄어드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본업의 영업적자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대형 적자가 장부를 누르는 곳도 있거든.
같은 고객사 투자 지연이라는 바람을 맞아도 결과가 갈리는 건 단순한 운 때문이 아니야. 회사가 그동안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따내고 자금을 어떤 수단으로 끌어왔는지가 작동한 결과지.
첫 번째 축은 수주를 따내는 방식과 제품의 생산 성격이야. 규격화된 표준 제품을 만들어 넓게 파는 구조는 특정 고객사의 일정이 뒤틀려도 충격을 나눌 여지가 있지.
반면에 고객사가 요구하는 사양에 맞춰 하나씩 제작하는 커스텀 로봇 방식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위험도 함께 커져. 고객사의 투자가 조금만 지연되어도 매출은 즉시 끊기는데 공장을 유지하는 고정비는 그대로 나가면서 영업이익을 크게 깎아먹거든.
두 번째 축은 버티는 자금을 마련해 온 방식이야. 영업 활동으로 번 돈이 장부에 쌓이는 구조가 있는가 하면,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자본 거래로 현금을 채워 온 구조도 있어.
후자의 방식을 선택한 구조에서는 주가나 할인율 변동에 따라 파생상품 평가 손실이 수백억 원씩 발생하기도 해. 실제로 당장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이 평가 비용이 당기순손실을 영업손실의 몇 배 크기로 불려 놓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티로보틱스의 실적은 이 두 개의 축이 결합해 만든 현재의 모습이야. 매출은 전년보다 27.8% 감소한 438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70% 넘게 악화된 119억 원으로 나타났어. 커스텀 로봇 수주 중심의 구조에서 전방 고객사의 투자 시기가 뒤로 밀린 건 회사가 당장 재량을 발휘해 바꾸기 어려운 거시적 환경에 가까워. 매출이 줄어들며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무거워진 것 역시 본업 구조상 뒤따르는 결과지.
반면에 영업손실 119억 원 뒤로 당기순손실이 431억 원까지 늘어난 대목은 회사가 자금을 조달해 온 방식이 만든 영역이야. 기존에 발행했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평가 손실이 영업 밖에서 300억 원 넘게 추가되며 적자 폭을 늘린 거지. 이 와중에 영업 활동이 아닌 자금 조달 거래를 통해 현금 잔고를 전년보다 늘어난 362억 원으로 유지한 것 역시 회사의 결정이었어.
결손금이 1,117억 원에 이른 장부는 그동안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이어온 방식의 기록이야. 앞으로 확보할 로봇 수주가 금융 평가 비용을 뛰어넘는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열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