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강은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특수강 선재를 전문으로 만들어 파는 회사야. 자동차, 교량, 건설 현장 곳곳에 들어가는 굵직한 와이어와 로프가 이들의 주력 제품이지. 최대주주인 홍석표 외 특수관계인이 50%가 넘는 지분을 쥐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끌어가는 가업 형태를 띠고 있어.
이 회사의 평소 체급을 보면 덩치가 꽤 묵직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어. 연간 매출만 1조 8,092억 원에 달하고, 자본총계는 1조 9,616억 원으로 2조 원 가까이 쌓여 있거든. 수십 년간 쇠를 다루며 흑자를 쌓아 올린 덕에 장부 안에 차곡차곡 모아둔 이익잉여금만 1조 6,629억 원에 이르네. 본업에서 버는 돈의 상당수를 내부에 쟁여두며 거대한 재무적 울타리를 세워둔 전형적인 제조 기업의 모습이지.
앞서 본 든든한 자본을 바탕으로 최근 나온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장면 하나가 눈에 들어와. 매출은 전년도 1조 7,396억 원에서 1조 8,092억 원으로 4% 늘었고, 본업에서 남긴 은 261억 원에서 407억 원으로 무려 56%나 뛰어올랐거든.
그런데 장부 맨 아래 남은 숫자는 완전히 딴판이야. 전년도 329억 원이던 순익이 46억 원으로 86%나 줄어들었지 뭐야. 영업 장사는 전보다 훨씬 잘해서 버는 돈을 늘렸는데, 손에 쥐는 최종 순익은 십분의 일 토막이 난 셈이지.
이 기묘한 숫자의 틈새는 회사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에 몰렸는지를 가라앉혀 보여줘. 먼저 영업이익이 늘어난 건 회사가 제품 판매단가를 올리며 원가 상승 압박을 정면으로 방어했기 때문이야. 매출이 87.4%에 달해 매출의 대부분이 재료비와 제조 비용으로 나가는 구조에서, 단가를 올려 마진을 챙긴 건 회사의 명확한 경영 판단이었지.
반면 순이익을 깎아먹은 결정타는 현금이 실제로 빠져나가지 않은 회계상 비용인 유형자산손상차손이야. 회사가 가진 기계나 공장 같은 자산의 장부가치가 떨어졌다고 보고 이를 일시에 비용으로 반영한 거거든. 현금 유출 없이 장부상 숫자를 정비한 일이지만, 그 여파로 순익 숫자가 푹 꺼지게 된 거야.
철강 업황의 둔화 속에서 동종 업체들이 허덕일 때 고려제강이 버티는 힘은 장부 깊은 곳에서 나와. 손상차손으로 순익 성적표는 왜곡됐지만, 실제 손에 들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만 1,916억 원에 달하거든. 단기적인 회계상 손실이 회사의 유동성을 흔들지 못하는 이유야.
게다가 2024년 11월에는 재평가적립금을 활용해 1주당 0.08주를 새로 주는 무상증자까지 단행했어. 벌어들인 재무적 여력을 주주들에게 나누며 유통 주식 수를 늘리는 정책을 펴기도 했지. 순이익 착시 현상 뒤에는 이처럼 1조 6,000억 원이 넘는 유보금과 든든한 현금 흐름이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장부상 자산 가치를 깎아내는 손상차손 처리는 한 해 성적표의 꼬리를 크게 잘라냈어. 하지만 제품 단가를 올려 원가율 87.4%의 벽을 넘어서고 영업이익을 407억 원까지 끌어올린 본업의 힘 역시 분명한 사실이지. 장부의 묵은 비용을 털어낸 자리에 다음 결산표가 어떤 진짜 이익의 체형을 그려낼지, 고려제강의 장부는 다음 장을 열어두고 있어.
특수강 선재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제조업 현장에서는 외형의 크기가 곧 체력을 뜻하는 것처럼 보여. 1조 8,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대형 제조사라면 더욱 그렇지. 하지만 장부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매출이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서 엄청난 무게의 원가가 짓눌러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실제로 원재료를 사 와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본적인 과정에서 들어가는 원가 비율, 즉 매출원가율이 87%를 웃도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거든. 매출 100원을 올렸을 때 원가로만 87원 이상이 그냥 빠져나가는 구조라는 뜻이야. 물건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손에 쥐는 마진의 폭이 기본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는 국면을 함께 지나고 있는 거지.
그런데 똑같이 팍팍한 원가 환경 속에서도 장부의 맨 밑줄에 찍히는 최종 성적표는 사뭇 다르게 갈려. 어떤 회사는 본업에서 번 돈이 그대로 손에 남는가 하면, 또 어떤 회사는 영업판에서 선전하고도 최종 순이익 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거든.
고려제강의 숫자가 딱 그 어긋남을 극명하게 보여줘. 본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407억 원으로 이전보다 56%나 치솟으며 건재함을 과시했어. 판가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기술 개발로 버텨낸 결실이 영업 수치로 나타난 거지. 그런데 최종 당기순이익으로 내려오면 숫자가 갑자기 46억 원으로 수직 하강해 버려. 1조 8,000억 원을 넘게 판 회사의 최종 순익이 고작 46억 원에 그쳤다는 건, 본업 밖에서 무언가 거대한 무게가 장부를 짓눌렀다는 뜻이야. 이 어긋남은 도대체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결과를 가르는 첫 번째 축은 87%가 넘는 원가율이라는 벽 앞에서 회사가 무엇을 들고 싸우느냐에 있어.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제조 비용이 치솟을 때, 시장 상황에 떠밀려 손실을 그대로 안고 가느냐, 아니면 미세한 단가 조정과 자체 기술력으로 마진의 틈새를 확보하느냐의 갈림길이지.
고려제강은 수동적으로 밀려나기보다 판매 단가를 정교하게 다듬고 연구개발을 계속하는 정공법을 골랐어. 원가가 높다고 해서 무작정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떠나고, 그렇다고 참기만 하면 적자로 빠지니까 제품의 가치를 높이면서 가격을 미세하게 조율하는 방식을 취한 거야. 영업이익이 56%나 뛸 수 있었던 건 이 미세한 마진 관리가 작동했기 때문이지. 원가의 압박을 극복하는 첫 번째 분수령은 이처럼 제품과 시장을 대하는 디테일에 있었어.
하지만 본업에서 아무리 잘 싸워도 최종 순익을 결정짓는 두 번째 축이 기다리고 있어. 바로 장부상 평가 손실을 처리하는 방식과 오랜 기간 쌓아온 자본의 두께야. 회사가 과거에 사들였거나 투자했던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 장부상으로 그 손실을 한 번에 털어내는 행위를 손상차손이라고 해. 당장 현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건 아니지만, 장부 위 당기순이익을 크게 깎아 먹는 요인이 되지.
이번에 영업이익 407억 원을 내고도 순익이 46억 원에 그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 손상차손이라는 장부상의 약속 때문이었어. 과거에 갖고 있던 자산의 가치 하락을 회계 기준에 따라 정직하게 털어내면서 순익 칸이 비틀린 거지. 반면 장부 한구석에 오랜 시간 쌓아둔 이익잉여금은 1조 6,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어. 당장의 순익은 찌그러졌지만, 과거의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낸 1조 9,616억 원이라는 거대한 자본총계는 어떤 일시적 마찰도 견뎌낼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고려제강의 지금 자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87%가 넘는 높은 원가율이나 회계 기준에 따라 자산 가치 하락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은 회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영역이야. 하지만 그 밖의 자리에서는 회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이 명확히 존재했어.
우선 본업에서는 연구개발과 정교한 단가 조정을 통해 영업이익을 56%나 키워내는 선택을 내렸지. 그리고 회계적으로는 자산 가치 하락을 미루지 않고 장부상 손상차손으로 털어내며 깔끔하게 정리하는 길을 택했어. 나아가 1조 6,000억 원이 넘게 쌓인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무상증자와 을 이어가며 주주들에게 자본을 나누는 결정도 지속해 왔지.
자산 평가 손실이라는 일시적인 회계상의 털어내기가 지나가고 나면, 407억 원을 찍어낸 본업의 실질 체력이 온전히 장부 맨 밑줄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시장은 유심히 관망하고 있어. 홍석표 외 특수관계인이 50% 이상의 지분을 쥐고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쌓아둔 거대한 자본의 둑과 단단해진 본업의 체력이 앞으로 어떤 성적표로 연결될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이야.